Feat. 고전의 변신.
나는 지금까지 소위 말하는 "회사 생활" 혹은 "단체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일을 처음 시작하면서 프리랜서로 일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 생활을 잘은 모르지만, 이렇게 박윤진 작가의 <벌레가 되어도 출근은 해야 해>와 같은 책을 읽으며 글로 나마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 본다.
이 책은 <변신>, <호밀밭의 파수꾼>, <데미안> 등 유명한 고전 12편과 현재 대한민국 회사원들의 애환을 담은 이야기들을 접목시킨 에세이 모음집이다. 고전적인 작품들을 이렇게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낼 수 있음에 감탄하였고, 이미 읽어본 고전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그리고 아직 읽어보지 못한 고전은 당장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내 기억에 가장 남는 이야기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존재의 목적>이라는 타이틀로 쓰인 에세이다. <변신>을 읽으면서 벌레와 인간의 차이가 과연 무엇일까? 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더란다. 사실 나는 벌레를 정말 끔찍하게 생각함과 동시에 엄청난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벌레가 된다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졌다. 하지만, <벌레가 되어도 출근은 해야 해> 속 주인공의 상황과 접목시켜 보니 생각만으로도 애잔해지고 또 한편으로는 정말 내가 벌레보다 나은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이 책은 12권의 고전을 읽으며 각자의 괴로움을 이겨낸 12명의 직장인의 이야기다. 책을 통해서 답을 얻은 만큼, 이토록 좋은 솔루션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지친 회사생활 속, 위로와 공감이 필요하다면 반드시 이 책을 들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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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꽤나 철학적인 질문이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에 맴돌았던 질문들을 공유한다.
"나는 왜 지금 여기에 있는가? 내가 지금 이렇게 살아있어야만 하는 어떤 이유라도 있는가? 그것이 없다면, 내가 벌레와 다를 게 무엇인가? 단지 인간이라는 이유? 그렇다면 나는 인간답게 살고 있는가? 인간답게 사는 건 또 뭐지?" P.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