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슬쌤 May 08. 2020

혼자 하는 사색의 힘

Feat. 출퇴근 시간 

나의 뇌는 매사에 바쁘다. 무언가를 꼭 생각하고 있다.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바쁜 하루가 시작이 된다. 아침 겸 점심을 가족들과 함께 먹으면서 짤막하게 오늘 있을 우리들의 일상을 나눈다. 그리고 나갈 채비를 한다. 밖에 나가서는 학생들과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끊임없이 대화하고 interaction을 우선순위로 둔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보다 말을 2배 정도는 많이 하는 것 같다. 말을 많이 한다는 건 그만큼 생각도 많이 한다는 거다. 뇌를 많이 써서 그런지 5-6시간 동안 수업을 하고 나면 진이 빠진다. 집에 와서는 씻고 저녁을 먹는다. 밥을 먹는 와중에도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떠드느라 바쁘다. 우리 집 막내 루나가 산책하면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자랑하는 내 동생의 말을 듣는 순간에도 내 뇌는 바쁘다. 귀여운 짓만 골라서 하는 루나를 상상하고 그리느라. 


저녁을 먹고 나면 방에 들어와 수업 준비나 공부, 혹은 책을 읽는다. 방안에 들어서는 순간 나만의 세계에 빠져 눈에 보이는 활자를 읽어 들이느라 정신이 없다. 이때 역시 내 뇌는 계속 돌아가고 있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때면 평소보다 더 열 일한다. 


이게 나의 데일리 루틴이다. 


정말 내 뇌가 쉴틈이 없다. 


어떻게 하면 일에서, 일상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를 위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해봤다. 


그리고 한 달 플래너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사실 플래너를 쓰지 않으면 24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떤 시간을 정말 잘 보냈는지, 허투루 썼는지도 알 수 없다. 맞다. 한 달 플래너를 쓰기 전엔 내게 주어진 시간들을 정말 충만하게 쓰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플래너를 쓰는 요즘, 나 자신에게 더 혹독한 트레이너가 되어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더 잘 쓰고 있다고 자부한다. 


한 달 플래너를 쓰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내가 보낸 나의 하루를 내가 스스로 되돌아보며 점수를 줄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한 달 플래너를 쓰기 전의 나는 '이동시간'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장 컸다. 운전을 하면서 다니는 시간을 아까워했다. 솔직히 말해서 남양주에서 압구정까지 매일매일 왕복만 거의 3시간이 걸린다. 빨리 가면 3-40분이지만 차가 많이 막히고, 특히 압구정 현대백화점 앞은 지옥이다. 설상가상 퇴근시간에 딱 걸려서 집에 가야 하면 2시간도 걸린다. 차 안에서 운전대를 붙잡고 2-3시간을 매일같이 보내야 한다는 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그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잘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 팟캐스트와 오디오북을 듣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는 나의 모든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내 뇌에 쉼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나의 플래너를 다시 보았을 때,
나의 뇌를 위한 휴식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이동시간만큼은 내 뇌를 조금 쉬게 해 주기로. 


사실, 운전을 할 때 엄청난 집중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내 뇌가 쉬는 게 아님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창밖에 멋진 풍경을 보고 느끼는 것이 충분한 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동시간에 나만의 힐링타임을 갖기로 했다. 


5월부터 시작한 나만의 출퇴근 힐링 시간. 

평소라면 차가 막혀서 스트레스가 쌓이고 짜증이 났겠지만, 연휴가 끝난 요즘 차가 평소보다 더 막혀도 운전을 해서 학원에 가는 길이, 운전을 해서 집으로 오는 길이 즐겁다. 


이제 곧 바빠질 시즌이 다가온다. 6-8월이 여름방학이라 가장 바쁜데, 바쁜 와중에도 힐링을 얻는 방법을 스스로 찾게 되어 행복하다. 이번 시즌도 아주 잘 보내보겠다, 아자!




 



작가의 이전글 침착함의 미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