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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여울 Dec 31. 2021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소중한 분들께 전하는 마음

   

요즘 싱가포르는 매일같이 비가 온다. 12월은 우기이지만 올해는 평소보다 비도 잦고 많이 내리는 것 같다. 아침을 먹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비 내리는 창밖을 보았다. 한 해의 묵은 때를 씻어내듯 비가 세차게 내렸다. 비 내리는 바깥 풍경에 취해서 상념에 잠겨 있다가 창문이 열린 것도 보지 못했다. 바람결에 빗방울이 집안으로 내리치는 걸 보고서야 깜짝 놀라 창문을 닫았다.      


오늘도 내일도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지만 오늘이 한 해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니 떠나보내는 하루를 잘 맺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내가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잘 보낼 수 있었던 건 나를 둘러싼 주위 분들의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제일 감사를 드리고 싶은 분은 나를 수술해 주신 의사 선생님이다. 40대 초반의 싱가포르 여의사시고 쾌활하고 씩씩하고 밝은 성격에 같은 여자로서 누구보다 내 마음을 잘 헤아려주셨던 분이시다. 그분을 뵙는 두 달은 무엇보다 마음이 롤러코스트를 탄 듯 힘들기도 했지만 정확하고 자세한 설명은 내 불안한 마음을 오히려 가라앉혀 주었다. 그분의 손은 무척이나 따뜻했다. 그 따뜻한 손으로 그 따뜻한 마음으로 수술을 해 주신 덕분에 흉터도 많이 남지 않았다. 얼마 전 6개월 정기 검진 날이 되어 병원에 갔다. 여전히 밝고 씩씩하게 맞아 주신 선생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다.      


내겐 둘도 없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고등학교 때 나와 단짝이었다. 서로 다른 대학교에 가고 또 그 친구가 일찍 결혼을 하고 미국으로 가느라 같이 한 시간은 많지 않다. 친구는 아이들을 모두 대학교에 보내고 얼마 전 한국으로 귀국을 했지만 나는 또 이곳에 있으니 만날 수는 없다. 2년 전 한국에 갔을 때 잠시 만나고선 또 이렇게 오랜 시간을 떨어져 있다. 내가 힘들 때나 어려울 때나 그 친구는 내게 무한한 지지와 사랑을 보내준다. 올해 내가 딸아이 대학교 결과를 기다리며 초조해했을 때, 수술 전후로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옆에서 도와주지 못 함에 안타까워하며 멀리 있지만 누구보다 따스하게 안아줬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든 달려갈 친구가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하다.     


나를 위해 늘 기도해 주시는 분이 계시다. 딸아이 미술 선생님으로 맺게 된 인연이지만 내가 큰 언니처럼 의지하고 기대는 분이다. 그분은 같은 성당 자매님이기도 하여 딸과 나를 위해 성심껏 기도해 주시는 분이다. 딸이 예중을 준비할 때 매일 딸을 위해 기도해 주셨고 내가 수술하고 회복하는 기간에도 나를 위해 미사를 드리고 기도를 해 주셨다. 그분이 든든하게 기도해 주고 계시다는 생각만으로도 나는 큰 의지가 되었다.      


그 밖에도 너무나 많은 분들이 계시다. 내 몸이 불편할 때 한걸음에 달려와 나와 한 끼를 같이 한 동료 선생님도 계시고 아침 운동길에 만나 인사를 나누다 집에서 따뜻한 한 끼를 해 준 동생도 있다. 요즘은 예전과 달라 집에서 밥을 먹는 일도 드물지만 집에서 먹는다 해도 배달 음식을 시키기 마련인데 직접 만든 냉면에 부침개에 연신 소스를 덜어다 주며 챙겨준 동생의 집밥이 너무나도 따뜻했고 그 시간이 많이 감사했다. 정부의 방역지침으로 이웃 방문이 허용이 되지 않았던 때, 만나지도 못 하고 말없이 살짝 와서 직접 만든 도너스를 뒷문에 두고 간 싱가포르 친구도 있었고 갓 구운 빵을 사다가 생각이 났다며 차 안에서 손만 뻗어 전해준 싱가포르 친구도 있었다. 따뜻한 친구들과 이웃이 있어서 올 한 해 어쩔 수 없이 물리적인 거리는 뒀지만 마음만은 어느 때보다 가깝게 지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만난 작가님들께 감사드리고 싶다. 텅 빈 공간에 말을 걸어주시고 하트를 보내주셔서 내가 많이 부족한 걸 알면서도 기쁘고 감사하다. 사실 내 글을 읽어보면 그게 그거 같고 생각의 깊이가 거기서 거기 같고 재미가 있거나 톡톡 튀는 글도 아니라 발행하고 보면 창피한 마음이 든다. 그럼에도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건 작가님들께서 눌러주시는 하트의 의미는 ‘격려’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면서 무엇보다 좋은 건 배울 점이 아주 많다는 것이다. 다들 바쁘신 와중에 글을 쓰시고 알차고 의미 있는 삶을 살고 계시는 것이 내게 많은 자극이 되었고 내 앞날을 계획하는데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계시다. 이 공간에서 글을 쓸 수 있어서 감사하고 작가님들의 주옥같은 글을 읽고 소통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올 한 해 저와 같이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일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건강하시고 나날이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아름다운 날들 되시길 바랍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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