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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Dec 20. 2021

시어머니 해법

아는 것이 힘이다.

  불도 켜지 않고, 티비도 켜지 않은 채 방 한가운데 멍하니 쪼그리고 앉았다. 

시선은 방바닥으로 향했지만 방바닥엔 아무것도 없다. 

결국 무엇인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무슨 생각을 하거나, 아무 생각도 없다는 말이다.

평생 사시던 시골 마을을 떠나온 시어머니는 가끔 그런 모습으로 앉아 보는 사람의 마음을 짠하게 한다.

밥상을 들이면 한숨을 내쉰다. 

"아무것도 하지않고 밥만 축내는구나."

처음에는 삼시세끼를 챙기는 며느리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하는 소린가 싶어 위로의 말을 건넸다.

"평생 열심히 사셨어요. 연세가 아흔인데 이젠 편히 식사하셔도 돼요."

어머니의 넋두리는 하루도, 한끼도 빼지않고 계속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짜증이 나기시작했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 두 번 이라지 않는가.

"어머니, 자꾸 한숨쉬지 마시고, 자책하지 마시고 그냥 맛있게만 드시면 좋겠어요. 자꾸 그러시니까 너무 속상하고 불편해요."

"이젠 죽어도 되는데...아무것도 않고 밥이나 축내는 등신이 됐네."

이쯤에서 나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른다. 위로의 말은 커녕 대답도 하기싫어 입을 다물고 말았다.

어느 날엔가 어머니가 떠나오신 집을 둘러보러 갔다가 울타리 콩을 따왔다.

워낙 심심해 하시기에 콩깍지 까는 일을 맡겼더니 눈에 생기가 돌았다. 당신 사시던 곳의 콩이라니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워 하신다. 문제는 다음 날 일어났다. 다 깐 콩을 들이미는 어머니는 여느 때와는 다르게 생기가 도는 얼굴이다.

"나 이제 밥 먹어도 되지? 오늘은 밥값했다."

갑자기 짜증이 확 일었다. 

"어머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셔요? 제가 언제 밥 안 챙겨 드렸어요? 밥값이라니요?"

순간, 나쁜 며느리로 전락해버린 기분과 억울한 마음이 솟구쳤다. 

"농담한 것 가지고 왜 화를 내니?" 

어머니는 멋쩍은 표정으로 돌아앉았다. 아이같은 노인이라지 않는가. 

"제가 놀라서 그랬어요. 누가 들으면 뭐라 하겠어요."

삐친 어머니를 달래며 숟가락을 쥐어 드렸다.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이해는 고사하고 용납조차 되지 않는 어머니의 내면은 어떤 것일까.

어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시며 내 속을 뒤집는 말들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두 달 동안의 고민과 갈등은 '심리 상담' 수업 시간에 그 갈피를 찾았다.

두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요양보호사'를 준비했고 좀 더 원할한 소통을 위한 노력의 방편으로 '심리상담' 수업을 신청했었다.  

무의식, 어머니의 모든 행동은 무의식에서 시작되었다고 했다.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작정을 하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표현되는 것이란다. 

그렇게 나온 말들과 행동들이 당신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무엇을 위해서도 아니고 그냥 불쑥 튀어나오는 말, 행동들.

그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꼭꼭 쟁여졌다가 어떤 불씨로 인해 드러나는 불안 증상들이라는 것이다.

그 이론에 맞추어 그동안 이해되지 않고 설명되지 않았던 어머니의 말과 행동들을 되짚어보았다. 

맞는 수학 공식을 대입한 것처럼 어머니의 행동들이 설명되었다. 

'유레카!'

밉상이던 어머니의 모습이 안쓰러움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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