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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Apr 28. 2022

최여사 일기

거짓말

 4월 21일 –공인 된 거짓말     

  식사량을 조절하고 물도 끓이며 일부러 섬유질 많은 음식을 피했는데도 오늘 아침 어머니는 설사를 했다. 아무래도 병원엘 다녀와야 할 것 같아 여쭈었더니 싫단다. 코로나와 관련된 규제가 서서히 풀리고 있지만, 어머니의 코로나 걱정은 아직도 심각하다. ‘빨리 죽어야지, 주변 친구들 다 가는데 나는 왜 안 데리고 가노.’ 노래를 부르지만 빈말이 분명하다. 코로나 감염이 두려워 배가 아픈데도  병원에 가지 않겠단다. 

  “빨리 돌아가시고 싶다면서요? 코로나 걸리면 어미니 바라는 대로 소원 성취 할지도 모르는데?” 슬그머니 던진 농담에 어머니는 한참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는 “그래도 코로나 걸려서 죽기는 싫다.” 단호하게 대답한다. 웃음이 터져 나온다. 어떤 형태로든 죽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게다. 어머니는 그저 수발드는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죽어야지’ 넋두리를 할 뿐이다. 아니면 자신은 죽고 싶은데 하늘의 정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다며 당당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를 일이다. 

  ‘공인 된 세가지 거짓말’에는 ‘처녀가 시집 안 간다.’, ‘장사치의 남는 것 하나 없다.’ 그리고 노인들의 ‘빨리 죽고 싶다.’가 있다. 첫 번째 처녀의 비혼 선언을 거짓말로 치부할 수는 없다. 이 말은 거짓말 영역에서 빼야 한다. 처녀건 총각이건 살기가 팍팍해진 요즘은 결혼을 미루는 사람이 많다. 노처녀, 노총각이란 말도 사용하지 않는다. 비혼주의자라는 말로 바뀐지 오래다. 

  개인주의 성향이 짙은 젊은이들은 누군가의 삶에 관여하는 것도, 간섭을 받는 것도 부담스러워한다. 결혼은 기존의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로 거듭나야기에 고민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비혼 선언을 하는 이가 점점 많아지고 그 일로 기존 세대와의 갈등을 빚는다. 결혼이 미뤄지니 아이도 늦어지고 출산율의 저하로 인구가 감소한다. 세금 낼 사람은 줄어들고 복지 대상은 날로 증가하는 상황으로 전개되는 문제점을 낳기도 한다.

  코로나로 인해 장사하는 사람들도 남는 게 없는 경우가 생겼다. 이런저런 제약으로 장사도 되지 않고 줄어든 손님으로 수익이 줄어 문을 닫는 가게들이 수두룩하다. 공인된 삼대 거짓말이란 타이틀을 이젠 더 이상 갖지 못할 참이다. 이 중에 유일하게 죽고 싶다고 하소연하는 노인들의 투정만 남는다. 어머니는 그 거짓말을 매일 한다. 듣기 싫다고, 그만 하시라고 해도 듣지 않는다. 한 쪽 귀로 듣고 한 쪽 귀로 흘리라는 말을 왜 만들었는지 절감한다.

  아무리 코로나가 무서워도 병원 진료는 불가피하다. 그렇잖아도 노쇠한 기력이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는 과정에서 축나는 통에 일상생활이 어렵다. 게다가 노인들은 기력을 보충하기가 어렵다. 가능하면 안 아프게, 좀 덜 아프게, 빨리 낫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오늘은 기운이 너무 빠졌으니 내일 다시 병원에 가자고 달래 봐야겠다. 아침은 전복죽을 드셨는데 얇게 저민 전복도 씹히지 않는다고 해서 전복살을 다 골라냈다. 그럼에도 점심에 숭늉을 끓여 달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많이 불편하신 모양이다. 설사의 원인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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