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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Sep 08. 2022

다시, 시작

갈등

좀 많이 힘들었습니다.

시어머니의 치매증상이 갑지기 심해졌어요.

치매라는 것이 제가 가지고 있던 개념과는 큰 차이가 있더라고요. 나날이 벌어지는 감당 못 할 행동들을 마주하면서 나의 선택과 결정에 대한 후회와 자신에 대한 실망감으로 무기력해졌어요.

하지만 선택을 바꿀 수 없는 처지고 제가 견디는 것 말고는 방법도 없었지요. 견디는 게, 도무지 이해 옷할 것을 받아 들이는 게 쉽지 않았어요.  흔히, 머리로는 아는데 가슴이 용납하지 않는 상황이라는 말을 하는데 그게 무슨 의미인지를 절실히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남의 속도 모르는 말장난 같지만 그래도 방법은 그것 뿐이었어요.  솔직히 즐긴다기보다는 무심해지기로 했습니다.

잘 해드리지 못한다는 생각에 찜찜한 느낌을 떨칠 수는 없지만 잘 하려다 생기는 숱한 갈등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견디는 것이 수월해지네요. 잘 해드린다는 것 또한 저와 어머니들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도 확실하게 알았습니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시가지는 탄식을 자아냅니다. 아픔도, 안타까움도 후회도 흐르는 골목들이 다시 하나씩 제 모습을 찾겠지요. 멍절을 앞두고 있어 마음이 더 아프네요. 수해가 심한 마을에 사는 친구는 단전, 단수가 된 아파트 10층을 물을 들고 오르내린답니다. 20층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기를 묵묵히 기다립니다.

어머니의 치매도 제게는 태풍 같은 것이었지요. 애가 타도, 속이 상해도 어머니의 상태가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걸 압니다. 제가 바뀌어야 하겠지요.

한가위입니다. 모든이들의 가슴  가득 사랑으로 풍성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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