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우화 ① 용문사의 전설
미, 문, 소 세 여인이 용문사 은행나무를 보러 갔다.
미는 천년 세월을 먹은 은행나무에 비해 인간 수명의 짧음을 안타까워했다.
문은 저 나무가 저렇게 오래 살 수 있었던 비결은 못생겨서라고 했다.
소는 우리가 나무처럼 오래 살지도 못하는데 결혼은 해봐야지 않겠냐고 했다.
경내로 들어서니 자그만 연못이 먼저 눈에 띈다.
축대에서 흘러나온 물이 대나무 대롱을 따라 흘러 큰 돌그릇에 받친다.
돌그릇을 채우고도 남은 물은 넘쳐흘러 연못에 고인다.
세 여인은 표주박으로 돌그릇 물 한 잔 떠 마신다.
연못 가운데 항아리가 놓여있다.
항아리 주위로 동전이 흩어져 있다.
동전을 던져 항아리에 넣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 전설을 믿고 세 연인은 그 이야기에 동참한다.
소가 말했다. “우리도 해보자. 누구 동전 있어?”
미가 말했다. “나 은전 한 개 있어. 이걸로 하자.”
문이 말했다. “내가 던질게. 저것도 요령이 필요해”
소와 미는 문이 잘 던지기를 응원했다.
문이 은전을 던졌다.
항아리 주둥이로 쏙 들어갔다.
세 여인은 기뻐 환호했다.
주변 사람들도 마치 자기가 넣은 것처럼 박수를 쳐 주었다.
“이야~! 올해 안에 누구 시집가시겠네요!”
그해 겨울 미가 결혼한다고 청첩장을 돌렸다.
소와 문이 불평했다.
소: “내가 먼저 제안했잖아? 나도 좋은 남자 만나게 해달라고 빌었어.”
문: "은전을 던져 넣은 사람은 나잖아? 나도 결혼하게 해 달라고 빌었어."
미가 대답했다.
“지금이 자본주의 시대 아니니? 시대정신을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