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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Dec 28. 2020

행복을 만드는 능력


오래전에 면접관이 나에게 살면서 가장 큰 고통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이겨냈는지를 말해달라고 했다. 난 살면서 큰 고통이 무엇이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짜증 나네, 좀 힘드네 정도였지 고통이라고 거창하게 말할 게 없었다. 그걸 이겨내는 방식도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해서 이겨냈다기보다 저절로 시간이 해결해줬다.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온몸에 힘주고 눈 꼭 감은채 그 순간이 빨리 지나가길 참다 보니 저절로 이겨져 있을 뿐이다.


지나고 보니 그게 그렇게 고통스러울 정도로 힘든 건 아니었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이건 상대적이다. 누군가에는 씻지 못할 고통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는 그저 코웃음 치며 넘어갈 만한 고통의 무게일 수도 있다. 난 면접관에게 살면서 그렇게 고통스러운 순간은 없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괴로워 보이는 것도 그저 묵묵히 참고 견디니까 시간이 저절로 해결해줬다고 말했다. 아마 이 대답은 면접관이 원하는 대답은 아닐 거 같아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너무 평탄하고 안전하게만 살아온 건 아닌지 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질문이었습니다." 정말이었다. 난 왜 남들이 술 먹고 취하면 으레 하는 고생 배틀 에피소드가 없을까 생각했다. 


난 나 스스로  없앨 수 있는 고통은 고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가항력적으로 내가 손쓸 수 없는 고통, 그저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가길 빌 수밖에 없는 고통이 진짜 고통이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건 고통이라고 부르기보다 그저 문제라고 불러야 한다. 나에게 해결책이 없는 것이 고통이며 그건 시간이 약이다. 


만약 내가 면접관이라면 이런 질문을 할 것이다. '살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그 순간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했나요?' 고통을 이겨내는 법 보다 행복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의 관점이 더 가치 있다. 행복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이 조직에 주는 영향력이 훨씬 크지 않을까 생각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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