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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Dec 09. 2020

굶어 죽지는 않아

사촌동생이 자기네 고구마밭에서 캔 고구마 한 박스를 보내줬다. 정말 달콤한 꿀고구마였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엄마가 반찬거리를 보내줬고 장인어른 댁에서는 쌀과 옥수수를 보내주셨다. 와이프와 먹으면서 '그래도 우리는 굶어 죽지는 않겠다'며 농담 반 진담 반 얘기했다. 


굶어 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려운 선택도 쉽게 할 수 있을 거 같고 주저하던 도전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고구마 한 박스가 삶의 원동력이 된 거 같았다. 배는 굶지 않을 거라는 내 삶의 마지노선이 해결되자 그까짓 거 실패하더라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당장 한 시간 뒤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은 내일을 기약하며 살 수 없다. 하지만 한 달, 일 년, 십 년 뒤의 끼니가 보장된 사람은 십 년 후의 삶을 내다보며 오늘을 여유롭고 도전적으로 살 수 있다. 지금 당장 내 통장에 몇십억이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적어도 지금 내 상황이 끼니를 거를 만큼 최악이 아니라 생각한다면 또 다른 내일을 주저 없이 약속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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