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입고 사진을 찍는다고 팔리지 않는다.
첫 사입을 무사히 성공시키고 집에 돌아와 사온 옷들을 펼쳤을 때는 내가 상상하던 순간들이 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지저분하지만 옷더미들이 가득하고 옷걸이엔 입을 옷들과 조명, 방 한쪽에 놓은 배경천까지 SNS에서나 보던 쇼핑몰의 모습이 나름 방 한칸 그럴싸하게 갖춰져 있습니다. 설레이던 마음과 좋아하는 옷 무덤에 쌓여 죽더라도 지금 당장이라면 너무나도 행복할 것만 같았습니다.
"내가 해냈구나."
스스로 해냈다는 뿌듯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죠. 이제 감상에서 벗어나 60만원에 사입해온 옷을 최소 60만원 최대 60만원보단 더 팔아야 쇼핑몰을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다음 옷도 사입을 하려면 남은 돈으론 할 수 없었기에 서둘러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해 쇼핑몰의 컨셉을 잡아 옷을 올려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 때 부턴 냉정한 현실이 저를 압도 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첫번째로 저는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할 줄 몰랐습니다. 가격을 설정하는 법, 어찌저찌 썸네일과 프로필 까진 만들었는데 상세페이지는 커녕 지금 생각하면 정말로 제가 입은 옷의 코디만을 올려놓은 이상한 쇼핑몰이나 다름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시 군대를 이제 막 전역하고 오로지 감성적인 꿈에만 부풀어 있던 저에게 현실적으로 해야하는 택배, 쇼핑몰 사이트 운영, 상세페이지 등은 무지한 세계였죠.
즉, 옷만 입고 올려놓으면 팔릴 거라 생각한 초보사장의 대찬 실수 였습니다. 누가봐도 내 쇼핑몰을 보고 옷을 살 것 같지도 않고, 심지어 사입해온 옷을 다 올려도 쇼핑몰 한 페이지를 채울 수 없을 정도로 가짓수도 적었습니다. 근데도 전 당시 웃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망했는데 즐거웠습니다.
'그래 이런게 현실이고 내가 몰랐던거구나. 나 완전 초보사장의 실수를 했네? 이제 알았으니 다음에 더 잘할 수 있지. 괜찮아 겨우 60만원 가지고 실패한게 뭐 어때.'
실패해도 즐겁고 얻어간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요. 퇴직금을 반이나 날렸는데도 즐거웠고 도전했다는 사실이 앞으로 인생을 살아간느데 큰 기반이 되리라는 것을 가슴 뜨겁게 느꼈었죠. 그래서 결국 쇼핑몰은 한 달 즈음 접게 되었습니다. 준비기간까지 치면 겨우 2달? 남은 옷은 친구들이 원가로 사줬고 몇몇 옷은 소중한 추억의 옷이 되어 지금도 제 옷장 속 어딘가에 보관되고 있습니다.
쇼핑몰 이름이 뭐야? 라고 지인들이 물었을때 모름이야. 어떻게 될지 몰라서 ㅋㅋ 라며 우스겠소리로 말했는데 진짜 어떻게 될지 모르고 망해버렸네요. 가끔 오랜만에 연락을 한 친구들은 이 덕에 아직도 제가 쇼핑몰을 운영하는 줄 아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만큼 첫 동대문의 사입과 오직 가슴 뛰는 마음과 꿈 하나로 무모한 도전으로 부딪혔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앞자리가 바뀐 지금도 그때 처럼 가슴 뛰는 일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할만큼요.
이렇게 저의 쇼핑몰의 운영기는 짧은 두 장의 페이지 안에 담겼지만 옷은 끝나지 않았었습니다. 저의 옷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었습니다.
'쇼핑몰은 망했지만, 옷은 계속 입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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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선 여전히 옷을 입습니다 : https://www.instagram.com/hwa_o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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