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입학 준비 1탄
새해가 시작되고 이 맘 때쯤이면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부모의 마음은 설렘과 기대와 더불어 걱정과 고민으로 분주합니다. 더구나 학력평가에 관한 기사들과 주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가슴이 답답하지요.
어제, 함께 운동을 하다 그만둔 후 소식이 없던 동생으로부터 연락이 와 잠시 만나고 들어왔습니다.
첫째 아이 초등 입학을 앞두고 현재 학습능력으로 입학해도 괜찮은지,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다 저를 찾아온 것이지요. 아마도 첫째 아이 입학을 앞둔 엄마의 심정이 대부분 비슷하리라 생각됩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공부는 그때부터 하면 됩니다. 이제 배우기 시작하는 거지요.
물론 먼저 시작한 아이보다 당연히 느립니다. 하지만 늦게 시작한 만큼 학교에 다니며 새로운 것을 배우는 기쁨을 만끽할 테니 두고 보세요. 요즘은 선행이 공식인 듯 자꾸 미리 시켜대서 아이가 지쳐요.
공부란 새로운 것을 아는 것이고, 시험은 그것을 확인하는 것! 임을 엄마가 믿는다면 교육은 편안합니다.
출발선에서 1등을 하려는 욕심을 내기에 엄마는 두렵고 아이는 힘겹습니다. 학교에 잘 다니는 것만으로 아이를 한껏 칭찬해 주세요. 어린이집, 유치원처럼 또래만 있는 것과 달리 초등학교는 더 다양한 친구들과 더불어 엄마·아빠만큼이나 체격이 큰 언니·형들과 어울려 지내야 하는 더 큰 사회에 진출한 것이나 다름없지요.
더 크고 넓은 사회에 두려울 수 있습니다. 학교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공간으로 크게 여겨요. 그럴 리가 없을 거라고요? 혹시 어렸을 적 다녔던 초등학교 운동장에 가 본 적이 있나요? 그곳에 가면 깜짝 놀라게 되잖아요.
'아니, 여기가 넓디 넓던 그 운동장이라니...' 아이는 키만 작은 게 아니라 생각도 작고 눈높이도 낮습니다.
그러니 처음엔 학교에 적응하고 잘 다니는 것만으로도 물개 박수를 보내고 훌륭하다고 온 마음으로 칭찬하세요. 공부는 그 다음입니다.
혹시 처음 등교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다른 아이들은 잘 다니는데, 너는 유별나게 왜 그러니?'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내 아이를 도와주세요. 손을 잡고 함께 교실까지 등교를 하다, 교문에서 아파트 입구에서 현관 입구에서... 차츰차츰 단계적으로 독립을 도와주세요. 그렇게 한 달여쯤 지나 학교 다니기가 익숙해진 아이에게 저는 딱 한 가지를 주문했습니다.
"아빠와 엄마가 일을 하고 밥상을 차리는 것처럼, 이제 학생이 된 너는 학교에 잘 다니고 수업시간엔 선생님 쳐다보고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듣는 것이 도리란다. 숙제는 성실히 하자."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당부하거나 다그치지는 않았지만, 학교에 잘 다닐 것. 수업시간엔 선생님 말씀에 집중할 것. 숙제를 성실히 할 것.'
이렇게 학생으로서 해야 할 최소의 것, 세 가지는 주지 시켰습니다.
그것만 하면 마음껏 놀게 했지요. 물론 처음부터 잘하지 않습니다. 2인 3각 경기처럼 아이가 잘할 수 있을 때까지 함께 하며 도왔지요. 아이는 유치원 1년만 다닌 후 초등 입학을 했기에 처음 일주일은 수업시간 40분 동안 앉아 있는 시간을 무척 힘들어했습니다.
그래서 하교 후면 아이와 자주 하던 얼음, 땡! 놀이 이야기에 비유하며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지요.
"수업시간은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얼음! 시간, 쉬는 시간은 땡! 시간이야~ 처음으로 40분간 바른 자세로 앉아 궁금하고 하고픈 이야기 마음껏 다 하지 못해서 힘들고 답답할 거야. 그럼, 수업시간에 다 못한 이야기는 기억했다 집에 오면 엄마한테 이야기해 줄래? 선생님께서는 너처럼 이야기하고픈 친구 25명 모두에게 관심과 귀를 기울이셔야 해서 너에게만 집중을 하지 못하시지만 엄마는 늘 너의 이야기가 궁금하고 너에게만 집중할 수 있거든. 그리고 쉬는 시간 종이 치면 그때부터는 땡~인 거야. 화장실도 가고 친구들과 이야기도 실컷 하고 운동장에서 뛰어놀아도 돼!"
처음부터 바른 자세로 재밌게 등교를 시작하진 않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고 도움을 주었더니 한 달이라는 적응기간을 거치며 수업태도가 좋아 선생님 사랑을 듬뿍 받는 아이로 변해있었어요.
아이는 또래 친구 속에서 보고 배우며 자랍니다.
새록새록 새로운 것 알아가는 재미로 학교에 가지요. 학교에서 안 가르친다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학교에서 발표하는 법, 시험 치는 법도 배우면서 즐겁게 공부하던 걸요!
아이들에게 아무리 많은 자유를 주어도 그것이 어장 속의 자유일 뿐! 조부모님이, 이웃이, 학교가, 사회가 아이를 가르치고 키웁니다.(구속합니다^^) 저는 이것을 알기에 제 품에서는 마음 놓고 방생했습니다.
너무 두려워 마세요.
엄마가 서두르지만 않는다면 아이 역시 천천히 학교에서 또래들과 선생님들 사이에서 공부하며 자랍니다. 아이의 공부를 위해 엄마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아이 스스로 하도록 기다려주는 배려와 칭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