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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애 Mar 05. 2019

뇌가 곧 마음이요, 마음이 곧 뇌이다.

흔히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합니다.

그만큼 먼 미래를 내다보고 계획을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수시로 바뀌는 교육정책과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당장 다음 세대가 살아갈 사회에 맞는 교육을 하기에도 벅찹니다. 

지금 가치 있는 것이 미래에도 가치가 있을지, 지금 내가 옳다고 여기는 것들이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에도 옳은 것으로 남아 있을지?...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누구라도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 준다면 덜 부담될까요?

그렇지 못하기에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하는 문제는 늘 부모인 우리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드나 봅니다.

날이 갈수록 조기교육 열풍은 더해만 가고, 아이의 재능이 하나씩 발현되기 시작하면 어떻게 그 재능을 꽃피워줘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지지요.


마치 아이들은 배우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배움을 너무도 좋아합니다.

아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든 행동이 일종의 학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걷는 것을 배우기 위해 수 백번을 넘어져도 계속 일어서고,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호기심을 충족합니다.  배우는 것이 즐거워 항상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어 하는 아이를 보면서 저는 무언가를 가르치기 이전에 이 욕구를 스스로의 힘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교육이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지식을 쌓아가는 훈련이 아니라 아이가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소질이나 능력을 끌어내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결국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생각과 판단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교육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아이의 그림을 보고 남다른 재능이 느껴졌을 때, 바로 미술학원에 등록하거나 선생님을 찾아주는 대신 다양한 미술 재료들을 주며 아이 스스로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크레파스, 색연필, 스케치북, 심 굵기가 다른 펜들은 물론 제 립스틱이나 매니큐어까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가끔은 미술관에 들러 그림을 감상하기도 하고, 날씨가 좋은 날엔 미술관 마당에 앉아 낙엽과 열매를 주워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미술 동화책을 읽으면서 그림에 대한 느낌을 마음껏 표현하게 해 주었지요.


피아노를 좋아해서 악기상점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몇 번 들어본 노래를 절대음감으로 쳐내는 아이를 보며 당장 피아노 교습소에 등록시키는 대신, 클래식 음악을 자주 들려주며 이야기가 있는 동화책으로 음악을 상상할 수 있게 해 주고, 아이가 입장할 수 있는 공연장에 다니며 음악의 힘을 직접 느낄 수 있게 해 주었지요.

또 생활 속에서 계단을 오르내리며 ♪도레미파솔라시도↗ 시라솔파미레도↘ 음의 높낮음을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게 했고, 크기가 다른 유리컵들에 물을 부어 두드리며 마음껏 표현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가 있었답니다. 그 시간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한 음절씩 끊어 들으며 악보를 그리고 피아노로 곡을 완성하며 연주할 수 있는 지금의 원천이 되었지요.


'밭에서 자라는 채소들도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어린 생명은 보살피는 마음과 손길에 의지하고 교감하며 사랑 속에서 자란다는 뜻이겠지요.

부모의 절대적인 신뢰와 사랑 속에서 마음껏 탐색하고 경험해 보며, 결과로만 나타나는 지식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그 지식을 알아가는 과정을 통하여 얻게 되는 능력으로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스스로 대비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 교육의 가장 큰 열매가 아닐까 합니다.


언젠가 신문기사에서 "뇌가 곧 마음이요, 마음이 곧 뇌"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뇌가 이성을 담당하고 감정은 마음에서 나온다는 결과와 다른 결과이지요. 이 연구결과가 아니라도 아이를 키워본 부모들을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뇌가 감정에 영향을 미치고, 감정이 뇌의 발달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요.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어떠한 틀에 짜인 학습방법(커리큘럼)이 아니라, 마음을 기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틀에 넣어진 마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지요. 틀을 뛰어넘어야 마음은 원하는 대로 바라는 대로 자신만의 고유한 방법으로 커져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가끔은 너무도 놀라운 발달로 제게 기쁨과 동시에 깊은 고민을 안겨줄 때마다 되뇐 말이 있습니다. 아이는 미완성이 아니라 그 자체로 완전히 독립된 하나의 생명이라는 것을요.

도토리처럼 참나무가 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요.


"얘야, 너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단다. 네 속에, 너의 영혼에 모든 것이 다 들어 있어. 도토리처럼!"


더 훌륭한 교육방법을 찾아볼까,

더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고민의 밤을 지새울 때마다 아이에게 또 저에게 되뇌며 제 마음을 다잡고 아이들 온전히 믿는 힘을 얻었습니다.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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