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에서 벗어나기

by 화유

매일 아침 7~8시면 어김없이 반쯤 뜬 눈으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린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웬만큼 독하지 않고서야ㅡ루틴이 있다거나, 사무실로 출근하는 경우를 제외하고ㅡ 자의에 의한 기상이 어렵다는 걸 공감할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아이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때가 일어날 시간이다.


머리를 질끈 묶고, 세수와 양치질을 한다. 때론 아이와 함께 샤워하며 남은 잠까지 쫓아낸 후에야 정신이 돌아온다. 거실로 나가 아침밥을 준비한다. 커피 머신에 물을 채우고, 모닝커피도 진하게 내린다. 의식적으로라도 하루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습관 된 행동이다. 아이가 밥을 먹는 동안 화장을 하거나 오늘 필요한 짐들을 가방에 넣는다. 그렇게 아이 등원 준비와 함께 출근 준비를 한다. 준비를 마치면 아이와 내 짐을 챙겨 나와 승강장에 대기 중인 유치원 버스에 태워 보낸다. 그제야 조금 여유롭게 걸으며 차에 올라탄다. 듣고 싶은 플레이리스트를 틀고, 내비를 켜 사무실에 출근한다.


이 행동들은 내게 곧 익숙함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일정표대로 흘러가는 하루의 시작.

어느 날은 내가 이 루틴의 일부인지 루틴이 나를 끌고 가는 건지 모를 때가 있다. 마치 시간에 밀려온 부표처럼, 깨어 있지만 완전히 깨어 있는 느낌이 들지 않는 모순적인 기분이 든다.

그 모순조차 점점 익숙해진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하루가 지나 있고, 그 하루들은 어제와 똑같이 찾아온다. 익숙한 반복은 감각을 둔하게 만든다. 그 안에서는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새로운 게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아주 조금은 나를 익숙한 자리에서 벗어나게 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번 주말, 평소처럼 집에 머물까 사무실에 출근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가족끼리 동네 카페에 갔다. 특별한 장소나 이벤트도 아니었지만,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앉아 있는 그 장면이 참 새로웠다. 장소만 바뀌었을 뿐인데 마치 피서지에 온 것처럼 기분전환이 됐다. 남편과 아이, 나 모두 같은 장소에 있지만 각자의 시간 안에서 자유롭게 헤엄쳤다.

그 자리에서 매거진 3화 원고를 탈고했다. 신기하게도 술술 써졌다. 아마 그날 집에 있었다면, 똑같은 내용을 그렇게 가볍게 꺼내진 못했을 거다. 새로운 환경이 감각을 깨웠고, 그 감각은 글이 되었다.


늘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앉아 글을 쓰다 보면 오래된 길을 걷는 것처럼 익숙하지만, 마음이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 너무 편안하다는 게 때론 문제일 수도 있다.

오히려 낯설고 약간은 불편한 자리가 마음의 환기와 영감을 얻기에 좋다. 익숙한 것을 내려놓고 잠시 다른 장소, 다른 공기 속에 있을 때 생각도 조금은 더 멀리 간다. 불편함이 새로움이 되고, 그 새로움이 다시 여유로움을 데려온다. 여유로운 마음은 내 마음과 기록을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그래서 가끔 작은 일탈을 한다.


멀리 떠날 필요는 없다. 익숙한 길을 살짝 벗어난 카페, 평소보다 이른 시간, 늘 듣던 음악 대신 낯선 플레이리스트. 그 작은 벗어남들이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 익숙함에서 잠시 벗어나는 순간, 새로움은 눈을 뜨고 창작의 연료가 쌓이기 시작한다.



사진 : pexels_Amar Preci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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