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내가 잘못인 걸까

by 화유

누군가와 대화하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 멈칫할 때가 있다.


'에이, 설마 일부러 저러는 건 아니겠지.'

'별 뜻 없이 한 말 같긴 한데.... 내가 괜히 예민하게 듣는 건가?'


스스로 되묻게 된다. 그럴 때면 예민한 내가 문제인지, 선을 넘은 상대가 문제인지 늘 헷갈린다.


그런 상대에게 반응하면 으레 "그냥 농담이었는데 왜 이렇게 예민해?"와 같은 반응이 돌아온다.

그 말 앞에서 말문이 막히고,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결국은 웃어넘기거나 대충 반응해 왔다. 그러다 보니 남는 건 돌덩이처럼 껄끄러운 이물감뿐.

순간순간 받아치고 싶지만, 막상 그 자리에 서면 머리가 하얘져 버린다.




얼마 전 가족 나들이 겸 계곡 식당에 갔다. 일찍이 출발했음에도 많은 사람들로 자리가 가득 차 있었다.

이 식당은 자신의 쓰레기만 가져간다면 외부 음식 반입이 가능한 곳이었다.

우리에게 배정된 자리는 맑고 청명한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자리라 마음에 들었다.

다만, 우리 자리에서 보이는 건 시원하게 보이는 계곡뿐만이 아니었다. 20~30여 명의 산악회 어른들이 자리 잡고는, 음식이 나오기도 전부터 싸 온 안주와 술을 꺼내며 잔을 부딪치고 목청껏 웃어댔다. 계곡 물소리마저 묻힐 만큼 요란한 웃음소리와 건배 구호가 이어졌다. 벌써 느낌이 좋지 않았다. (내가 예민한 건가?)


음식을 먹기 시작하며 그들은 천막 기둥에 큰 봉지 몇 개를 묶어두었다. 쓰레기와 분리수거를 나누어 담는 용도였을 것이다. 갑자기 그들 중 한 명이 우릴 향해 외쳤다.


"여기다 왜 버려요!!!"



쓰레기 봉지는 우리에게도 있었는데 확인도 없이 냅다 소리부터 지르다니.

"여기 쓰레기 봉지 따로 있어요."

"그래요?"

그러고는 고개를 휙 돌렸다. 황당함에 그 사람을 빤히 쳐다봤다.

"미안해요~~?"

눈길이 느껴졌는지 다시 돌아보며 사과인지 뭔지 모를 말을 건넸다. 가족들도 어이없고 불쾌해했다.

순간 '욱'한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무례한 게 분명하구나 싶었다.


잠시 후, 그들은 술과 안주를 들고 계곡으로 내려갔다.

물 위에 앉아 먹고 마시며 남은 술을 계곡에 붓고, 돌을 던지며 떠들었다.

그 물은 고스란히 주변 아이들 입으로 들어갔다.

직원들이 제지했지만 잠깐뿐이었다. 곧 담배 연기가 피어오르고, 욕설과 다툼이 이어졌다.

결국 우리 가족은 자리를 떠나기로 했다.



내가 예민한 걸까, 그들이 무례했던 걸까?




사진: Unsplash의 Annie Spra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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