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어둠에 잠긴 바다에서 날 수도, 나서도 안되는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진다. 홀로 해루질하던 민석이 굽혔던 허리를 곧추세우고, 소리가 난 방향으로 재빨리 몸을 튼다. 사람이 분명하다. 쥐고 있던 갈고리를 집어 던지고, 소리가 난 방향으로 전력 질주한다. 살려야 한다. 꼭 살려야만 한다. 바다가 또 누군가를 삼키게 두고 볼 수 없다. 적어도 아빠를 빼앗아 간 저 바다에만은 안된다. 달리는 동안 제 발에 몇 번이고 고꾸라질 뻔했지만, 제대로 달리는 것까지 신경 쓸 정신이 아니었다. 피 냄새가 진동하는 숨을 내쉬며 소리가 난 곳에 도착했지만,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오직 보이는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마침, 헤드랜턴에 비친 바다 위 잔잔한 요동을 목격한다. 민석은 주머니에 있던 휴대전화와 랜턴을 벗어 던지고, 지체 없이 검은 바다로 뛰어든다. 맨눈으로도 물속을 잘 보는 그이지만, 지금만큼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만이 민석을 이끌었다.
한참을 헤엄쳐 들어가서야 천천히 가라앉고 있는 형체를 발견한다. 그 형체는 조금의 버둥거림도 없었고, 작은 기포들만이 수면 위로 달아나고 있었다. 서둘러야 한다. 검은 형체의 뒤에서 어깨를 휘감아 수면 위로, 바깥으로 끌어올린다. 인명구조요원 자격으로 바다에 빠진 사람을 몇 번 구조해 온 민석도, 이렇게 완전히 의식을 잃은 사람을 구한 건 처음이다. 간신히 수면에 다다른 민석은 그제야 형체의 얼굴을 마주한다. 그녀다. 박 해주. 민석은 해주를 둘러업고 바위들을 피해 비교적 완만한 곳에 살포시 내린다. 움직임은 없다. 코에 손을 대본다. 호흡이 느껴지지 않는다. 가슴 위로 귀를 대보지만, 심장마저 고요하다. 민석은 해주의 턱을 들어 코를 막고, 인공호흡과 심폐소생술을 반복한다.
“일어나! 일어나라고!”
알 수 없는 뜨거움이 민석의 얼굴을 타고, 바닥으로 토독토독 떨어진다.
“제발!! 쫌!!”
수차례 소생 시도에도 반응이 없자, 온몸의 힘을 실어 더욱 필사적으로 움직인다.
“울컥- 울컥-”
잿빛 같은 터널을 지나, 몸을 파닥이며 삼킨 물을 내뿜기 시작하는 해주.
“정신 들어? 괜찮나? 정신 차리라! 내 보이나?”
해주의 뺨을 연신 때리며, 등을 돌려 삼킨 물을 모두 게워 내도록 돕는다. 그의 손길을 따라 울컥 쏟아내며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에 초겨울의 바닷바람이 무색할 만큼 민석의 얼굴이 뜨거워져 갔다. 그는 숨이 돌아온 해주를 온몸으로 끌어안고,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마치 아버지를 살려낸 것만 같은 해방감마저 너울져 울고, 또 웃었다.
“저기….”
“이 가스나야. 진짜 죽어뿌면 우짤라고 이라는데….”
“놔줘, 이제….”
“안된다. 당장 시내 가가….”
“아니야, 괜찮아. 정말 괜찮으니까 그냥 놔줘도 돼….”
“하모, 내일 날 밝고 병원 가자. 안 그라모 못 놔준다.”
“응…. 그래….”
“알았다…. 집까지는 갈 수 있겠나. 지금 지내는 데가 어데고.”
“진포 민박…. 저기…. 나 거기까지 데려다줄 수 있어?”
“당연하제! 업힐래?”
“…어?…. 응….”
해주가 편하게 업힐 수 있도록 한쪽 무릎을 꿇어 낮은 자세를 취한다. 제힘으로 일어나기조차 힘들었던 터라 맥없이 업히는 해주. 스스로 누군가의 등에 업히는 건 처음이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를 알아챈 민석은 등을 살살 흔들며, 해주의 자세를 편하게 풀었다. 온몸이 물에 잔뜩 젖어 다소 민망했지만, 누군가의 등에 업히는 것이 싫지만은 않았다. 너른 등에 힘을 풀고 기대자 맞닿은 면적만큼 따뜻함이 피어올랐다. 누군가의 따뜻함이, 숨결이, 아늑함이 말없이 쓰다듬고, 위로해 주는 것 같아 자신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났다. 던져두었던 랜턴은 빛을 발하고 있었기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는 해주의 짐을 한쪽에 둘러매고, 힘을 줘 일어난다. 민석은 다리에 힘이 풀리며 당장이라도 정신을 놓을 것 같았지만, 애써 외면하며 해주를 업고 진포 민박을 향한다.
“…미안….”
“미안하기는…. 그라믄 두 번 다신 그라지 마라. 아랐나?!”
“….”
“내일 10시쯤 올 테니까 대충 옷만 걸치고 나온나. 약속한 기다. 응? 와 대답이 없는데.”
“…응….”
“어여 드가라…. 암것도 하지 말고 푹 자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