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붙잡는 방법

기록으로 쌓아 올린 오늘

by 화유

기록은 언제나 감정이 넘칠 때 시작됐다. 마음이 복잡해 도저히 안에만 담아둘 수 없을 때, 혹은 너무 행복해서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싶을 때 자연스럽게 펜을 들었다. 감정이 종이에 옮겨질 때 내 안에서 부딪히던 마음은 가라앉고, 어지러운 마음도 단어의 형태가 되어 점차 제자리를 찾아갔다. 행복이라는 감정도 그렇게 문장 안에 남았다.


가끔, 예전 일기를 꺼내 읽는다. 시간이 지나 그 문장들을 보면 감정은 희미하지만, 기억은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 어떤 기록은 흐릿하고, 어떤 기록은 낯 뜨겁게 솔직하다. 그때보다 차분해진 내가 아직 다 아물지 않은 내게 마음 한켠을 내어준다. 상처가 다 낫진 않았어도, 이제는 그 마음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모든 날을 기록하진 않는다. 어떤 날은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어떤 날은 너무 무기력해서 한 줄도 쓰지 못한다. 감정을 온몸으로 맞서느라 그 감정을 다시 꺼내기조차 힘든 날도 있다. 기록에서 위안을 받을 때도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날의 나 역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모든 날들이 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음이 흔들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펜을 든다. 무언가를 남기기 위해서라기보다, 흔들리는 마음 한 구석을 살며시 어루만져 주고 싶어서.

어떤 날의 기록은 하루치 숨처럼 가볍고, 어떤 날의 기록은 오래전 나를 꺼내어 마주 보게 한다. 기록은 나를 가장 잘 이해해 주는 언어이자, 흘러가던 시간을 머물게 하는 섬세한 방식이다.



사진 : Pexels_Wolfgang Wei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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