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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휘찬 Jun 01. 2021

5월의 기록

2021년 5월

#10권의 책, 1편의 드라마, 2편의 영화


요즘 매주 꼬박꼬박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몇 개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2> (이하 꼬꼬무 2), <알아두면 쓸데 있는 범죄 잡학사전> (이하 알쓸범잡), 그리고 지난주에 시즌1을 마무리 한 <당신이 혹하는 사이에> (이하 당혹사). 모두 사건사고를 다루는 제법 비슷한 프로그램이다. 예전부터 프로파일링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관련 책들을 몇 권 읽어보긴 했는데 아무래도 TV 프로그램이 책 보다 훨씬 쉽고 재미있다. 생각해보니 매주 <그것이 알고 싶다>와 <꼬꼬무 2>는 각각 1가지씩, <당혹사>는 2가지씩, <알쓸범잡>은 4-5개의 사건을 다룬다. 매주 이걸 챙겨보는 나는 결국 일주일에 10여 개에 달하는 사건을 보게 되는 셈인데, 그래서 그런지 언젠가 한 번은 악몽을 꾼 적도 있다. (내용은 구체적으로 기억이 안 나지만 살인자에게 쫓기는 그런 꿈이었다.)  과연 이 프로그램들을 챙겨보는 게 정신건강에 좋은 건지 모르겠다.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사건들도 많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우연이 난무하는 사건들도 있다. 제정신이 아닌 사람도, 제정신이지만 너무한 사람도, 억울한 사람도 참 많다. 아무튼 최근에 <꼬꼬무 2> 12회 '목숨과 맞바꾼 회고록 - 김형욱 실종사건' 편을 보면서 역사적인 사건을 다룬 한국영화가 참 많은데 제대로 챙겨보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관련 영화인 <남산의 부장들>을 보았다. 제목만 보고 고문사건을 다룬 거라고 생각해서 보지 않았던 영화였는데, 내용은 그것이 전혀 아니었다. 물론 모르는 사건은 아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역사책에 나오는 단 몇 줄로 얻게 된 것들이었고 그나마도 정확하지 않았다. 영화는 어느 정도의 재구성과 허구가 포함되겠지만, 그래도 사건을 이해하는 데 큰 무리는 없었다. 그리고 불편했다. 하지만 불편해도 잊지 않는 것, 기억하고 전달하는 것, 다시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나에게 남은 과제이기도 했다. 


#고삐 풀린 망아지


비 오는 날도 꽤 있었지만 좋은 날도 많았다. 저녁에는 추워서 온수매트를 켜고 자는 날도 많았지만 낮에는 여름처럼 더웠다. 푸릇푸릇한 시즌이 되어서 인지, 나도 이제 고삐가 풀린 것인지 여기저기 꽤나 돌아다녔다. 카페 투어와 서울투어를 결합하여 거리를 따지지 않고 (사실은 매우 따지고) 좋은 곳에 다니자는 마음으로 좋은 곳에서 산책을 하고 근처에 카페에 가서 휴식을 하는 패턴으로 여러 날을 보냈다. 그렇게 알아낸 장소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5월이었다. 카페에서도 대화 중에는 여전히 마스크는 벗을 수 없고, 여러 명이 우르르 들어오면 알 수 없는 거부감이 느껴진다. 어느 고깃집에서는 옆 테이블에 손님을 앉혔다고 막말로 갑질을 했다던데, 막말은 분명히 잘못이지만 나 역시 바로 옆자리 혹은 여러 명의 인원은 거부감이 든다. 사람이 사람을 꺼리는 세상이라니. 2021년도 그런 기억으로 남기고 싶지 않은데..


#선택과 집중


최근에 읽은 책에 이런 글이 있었다. '조금씩 잘하는 열 가지 재주에는 밥을 굶는 법이고, 모든 능력치가 적당히 고르게 높은 선수는 프로가 될 수 없는 법이다.' 내가 뜨끔한 건 왜일까. 조금씩 잘한다는 게 아니라, 다양한 관심사를 마음껏 펼쳐 보이고 있는 시기라서 그런가 보다. 하지만 5월에는 분명히 알았다. 이제 선택하고 집중해야 된다는 걸. 관심과 취미 이상으로 발전시킬 무언가를 골라야 한다는 걸. 하지만 그 선택으로 인생이 크게 결정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그렇지 않다는 걸 그동안 충분히 배워왔고, 어떠한 선택으로 모든 것을 다 잃은 것 같은 절망의 순간이 찾아오지만 사실 그건 지나치긴 힘들었지만 생각만큼 강력하진 않았다. 또 다음의 선택의 주어지고 얼마든지 뒤집거나 만회할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다만 얼마큼 진심인가, 비겁하지 않은 올곧은 생각인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또 다른 책에서는 우리의 인생이 우리가 한 선택의 합이라는 말을 보았는데, 고개를 끄덕이며 내 선택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대단하지도, 특별하지도, 그렇다고 크게 잘못되지도 않은 그 선택들. 새로운 선택을 앞두고 5월은 그 선택들을 많이 곱씹는 달이었다. 그 선택들이 잘 쌓이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후회는 없지만 그래도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슬쩍 궁금해지는 그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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