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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휘찬 Jul 01. 2021

6월의 기록

2021년 6월

#10권의 책, 1편의 영화, 3번의 전시


꾸준히 책을 사들이고 있는데, 역시나 읽는 데는 한계가 있는 듯하다. 최근에 유튜브 겨울서점 채널의 김겨울님이 12시간 동안 책 읽기 영상을 올리셔서 봤는데, 너무 대단하다는 생각뿐. 책상에 그렇게 오래 앉아있는 것이 책을 읽는 것보다 더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읽은 권수에는 의미를 두지 않고, 이번 달에는 책을 열심히 읽지는 않은 듯하다. 그래도 소설과 산문과 시를 적당히 섞어서 골고루 읽었다는 것에 만족. 특히 정유정 작가님의 <완전한 행복>은 500페이지가 넘는 작품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호흡을 끊지 않고 단 며칠 만에 읽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부터, 잠들기 전까지 읽고 어떤 날은 내용이 궁금해서 잠을 못 자고 읽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늦게 잠이 든 날에 악몽을 꾸었다. 말 그대로 작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듯하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인지 소설이 아니라 사건 일지 같은 느낌도 들었고, 이미 알고 있던 뉴스에 빈틈을 메우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이런 소설은 어떻게 해야 쓸 수 있는 것일까. 경이롭기까지 하다. 작년에는 한 달에 한 번 또는 두 번씩 날을 잡아서 읽고 싶었던 책을 한꺼번에 주문하곤 했다. 5만원 이상 주문 시 받을 수 있는 굿즈때문이었다. 사실 그 굿즈들은 대부분 꼭 필요한 물건들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거저 얻는 듯한 느낌이 들곤 했다. 특히 굿즈 가운데 가장 흔한 유리컵 같은 건 이미 집에 가득인데 굿즈까지 더해져 넘칠 지경이 되었다. 그래서 어느 시점부터는 더 이상 굿즈를 선택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굿즈를 더 이상 받지 않기 위함이기도 하고 금액을 맞추기 위해 책을 더 구매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지금이 아니라도 언젠가 살 책이니 괜찮다는 합리화도 그만하게 되었다.) 그리고 중고서점을 더 많이 활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에 따르는 부작용이 있다. 금액을 맞추지 않고 그때그때 읽고 싶은 책을 1-2권씩 사다 보니, 어째 책을 더 많이 사는 것 같다. 한 번 주문할 때 금액이 적어서 더 그렇게 되는 것 같은데 아직 읽지 못한 저 책들을 다 어떻게 하나. 누군가 그랬다. 읽을 책을 사는 게 아니라 산 책 중에서 읽는 거라고. 이렇게 합리화 하나가 생성되었다.


# 떠나요


6월에는 여행을 가지 못했다. 당일로 다녀온 곳은 있지만, 여행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 나는 집돌이에 더 가깝지만 집에 있는 시간이 계속되니 더 이상 집에 있는 것이 휴식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7월에는 꼭 혼자 여행 가기를 해보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생각한 혼자 가는 여행의 조건은 첫 번째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일 것, 두 번째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을 것, 세 번째 한적한 파랑과 시원한 초록이 있을 것. (반드시 바다와 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 물론, 두 번째와 세 번째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곳이 존재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어딘가 있을 그곳을 찾아봐야겠다. 하지만 이미 장마는 시작된 듯한 느낌이고, 이번에는 비도 많이 온다던데 결국은 집으로 가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는 집에 온 여행에서 에어컨 앞에 앉아 수박을 먹는 것도 행복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떠날 때는  몸이 아니라 마음이 떠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니까.


#코로나백신

 

백신을 예약했다. 아니 예약했었다. 동생과 나란히 같은 시간, 같은 병원에 예약을 해두고 기다리는 며칠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일단 5월에서 6월 사이에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았고, 백신 자체에 대한 불안함도 있었다. 백신 맞고 난 다음에 죽을 듯이 아프다는 말에 죽을 듯이 아프다가 그대로 죽으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까지 불안했던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코로나에 걸리나 백신을 맞으나 그게 그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차피 백신 효력이 6-7 개월이라던데. 백신을 맞는 날 아침까지도 취소를 해야 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지만 언젠가는 맞아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으로 병원에 갔다. 전날부터 약하게 지속되는 편두통이 신경 쓰였지만, 그거야말로 신경성이 아닐까 싶었다. 백신을 맞기 전에 간단한 진료를 받았는데 편두통이 있다고 하니 선생님께서 오늘은 맞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백신은 컨디션이 좋을 때 맞아야 한다며 다음에 맞으라고 하셨고, 그렇게 백신을 맞을 기회는 날아갔다. 돌아오는 길에 팔이 욱신거린다는 동생을 보면서 드는 안도감은 무엇이며, 또 한 편으로 아쉬운 느낌은 뭔지. 정말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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