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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찬 Jul 27. 2022

아르바이트 #1

소심한 성격을 바꾸려면 어쨌거나 새로운 사람들과 많이 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람을 대면하는 것은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전화를 돌리는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당시는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리서치 회사 여러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구인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 장소에 도착했고, 짧은 교육을 받은 뒤 나에게 배정된 자리에 앉았다. 내 양 옆에는 부업을 하러 나온 아주머니들도 계셨다.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서, 컴퓨터 모니터에 뜨는 전화번호로 하나씩 전화를 걸었다. 누구와 통화할지 알 수 없었다. 전화를 받으면 매뉴얼에 따라 질문을 시작했다. 당시 대선의 현안에 대해서 하나씩 입장을 물었고, 어떤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지도 물었다. 마지막으로 몇 살인지, 사는 지역은 어디인지, 직업은 무엇인지도 물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대뜸 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대답을 하다가 중간에 심기가 불편한지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왜 이런 것까지 캐묻느냐부터, 무슨 권한으로 이런 것을 조사하는지, 보이스피싱은 아닌지까지 각종 의심을 받았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고 싶기도 했고, 중간에 말문이 막히기도 했다. 그래도 아르바이트였기에 꿋꿋이 버티며 계속 종료 시간인 5시까지 계속 전화를 돌렸다. 그 날 전화로 들었던 욕과 고성으로 오른쪽 귀는 먹먹해졌고, 목소리는 잠겼다.


아르바이트가 끝나자 관리자가 오늘 참가자들은 명단에 싸인을 하고 나가라고 하였다. A4 용지에서 내 이름을 찾아 보고 있는데, 이름이 안 보였다. 이상해서 관리자에게 물었더니 나는 사실 아르바이트 대상으로 선정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어쩐지 회사에서 참여하라고 전화가 오지 않았다. 몹시 당황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지도 못했다. 관리자는 자신도 이런 적이 처음이라며 웃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 내 통장에는 8만원이 입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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