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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찬 Oct 04. 2021

오해는 줄이고, 이해는 늘리는 질문법

구체적인 질문법

누군가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상대가 말을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해하기 쉽게 말했다고 생각하는데도 그러한 경우가 있다. 이러한 오해가 발생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 가운데 공통적인 이유이자, 어쩌면 가장 근본적인 이유인 것은, 바로 왜곡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말할 때, 그리고 상대가 말을 들을 때 각 과정에서 말이 생략되고, 일반화되고, 변형된다. ‘의사소통을 효과적으로 하고 싶다’는 의도로 말하더라도 상대방이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의도한 의미와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왜곡이 발생하는 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애초에 왜곡이 발생하는 것을 막는 것을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어 자체가 왜곡이기 때문에 상대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왜곡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오히려 왜곡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생각할 수 있는데, 바로 질문을 활용하는 것이다!


다짜고짜 아무런 질문이나 하면 되는 것일까? 물론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는 것보다야 나을 수도 있겠지만, 경험의 구조에 맞춰 구체적인 질문을 하는 것을 권한다. 왜냐하면 상대에게 어떤 말을 하는 것은 그 말을 통해서 어떤 경험을 전달하고자 의도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결국 구체적인 질문으로 상대가 전하고자 하는 경험을 되살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험의 구조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경험이 맥락(시간, 공간, 사람)과 내용(행동, 감각)으로 구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어떤 시간과 공간에서 어떤 사람과 함께 혹은 혼자서 무슨 행동을 하며 오감을 통해 자극을 받아들이는 것을 경험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경험의 구조에 맞춰 상대에게 구체적인 질문을 할 수 있다.     


구체적인 질문은, 맥락을 묻는 질문으로, ‘언제(When)’, ‘어디서(Where)’, ‘누구와 함께(With whom)’, 내용을 묻는 질문으로, ‘무엇을(What)’, ‘어떻게(How)’* 다섯 개 의문사로 구성된다. 육하원칙과 유사하지만 다른 점은 왜(Why)가 빠졌다는 점이다. ‘왜’는 상대를 비난하는 뉘앙스가 있어 사용을 자제한다.     


※ ‘어떻게(How)’는 방법을 묻는 의문사로 사용하기보다 어떻게 보였는지, 어떻게 들렸는지, 어떻게 느껴졌는지 ‘감각’을 묻는 의문사로 사용한다.     


다만 질문만 하다 보면 상대는 취조를 당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상대방이 구체적인 질문을 받고 답변하면, 답변을 적절하게 되풀이하여 말하거나 그에 대한 피드백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질문을 사용하여 대화한다면 상대의 경험을 더욱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너무 끝내주더라구!”라고 말했다고 상상해본다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까. 뭐가 끝내준다는 건지, 끝내준다는 건 무엇인지, 종잡을 수 없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 구체적인 질문법을 사용할 수 있다.


“너무 끝내준다는 거, 언제였어?” - “바로 어제 저녁이었어!”

“아 어제, 어디서 있었던 일인데?” - “내 자취방이었지”

“자취방에서, 누구랑 같이?” - “나 혼자서”

“혼자서, 뭐 했는데?” - “피자 한 판을 다 먹었어! 집 근처에서 사왔거든”

“피자 한 판을? 피자 어떤 맛이었어?” - “치즈 피자였어! 기름지고 부드럽고 적당히 느끼했지”

“끝내준다는 게 어떤 느낌이었어?” - “그 부드럽고 느끼한 피자 한 판을 다 먹으니까 포만감이 들면서 졸리더라고. 그 느낌이 끝내줬어.”

“느낌이 끝내준다는 건, 피자 한 판을 다 먹고 포만감이 들면서 졸린 거였구나. 끝내준다는 말이 되게 재미있네.” - “그럼, 너도 꼭 한 판 다 먹어봐!”     


자신의 답변에 대해 백트래킹과 피드백을 받으면서, 구체적인 질문을 받는 상대는 어떤 느낌일까? 십중팔구, 여러분이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기꺼이 여러분의 질문에 대답할 것이다. 이로써 상대방과 오해는 줄이면서 이해는 늘려가며 대화할 수 있다. 구체적인 질문법을 대화에 활용하는 것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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