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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찬 Nov 26. 2022

소심했던 아웃사이더

고등학교 3년을 공부하는 데 새하얗게 불태웠다. 그러나 수능을 기대만큼 보지 못하였고 희망하지 않았던 대학에 진학하였다. 재수하고 싶은 마음 반, 그래도 다녀보자 하는 마음 반으로 대학에 등록했다. 그리고 대학 오티가 있다고 하여 호기심 반, 착잡함 반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입학할 거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던 대학이었지만 그래도 해볼 것은 다 해보자는 마음이 있었다. 오티에서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활발한 탓인지, 말을 너무 능수능란하게 하고 리액션도 커서 대화에 끼지를 못했다. 어떻게 녹아들어 친해져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어느새 3월 말이 되었지만 학과에서 겉도는 것은 여전했다. 그래서 중앙 동아리에 들어가 보았는데 모임 시간이 저녁 7시였다. 혼자 식당에서 밥을 사먹는 것은 너무 쪽팔리는 일이었지만, 다른 동아리 선배나 동기에게 밥을 같이 먹자고 할 용기도 없었다. 쫄쫄 굶다가 동아리 모임에 참여하곤 했다.


4 초쯤엔 학과 인싸 동기들이 나에게 미팅을 같이 가지 않겠냐고 제안하였다. 남자랑도 말을  못하는 내가 처음 보는 여자와 시간을 보낸다는  무서워 처음엔 거절하였다. 놀리려는 심산이었는지 몰라도 동기들의 재촉에 못이겨 결국 미팅에 나갔다. 하지만 가서도  마디 못하고 굳고 얼어 있다가 자리를 떴다.


이대로 계속 소심하게 살고 싶지는 않아서, 자신감 있게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먼저 전화 여론 조사 알바를 시작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목에서 피가 날 정도로 전화를 걸었다. 중간중간 욕도 많이 먹고 큰 소리를 듣기도 하였지만 성격을 바꾸기 위해 기꺼이 감수하였다.


대학에서는 잘 적응하지 못했으니 새 곳에서 새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식당에서 주방 보조 아르바이트도 하였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아르바이트 형, 누나들에게 한 마디도 붙이지 못하고 시키는 일만 했다. 일도 서투르고 실수 투성이었는데 하루는 며칠간 솥에 담가놓았던 장조림을 모두 엎어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었다.


착한 일을 하면 사람들과 친해지기 쉬울까 싶어 봉사활동을 다니기도 하였다. 어느 배구부 고등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는 활동이었다. 나와 같은 시간대에 교육 봉사를 하는 누나가 한 명 있었는데, 당시 봉사활동 담당 선생님이 나와 그 누나를 친하게 만들어 주려고 노력을 하셨다. 하지만 어떻게 말을 이어갈지 몰랐던 나는 애써 영어만 가르쳐줬다.


봉사활동, 아르바이트, 미팅, 동아리, 엠티 등 대학에서 해볼 만한 것들은 다 했다고 당시에 생각했다. 그런데도 내 성격이 소심했던 건 여전했고,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도 강력해졌다. 더이상 미루면 인생에서 두고 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 결국 반수를 결심하고 대학을 뛰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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