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휘찬 Nov 26. 2022

새로운 대학, 새로운 시작

반수를 하면서도 내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을까에 있었다. 주말이면 백화점에 있는 서점칸으로 가서 에세이, 실용서를 읽으면서 인간관계 기술을 공부했다. 그리고 반수 학원에 가면 옆에 앉은 친구에게 기술을 하나씩 연습했다. 그리고 새로운 대학에 갔고 여기서는 적응을 잘해보려 노력했다.


신입생 시절, 동아리에 들어가 아침, 저녁으로 공을 차며 운동장을 뛰어다녔다. 특히나 신입생 때는 삭발에 가까운 반삭을 하고, 도수가 들어가 있는 까만 고글을 쓰고 운동을 했다. 같이 운동하던 분들이 야구 동영상에 나오는 사람이냐며 마구 놀리며 재미있어 했다. 그리고 아주 짧은 머리를 매만지며 귀여워 하기도 하였다.


반삭 머리인 상태에서 신입생의 패기로 미팅에 나가기도 하였다. 헤어 스타일에 자신이 없어 빵모자를 쓰고 술집에 들어갔는데 친구들이 미팅에 무슨 빵모자냐며 마구 놀려댔다. 그 와중에서도 파트너에게서 꿋꿋이 번호를 받고 애프터를 신청했는데 한달간 약속이 있다는 답을 받았다. 대통령과 미팅한 날로 기억되고 있다.


1학년 2학기 교양 수업으로 최면이 개설되어 호기심만으로 수강을 신청했다. 거짓말이 아닐까 하는 일말의 의심은 없었다. 대학 2학년, 최면에 쏙 빠져버렸다. 매주 금요일 학교 수업이 끝나면 최면을 배우는 곳으로 찾아가서 다양한 최면 도입법과 심화법을 익혔다.


그것도 모자라 대학 기숙사를 돌아 다니며 최면 받아볼 사람을 수소문하고 최면을 연습했다. 전생 체험, 불면증 치료 등 다양한 시도를 했고, 성공할 때도 실패할 때도 있었다. 어느 친구는 전생에서 돌덩이가 나왔고, 최면하는 내내 움직일 수가 없다고 하였다. 어느 친구는 불면증을 치료하고 싶었는데 더욱 심해졌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하였다.


2학년 여름방학 때는 같이 최면을 배우는 사람들과 스트릿 최면을 하기도 하였다. 길거리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무작위로 다가가 최면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최면 리더가 한 커플을 붙잡고 나에게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남자에게 순간 최면법으로 빠르게 최면을 유도한 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긍정적인 암시를 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타로카드 보는 법도 배웠다. 직관을 활용하여 카드를 보면서 느껴지는 의미를 상대에게 말해주는 방식이었다. 타로를 배운 이후 대학 친구들, 처음 만나는 사람들, 이성 등 다양한 사람에게 대화를 시도하였고, 가끔은 최면까지 얹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너무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했다.


최면과 타로라는 막강한 무기를 얻은 나는 기세등등해졌다. 누구를 만나든 자신감 있게 나를 내비치게 되었고, 심지어 사람들은 그런 나를 존중해주고 즐거워했다. 그렇게 소심한 성격이라는 나의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는듯 싶었다. 하지만 삶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작가의 이전글 소심했던 아웃사이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