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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고 Nov 09. 2024

함께 걸어요

오늘은 참 뜻깊은 날입니다. 걷기 동호회 두 모임이 joint promotion을 한 첫날이기 때문입니다. 걷기 동호회 ‘걷기 마을’과 ‘걷고의 걷기 학교’가 함께 걷는 첫날입니다. 아마 이런 모임은 없을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각자 모임의 성격과 특성이 있기에 다른 모임과 함께 걷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저만의 오해였습니다. 오늘 걷기를 통해서 저만의 오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쁩니다.      


에단호크 님이 이끄는 한양 도성길을 다녀왔습니다. 하늘로 님이 참석하셨고, ‘걷기 학교’에서는 저와 함께 바다님과 범일님이 참석하셨습니다. 총 다섯 명의 연합 회원들이 즐겁게 걷습니다. 하늘도 우리의 연합 모임을 축하하듯 맑고 청명합니다. 바람도 별로 없고 날씨는 걷기에 딱 좋은 선선한 날씨입니다. 처음 만난 회원들임에도 이미 같은 길을 걷는다는 길벗이라는 소속감이 주는 편안함 때문인지 전혀 어색함이 없습니다. 아마 길을 많이 걸은 사람들이기에 또 어느 정도 살아온 세월이 있기에 느끼는 편안함 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길에서 만난 길벗은 ‘너’와 ‘나’라는 개념을 뛰어넘는 지혜를 이미 갖추고 있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너’와 ‘나’의 벽은 마음의 벽입니다. 마찬가지로 ‘걷기 마을’가 ‘걷기 학교’라는 두 모임은 각자 특성이 있기에 그 특성이 만든 벽이 있습니다. 심리적인 벽입니다. 그 벽은 부숴야 할 물리적인 벽이 아닙니다. 마음의 벽을 허물수만 있다면 두 모임은 이미 하나입니다. 각자 모임의 특성을 유지한 채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빨간 조명과 파랑 조명은 서로 겹치며 비추지만 서로의 색을 유지하며 흰 스크린에 자신의 색을 있는 그대로 드러냅니다. 두 조명은 함께 교차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화합입니다. 너와 나의 구별은 없되 너와 나의 경계를 유지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멋진 모임이 가능합니다. 저는 오늘 길을 걸으며 그 가능성을 확인하고는 너무 기뻤습니다.      


‘너’와 ‘나’, ‘이 모임’과 ‘저 모임’의 벽은 실은 존재하지 않는 허상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허상을 실상으로 만들며 그 실상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그 애씀을 좀 더 창의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을 위한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나’를 허물면 ‘너’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만 존재합니다. ‘우리’라는 우리 안에서 우리는 함께 웃고 울고 사랑하고 미워하며 함께 사랑할 수 있습니다. 웃음과 울음, 사랑과 미움은 모두 사랑의 언어입니다. 관심이 있기에 울고 웃을 수도 있고, 사랑하며 미워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이 모든 것은 추억이 됩니다.   

   

오늘 길을 걸으며 느꼈습니다. 에단호크 님과 하늘로 님의 보속은 무척 빨랐습니다. 걷기 학교 회원들이 쫓아가기에 힘들 정도의 보속입니다. 많은 경험을 지닌 두 분은 우리의 속도에 맞춰 걷습니다. 배려와 존중입니다. 우리는 우리 때문에 늦어지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걷습니다. 그리고 그 미안함을 뒤풀이에서 얘기하며 감사함을 표현합니다. 두 분은 보속을 맞춘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고 함께 걷는 것이 즐겁다고 하십니다. 우리는 감사함을 표현하며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아름다운 모임입니다.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걷는 길벗은 길을 그리고 걷기를 아는 멋진 분들입니다. 길과 걷기는 정해진 속도가 없습니다. 그 길을 걷는 모든 사람이 주인공입니다. 자신의 속도에 맞춰 걷고 또는 타인의 속도에 맞춰 걸으며 우리는 모두 주인공이 됩니다. 오늘 걸은 길의 주인공은 우리 모두입니다.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시내는 날카로운 고성이 난무하는 아수라 세상입니다. 서로를 비난하고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며 끊임없는 소모전으로 아비규한입니다. 옳고 그름은 말로 한다고 결정되지 않습니다. 시간이 답을 줍니다. 그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뒤풀이 장소를 난장에서 많이 벗어난 곳으로 정해 음식을 즐기며 얘기를 이어갑니다. 처음 만난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많은 대화가 이어집니다. 비난과 시비를 따지는 대화가 아닌 서로에 대한 감사함과 존중을 표하는 대화입니다. 술 한잔하고 식사를 한 후에 커피숍에 들어가 차도 한잔 같이 합니다. 대화 시간이 짧아 아쉽지만 더 이상 끌기에는 이미 만난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습니다. 아침 8시 반에 만나 저녁 7시 반에 헤어졌습니다. 더 이상 함께 있지 못한 아쉬움은 다음 만남을 예약합니다.      


우리는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과 경험, 그리고 지식과 인식에 대한 확신이 있는가라는 얘기를 나눕니다. 저는 아직 제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한 확신은 없습니다. 다만 제 길을 혼자 가는 것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갖고 있지만, 이 기준을 타인에게 적용하거나 이 기준으로 다른 분들과 함께 가자고 하기에는 아직 자신이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걷기 동호회 모임 역시 우리가 갖고 있는 특성과 개성이 과연 모든 사람과 모임에 적용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합니다. 물론 반드시 그 기준이 모든 모임에 적용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준을 좀 더 유연하게 적용하고 더 넓고 포용력을 지닌 기준으로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합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 우리의 화합은 이미 각자의 기준을 뛰어넘어 서로를 포용하는 너무 아름답고 멋진 모임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모임을 가끔 함께 하고 싶습니다.      


에단호크 님에게 부탁을 드려서 함께 ‘인제 천리길’을 걷자고 제안드렸습니다. 좋은 길인데 접근성이 좋지 않아 교통편을 별도로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12월 초부터 에단호크 님이 리딩을 하시고, 제가 후미를 보며 1년 이상 진행할 계획입니다. 멋진 길이고 아직은 약간 야성적인 느낌이 남아있는 길입니다. 그 길을 함께 걷고 싶습니다. 길을 걸으며 저의 벽을 허물고 모든 사람과 하나가 되고 싶습니다. 동호회는 사람의 모임입니다. 사람 사이에 벽이 없으면 동호회 사이에도 벽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두 개의 모임이지만 동시에 하나의 모임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모두 걷기를 사랑하는, 길을 사랑하는, 자연을 통해 자신의 틀을 깨며 자연과 하나가 되어가는 멋진 사람입니다. 함께 걷는 모임과 길을 통해 하나가 되고 싶습니다. 우리가 지닌 마음의 벽을 허물고 하나가 되어 즐겁게 웃으며 걸어요. 비록 벽은 허물어도 각자의 삶과 개성을 존중하며 하나가 되어가는 멋진 모임을 만들어 가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즐겁게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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