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초부터 금년 1월 말까지 약 두 달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작년 연말에 약 2주간 ‘담마 코리아’라는 명상센터 참여를 중심으로 해서 앞뒤로 약 2, 3주간의 시간을 할애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는 동면에 들어간다고 미리 말씀을 드렸다. 상담이나 업무 관련하여 꼭 만나야 할 분들을 제외하고는 사적인 모임을 하지 않고 조용히 지내고 있다. 우리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을 점검하고 재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바깥세상 일과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들어 심신이 지치게 만든다. 그런 상황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거나 심신의 안정을 유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언젠가는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지만, 그러기 위해서라도 더욱더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삶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내는 금년이 환갑이라 고교 동창들과 함께 싱가포르에 사는 친구 집으로 놀러 갔다. 금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평생 가족들 챙기고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살아온 아내에게 지금이라도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다. 이제 며느리로서의 역할도 끝났고 엄마로서의 역할도 끝났다. 부부의 역할만 남아있다. 그 역할은 상호 간 배려, 사랑, 존중하는 것 외에는 별로 할 일이 없다. 35년 정도를 같이 살았으니 이제 서로 자유롭게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같이 할 일도 있고, 각자 하고 싶은 일도 있다. ‘따로국밥’ 같은 부부의 인연을 잘 유지하며 사는 것이다.
아내가 출국 후 아주 귀하게 찾아오는 자유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을 했다. 제주도에 사는 후배가 같이 한라산 등반을 하자고 했다. 솔깃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좀 더 동면을 충실하게 지내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후배의 제안을 뿌리쳤다. 이제 일주일을 혼자 보내는 일이 남았다. 어떻게 보낼까? 동면의 기간은 명상을 기본으로 하는 삶의 재정비 시간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시간을 나름대로 알차게 보내고 있고, 지금의 이런 삶이 편안하고 좋다. 동면을 마무리하는 의미로 수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아내가 귀국하는 금주 일요일, 즉 27일이 이번 동안거 회향의 날이 된다.
요즘 일상은 이렇다. 아침 5시에 기상하여 간단하게 세면을 한 후에 7시까지 명상을 한다. 7시에 아침 식사를 한다. 아침 식사 메뉴는 사과 2쪽, 땅콩 잼과 블루베리 잼을 반씩 나눠 바른 식빵 한쪽, 계란 프라이, 곶감 한 개, 경옥고 한 수저, 유산균 한 개, 치즈 스틱 한 개. 대충 이 정도 먹는다. 먹으며 음악을 듣는다. 음악은 모르지만 클래식 모음집 같다. 첫 번째 음악은 막걸리 느낌, 두 번째 음악은 달콤한 와인 느낌이, 세 번째 이후의 음악은 폭탄주 느낌이 난다. 음악에 따라 몸이 저절로 움직인다. 마치 지휘자가 된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서서 음식을 먹으며 포크나 젓가락을 허공에 휘젓는다.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명상을 하고 그 이후에 12시까지 업무를 보거나, 상담사 채용 공고를 확인하고 지원을 하기도 한다. 12시부터 2시까지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한다. 점심 식사는 햇반과 김, 김치, 참치 캔 정도를 먹고 커피 한 잔을 마신다. 대충 점심은 이렇게 먹는다. 원래 근처 식당에서 매식을 하려 했는데, 저잣거리에 나가는 것보다는 조용히 집에서 대충 간단히 먹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하고 있다. 뒷산에 다녀오면 약 90분이 소요된다. 운동하기에 적당한 코스이고 시간이다. 어제 하산하는데 어디선가 꽹과리 소리가 들렸다. 몸이 저절로 반응하며 스틱을 허공에 휘저으며 춤을 덩실덩실 추며 내려왔다. 남이 봤으면 아마 ‘미친놈’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샤워 후에 잠시 휴식을 하고 2시부터 4시까지 업무를 보거나 글을 쓴다. 어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으며 조용히 글을 쓰고, 인재 추천을 위한 인재 서칭을 하는 시간도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다. 예전에는 인재 서칭을 하는 시간이 귀찮았고, 마치 내 일이 아닌 것 같았는데, 지금은 그냥 내게 주어진 일이기에 편하게 하고 있다. 좋다 싫다는 생각도 없이. 그러니 그냥 할만하다. 예전에는 음악이 들리면 시끄럽다고 하거나 피했고, 서칭 업무도 마지못해 했다. 나의 상황은 두 달 전과 비교하여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데, 나는 변해있었다. 상황을 대하는 관점이 변한 것이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하기 싫었던 업무를 즐겁게 하고 있다. 약 2주 전에 작년에 상담사로 활동했던 센터에서 재위촉이 되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고 이틀 정도 기운이 빠진 적이 있었다. 그런 맥 빠지는 상황을 마주할 때도 심리적으로 회복되는 시간이 많이 줄고 빨라졌다. 좋은 일이다. 그냥 지금 내게 주어진 일을 하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좌절과 절망의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힘든 시간도 나의 삶이고 즐거운 시간도 나의 삶이다. 그런 상황은 그저 삶의 양념일뿐이다.
오후 4시에서 6시까지 명상을 한다. 6시에 명상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한다. 저녁 메뉴는 더 단순하다. 꿀 탄 미숫가루 한 컵, 바나나 한 개, 감 또는 곶감 한 개, 경옥고 한 수저, 유산균 한 개 정도. 저녁 식사 후에 페이스톡을 딸과 손녀와 함께한다. 손녀의 웃는 모습을 보려고 내가 별의별 재롱을 다 떤다. 손녀가 재롱을 떨어야 하는데 뭔가 뒤바뀐 느낌이 든다. 하지만 어쩌랴! 그게 인생인 것을. 손녀의 웃음 한 방이면 세상이 낙원이 된다. 아이가 태어난 것 자체가 이미 효도를 마친 것이라는 의미를 알 것 같다.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마지막 명상을 마치고, 9시부터 약 70분 정도 고엥카 선생님의 법문을 듣고 하루 일과를 마친다. 그때쯤 되면 아내가 카톡으로 하루 재미있게 보낸 사진을 올린다. 우리 부부는 이렇게 잘 살고 있다. 각자 잘 살고 있고, 또 함께 잘 살고 있다. 어젯밤에는 처남이 장모님과 함께 있다면 안부 전화를 했다. 아마 장모님께서 혼자 지내는 사위 걱정이 되어 처남을 시켜 전화를 하신 것 같다. 오늘은 내가 먼저 전화를 드리려 한다. 나의 일상은 이렇게 밋밋하지만 편안하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