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걷는 이유

by 걷고

https://youtu.be/6ZKXoQcd-Wg


나는 왜 걷기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맨 처음 시작은 심한 스트레스와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걸었다. 사업이 힘들어지면서, 저절로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할 일도 별로 없고 사람들 만나기도 두려웠다.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없었고, 그 상황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등산과 걷기였다. 그 이후에 마라톤을 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체력이 회복되었고, 신체적으로 건강해지면서 심리적인 어려움도 천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암울한 시기였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고 나의길을 찾았고, 그 길을 향해 꾸준히 갈 수 있게 되었다. 시련은 결코 시련 자체로만 오지 않는다.시련은 우리에게 선물을 가져다준다. 삶을 좀 더 여유롭게 볼 수 있는 시각,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여유로움과 관용, 자신과 가족들에대한 사랑,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기회 같은 큰 선물을 받게 된다.


산티아고 길을 걷기 전에 걷기동호회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 걸으며 여러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서로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웃고 떠들며 시름을 떨쳐낼 수 있었다. 그런 순간이 주는 짧은 시간의 여유와 숨 쉴 공간은 마음 속 여유 공간을 확장시켜주는 삶의 마중물이 된다. 자신이 너무 지쳐있고, 삶이 무기력할 때 사람들은 자꾸 뭔가를 더 해야만 한다는 생각과 불안감으로 자신을 더욱 몰아붙인다. 그럴 때에는 어떤 것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보다는, 조용히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며 자신을 들여다 보는 마음의 동면을 취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나의 경험에 의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다.판단이다. 물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기다린다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불안감을 견디고, 스트레스 상황과 마주치며 요동치는 상황에서 차분히 그런 상황을 지켜본다는 것은 아주 힘든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런 동면이 결국에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에너지를 준다.


가끔 걷기 동호회에서 활동하시는 분들 중에 건강이 좋지 않은 분들이나,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분들의 얼굴과 모습이 변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처져있는 어깨가 바로 당당하게 서게 되고, 얼굴에는 미소가 머물며, 사람들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걷기가 심신 건강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처음 오시는 분들 중에 심리적으로, 신체적으로 조금 힘든 분들이 오시면, 함께 열심히 걷자고 얘기를 하며 독려를 한다. 나 역시 걸으며 힘든상황을 극복하였기에 그렇게 자신 있게 말씀 드릴 수가 있다.


지금은 걷기는 나에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삶의 어려운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하기도 하고, 주치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제는 걷기로 받은 감사함을 걷기로 다른 분들에게 나눠줄 때이다. 걷기동호회에서 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매주 수요일 저녁 걷기와 주말에 서울 둘레길을 안내하며 동회회 회원들과 함께 걷고 있다. 전에는 나 자신을 위해 걸었다면, 이제는 다른 분들과 함께 좋은 것을 나누기 위해 걷는다. 꾸준히 걷고 좋은 길을 찾아 길 안내를 하다 보면 걷기를 통한 다양한 활동을 할 기회가 올 것이다. 무엇을 찾아 나서기 보다는, 내게 온 기회를 잘 활용하고 최선을 다 하는 것이 현명한 삶의 기술이다.


‘이야기 보따리 TV’에서 퇴직자의 삶을 다루는 일반 서민들의 영상을 만들어 유투브에 업로드 하고 있다. 다른 분의 추천으로 나의 얘기가 나오게 되었다. 업로드 하기 전에 미리 내게 자료를 보내 주며 검토를 의뢰하셨다. 네 편의 동영상을 보니, 60년 간 살아 온 나의 인생이 단 30분으로 정리가 되었다. 인생 무상이다. 죽는 순간 살아온 삶의 모습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눈 앞에 펼쳐진다고 한다. 네 편의 동영상을 보며 죽기 전에 볼 수 있는 파노라마를 미리 보았다는 생각이 든다. 죽기 직전 바로라마를 보며 스스로에게 창피한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자나간 과거는 바꿀 수 없다. 앞으로 남은 삶이라도 잘 살아서 죽음의 길목에서 눈 앞에 펼쳐지는 영상을 보며 미소 짓고 싶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아야 하는 이유이고, 걷기를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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