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0년 4월 10일 (집 – 한강변 – 노을공원 주면 길 – 문화 비축기지- 집, 10km)
2020년 4월 11일 (구파발역 – 이말산 – 매봉 – 북한산 둘레길 – 불광역 12km)
누적거리: 728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혼자 걷는 것은 그 나름대로 재미가 있고, 함께 걷는 것도 그 나름대로 즐거움이 있다. 홀로 걸으며 몸의 감각을 느껴 본다. 어깨에서 느껴지는 무게감, 손에서 느껴지는 시원한 바람 느낌, 허벅지와 다리의 움직임, 발에서 느껴지는 여러 감각들, 귀에 들리는 다양한 소리들, 눈에 보이는 정경들, 어느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고 느껴지는 대로 느끼며 걷는다. 그러다 생각이 들어오면 그 생각을 잠시 하다가 다시 몸의 감각을 느껴본다. 그렇게 한 시간 이상 걷다 보면 저절로 감각이나 생각들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면 그냥 그런 상태로 걷는다. 꼭 무엇을 느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느껴질 때는 잠시 그 느낌에 집중하다가 변하면 그 변하는 것을 바라본다. 모든 것은 나타났다 사라진다. 영원한 것은 없다. 무상이다.
중간에 휴식을 취하며 준비해 온 커피를 한잔 타 마시고, 과일도 먹는다. 짐이 늘어난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따뜻한 물이나 차, 그리고 과일이 전부였는데, 이제는 커피와 컵이 더 늘어났다. 또한 책 한 권도 배낭에 넣어 들고 왔다. 걷다가 책 읽기 좋은 곳이 있으면 느긋하게 책을 읽으며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그런 단계에 접어들지는 못했다. 그저 걷기에 바쁘고 빨리 마치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 다행스럽게 바람이 제법 불어서 책 읽기에도 편안한 환경이 되지 못했다. 좋은 핑곗거리를 찾은 것이다. 누군가가 등산하다 잠시 쉬며 바위 또는 계곡 근처에 자리 잡고 책을 읽는 여유와 즐거움을 느껴보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아직 내게는 그런 마음의 여유가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뭔가 쫓기는 느낌도 있고, 하던 일은 빨리 마쳐야 한다는 강박도 있는 것 같다.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느긋한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주말 걷기 모임에 참석했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인 요즘 집안에 있는 것이 답답해서인지 마스크를 쓰고 20여 명이 모였다. 심지어는 산을 걸을 때에도 마스크를 벗지 않는 사람도 있고, 산에서 대로변으로 나오면 모두 마스크를 쓰기도 한다. 코로나가 바꾸어 놓은 현상이다. 자신만을 위한 마스크가 아닌 타인을 위한 배려용 마스크이다. 이제는 그런 모습이 낯설지 않고, 오히려 마스크를 안 쓰고 얘기하거나 걸어 다니는 모습이 낯설다. 코로나는 그간 잃어버렸던 삶의 태도를 되찾고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경고와 교훈을 주고 있다. 대면 관계의 중요성을 대면을 꺼리게 되면서 더욱 뼈저리게 느끼고, 집 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정과 가족의 소중함도 느끼게 되며, 생필품에 대한 낭비와 무관심에서 소중함과 중요성을 느끼기도 한다. 세상 이치는 모두 같다. 결국 어떠한 나쁜 상황도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는 우주의 질서와 섭리를.
뒤풀이 장소에서 음식을 먹으면서도 자신의 수저를 찌게 냄비 속에 넣는 사람이 없고, 모두 찌개용 국자를 이용한다. 서로를 위한 배려의 행동이다. 이제는 그런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아주 오래전에 미국에서 생활하던 친구가 했던 얘기가 생각난다. 찌개에 각자 먹던 수저를 넣어 음식을 덜어내고 먹는 행위는 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그때는 그 말을 무시했고 그것이 한국의 문화라고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각자의 건강을 위해 그런 예의는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뒤풀이 2차 장소로 커피숍에 들어갔다. 총인원이 여덟 명이었는데, 우리 인원이 딱 들어갈만한 룸이 별도로 있어서 편안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각자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나이, 사회적 경험, 성별이 다른 성인들이 동호회 활동을 하며 느끼는 즐거움도 있지만, 갈등도 있다. 그것이 우리네 삶이다. 가족끼리도 불편해서 다투기도 하는데, 동호회에서 갈등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모두 현명하다. 그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을 찾거나, 또는 자신의 의견을 포기하고 대중의 의견을 존중하며 따르기도 한다. 물론 그 갈등을 해소하지 못해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동호회에서 8년 넘게 활동하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어느 곳을 가든 그런 갈등은 늘 있기 마련이고, 이곳이 싫어서 떠난 사람은 다른 곳에서도 또 떠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갈등과 불만이 없을 수 없다. 다만 그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지혜롭게 극복하면 그만큼 삶이 풍부해지고 마음의 폭이 넓어진다. 그 반대의 경우에는 자신의 폭이 좁아져 점점 더 자기 안에 갇혀서 사람들과 사회와 단절을 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고통, 갈등, 불화를 통해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동호회에서 나보다 일찍 활동했던 분들 몇 명이 아직도 열심히 활동 중이며, 그분들은 모두 카페 매니저를 역임하거나 지금 하고 있는 분들이다. 취미로 또는 어떤 이유로 가입을 했던 상관없이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카페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분들이다. 그분들의 변화하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런 분들을 보며 많이 배우고 있다. 길을 걸으며 단순히 신체적 건강만을 챙기는 것이 아니고, 심리적 건강과 정신적 성숙도 챙길 수 있다. 걷기가 좋은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