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077]

바쁜 하루

by 걷고

코스: 20200617 서울 둘레길 답사 (화랑대역 – 양원역 4km)

수요 걷기 리딩 (하늘공원 – 메타세쿼이아 길 10km)

누적거리: 1,157km

평균 속도: 3.9 km/h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오늘은 바쁜 날이었다. 마음 복지관 상담이 시작되었다. 내담자와 첫 대면 상담을 한 후, 서둘러 서울 둘레길 답사를 다녀왔다. 약 두 달 전에 답사를 다녀왔는데, 금주 토요일 걷기 리딩을 할 코스 중 일부가 명확하지 않아 다시 한번 다녀왔다. 홀로 걷는 것은 상관없지만, 동호회 회원들을 이끌고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답사가 필요하다. 회원들에게 불필요한 피로감을 줄 필요는 없다. 그런 이유로 코스 중 일부를 다시 한번 걸으며 점검했던 것이다. 덕분에 이 길에 대한 확실한 알 수 있게 되었고, 앞으로 누구와 함께 걸어도 자신 있게 안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답사를 다녀온 후 집에서 잠시 쉬었다가 수요 저녁 걷기 리딩을 위해 집을 나섰다. 다행스럽게 몸이 별로 피곤하지 않아 가볍게 걸을 수 있었다. 약속 장소에 조금 일찍 도착해서 참석자들을 기다리며 간단하게 몸을 풀었다. 함께 모여 인사를 한 후에 걷기 시작했다. 매봉산 자락길을 지나 문화 비축기지에 도착했다. 저녁 시간에 이곳에 오면 늘 분위기가 아주 차분해서 마음도 편안해진다. 인적이 드물기도 하지만, 깨끗하게 정비된 길과 거칠지만 고풍스러운 느낌이 나는 석유탱크 시설들이 함께 어울려 마치 유적지에 들어온 느낌을 받는다. 사람들이 없어서 조용하기도 하고,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월드컵 경기장과 도로를 바라볼 수 있는 탁 트인 시야를 즐길 수도 있다.


문화 비축기지를 지나 희망의 숲길로 들어섰다. 바르고 높게 뻗은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가득한 이 길은 특히 야간에 신비스러운 느낌이 든다. 도로 옆에는 차들이 속도를 내어 달리고 있어서 소음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전혀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깜깜한 밤에 이 길을 걸으면 마치 원시림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늘 공원에 오르는 길은 나무 계단 길도 있지만, 희망의 숲길을 따라가면 돌계단으로 만들어 놓은 산 길이 있다. 이 길이 나무 계단보다는 오르기에 훨씬 편안하고 여유롭게 오를 수 있다. 하늘 공원에서 바라본 월드컵 경기장과 월드컵공원의 야경은 아주 일품이다. 또한 시내의 야경은 마치 영롱한 보석들이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 화려하다. 하지만 고급스럽게 화려하다.

1592399566847.jpg 오늘 찍은 하늘공원 길 사진
image.png 산티아고 메세타 평원 사진 (2017)

하늘 공원의 야경은 마치 산티아고에 온 느낌이 들 정도로 드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다. 푸른 풀들이 높게 자라 있고, 중간중간의 방사형 흙 길은 평원을 가르고 당당하게 길임을 선언하고 있다. 그 길 사진과 산티아고에서 찍은 사진을 비교해보니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비슷하다. 갑자기 산티아고가 그립다. 하늘 공원에서 바라본 한강 야경 또한 일품이다. 왼쪽에는 성산대교가 마치 한지로 다리를 만들어 놓은 느낌이 들 정도로 부드러운 붉은빛을 발하고 있다. 오른쪽에는 가양대교가 강한 붉은빛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그 너머에 아치형의 방화대교가 보인다. 한강의 대교들은 각자 고유한 조명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하늘공원에서 내려와 메타세쿼이아 길부터 침묵 걷기를 시작했다. 약 20분 정도 이 길과 희망의 숲길을 침묵 속에서 걸었다. 발의 느낌에 집중해보기도 하고, 오늘 한 일들을 되돌려보기도 했다. 깜깜한 희망의 숲길을 걸으며 침묵의 깊이는 점점 더 깊어졌다. 희망의 숲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종소리 명상을 함께 했다. 오늘따라 종을 치는데 도로를 달리는 소음이 조금 심하게 들려 집중할 수 없었고, 종소리도 네 번 치는 동안 소리가 일치하지 않았다. 소리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자 조금 마음이 불편했다. 앞으로는 이 코스를 걸을 경우 종소리 명상하는 장소를 다른 곳을 찾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오늘 하루는 이렇게 바쁘지만 편안하고 여유롭게 보냈다. 좋은 날이다. 오랜만에 바쁘게 움직이니 활력이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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