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준비해 온 일이 있다. 걷기 (Walking), 명상 (Meditation), 상담 (counselling)을 접목한 심신 힐링 프로그램이다. 명상을 꾸준히 수행해왔지만, 수행의 힘이 약해 경계에 부딪치면 힘들어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또 개인 사업을 하면서 힘들었을 때 걷고, 뛰고 하면서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했다. 심지어 하루에 50km를 걸었던 적도 있었다. 몸을 힘들게 하지 않고서는 잠을 이루지 못했던 적도 많았다. 상담 공부를 하면서 힘들었던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고, 많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개인 상담을 받으면서 자신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힘든 것은 결코 어제 하루의 일로 인해 힘든 것이 아니다. 태어나면서부터 경험했던 많은 상황으로 인해 상황을 직시하지 못하고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고통이 시작된다. 그 고통으로부터 빨리 벗어나기 위해 나름대로 전략과 방편을 사용하지만, 그런 것들 자체도 이미 오염된 상태에서 내린 결정이기에 삶의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한 두 번 정도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지난 세월과 비교해 보면 지금은 몸과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 걷기, 명상, 상담이 모두 도움이 되었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도움이 되었다. 길을 걸으며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신체적 건강이 회복되면서 침체된 심리적 상황이 개선되었다. 심리적으로 극복하기 힘든 상황에서 몸을 먼저 회복시키면 마음과 정신이 회복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명상은 지금-여기에 머물 수 있는 마음 근육을 키워주었다. 우리가 괴로운 이유는 마음이 현재에 머물지 못하고 과거나 미래에 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여기에 머무는 힘을 키우면서 또 그 시간을 늘리면서 그 시간만큼이라도 괴로움에서 벗어나 숨 쉴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명상은 마음 챙김을 통해서 부정적인 자동적 사고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상담을 통해서 자신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고, 기존의 반복된 방식에서 탈피한 대안을 찾을 수 있다. 대안을 찾으며 자율성을 회복하게 되면 새로운 사고의 틀로 같은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런 이유로 WMC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생각해왔고, 이제 그 첫걸음을 시작했다. WMC는 Walking (걷기), Meditation (명상), Counselling (상담)을 접목한 심신 힐링 프로그램이다. 길을 걸으며 사람들과 대화를 하기도 하고 홀로 걷기도 한다. 일정 구간 침묵 걷기 시간을 갖고, 그 시간에 걷기 명상을 한다. 걷기를 마친 후에 종소리 명상을 잠깐 하고, 집단 상담 형식으로 느낌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열 명 이내의 참석인원으로 제한하여 서로에게 집중하고 편안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수수 책방에서 WMC 첫 프로그램 참석자분들을 모아주기로 했다. 고마운 일이다. 수수 책방을 찾아오시는 동네 주민을 대상으로 7월에 첫 모임을 갖는다. 8월부터는 내가 자체적으로 인원을 모집하여 월 1회 모임을 할 생각이다. 연말까지 월 1회 모임을 갖고, 피드백을 받은 후에 내년부터 WMC 8이라는 8주 프로그램을 시작할 생각이다. 집단 상담 형식의 집단 모임과 개인 상담을 같이 진행해 볼 생각이다. 서울 둘레길 함께 가는 걷기 프로그램도 포함시킬 생각이다.
제목을 ‘걷고의 걷기 학교’라고 만들었다. ‘걷고’는 내가 걷기 모임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이다. 이 이름을 사용한 지 8년이 넘었고, 지금은 본명이나 법명보다 ‘걷고’라는 이름이 훨씬 더 친근감이 있고 편안하다. 단순한 ‘걷기 모임’이 아닌 ‘걷기 학교’라고 한 이유는 걷고, 떠들고, 먹고 마시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시켜 주기 위한 나름의 형식이다. 단순히 신체적 운동만을 위한 것이라면 걷기보다 신체 활동을 더욱 강화시켜 줄 많은 운동법이 있을 것이다. ‘걷기 학교’는 걷기를 통해 몸의 감각을 느끼고, 자신의 내면을 살피며, 건강한 심심의 회복 및 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걷기 학교’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올 연말까지 차분히 준비하고 보완하여, 내년부터 좀 더 적극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한다. 그 이전에 지금 준비하고 있는 책 ‘나는 왜 걷는가?’ (가제)를 발간하여, 책 말미에 ‘걷기 학교’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게재하려고 한다. 천천히 놀듯이, 밥 먹듯이, 즐겁게 준비하고 싶다. 급한 일이 아니다. 평생 할 놀 거리, 일 거리, 할 일이다. 여유롭게 생각하고 쉬며, 놀며, 웃으며, 즐기며, 때로는 진지하게 할 것이다. 평생 할 일이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밝은 활기가 생긴다.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