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106]

코로나 일상

by 걷고

코스: 20200823 – 20200825 25km

누적거리: 1,702

평균속도: 4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코로나 여파로 별로 많지도 않은 외부 일정마저 없어져 버렸다. 하지만 그 덕분에 오히려 한가하고 여유롭고 단순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단순한 일상의 편안함을 느끼며 그간 뭔가에 쫓기듯, 또 바쁜 일정이 잘 살고 있는 것처럼 살아온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꼭 필요하지 않은 모임은 저절로 사라졌다.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잘못된 생활 습관을 고쳐보기도 하고, 시간 활용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방법을 시도하기도 한다. 아내와 둘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함께 하면서 동시에 홀로 지내는 현명한 방법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에 아내는 내가 쓰고 있는 책상 맞은편에서 태블릿 PC로 자신의 관심사를 찾아보고 있다.

보통 아침 7시경 일어난다. 한 시간 상담 전공 공부를 한 후에 아침 식사를 한다. 식사 후 신문을 보고, 한 시간 명상을 한다. 화상 상담 예약이 있는 날은 집에서 화상 상담을 한다. 점심 식사 후 한 시간 정도 낮잠을 자고, 오후에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오후 5시경 나가서 두 시간 정도 걷고 집에 돌아오면 저녁 7시가 넘는다. 저녁 식사 후 아내와 TV를 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11시경 잠을 잔다. 일정이 단순하다. 그러면서도 하루 종일 뭔가 할 일이 있고, 시간이 오히려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루가 잘 지나간다. 걷기 길 안내를 맡은 날 저녁은 함께 걷고 집에 돌아오면 늦은 밤이 된다. 주말에는 길 안내를 위한 답사를 가거나, 주말 걷기에 참석해서 걷는다. 손녀가 집에 오거나 우리가 손녀를 보러 딸애 집에 가기도 한다. 내일 손녀가 우리 집에 와서 토요일에 돌아간다. 외부 일정이 줄어들면서 홀로 있는 시간,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점점 더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요즘은 명상과 심리치료 관련된 책을 주로 읽고 있다. 이 분야는 오래전부터 관심 갖고 있는 분야다. 걷기를 이 두 가지에 접목하여 심신 치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며 살아가는 것이 평생 할 일이다. 심리 상담 역시 평생 할 일이다. 평생 할 일을 찾은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다. 할 일 자체가 좋아하는 일이고, 남을 도울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도 기쁘다. 명상, 상담, 걷기 모두 심신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아주 좋은 도구다. 다만 방법을 제대로 알고, 좋은 선생을 만나 지도 받고, 바르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 명상하고 상담 공부하는 이유는 심신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참가자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좋은 의도는 올바른 노력이 있어야 유지될 수 있다. 무엇보다 자신과 누군가를 위해 꾸준한 공부와 수행을 하는 것이 훨씬 더 하루를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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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명상과 심리치료 입문’이라는 책을 읽었다. 명상을 오랫동안 수행한 심리학자이자 명상 지도자가 쓴 책이다. 심리적으로 고통받는 이유와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십우도 (十牛圖)’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십우도’는 ‘심우도(尋牛圖)’라고도 하는 열 장으로 구성된 깨달음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불화(佛畵)다. 저자는 이 책에서 행동 이전에 의도가 있고, 의도 이전에는 자아상(自我像) 있다고 한다. 자아상은 경험에 의해 내재화된 자신의 모습이다. 본래 자신의 모습이 아닌 조건화된 오염된 모습이다. 오염된 자아상으로부터 시작된 의도는 이미 오염이 되어 있고, 그로 인한 행동과 결과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자아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자아상'이 '자기'가 아니라는 자각이다. 자각한 후에는 끊임없는 연습이 필요하다. 연습의 방법이 바로 명상이다. 이 책에는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작업 매뉴얼을 실어서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어제저녁에 한강변을 걸었다. 코로나 2단계로 모두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를 실천하는 시기에도 많은 사람들이 한강변에 나와 건강하게 활동하고 있다. 마라톤 하는 사람들, 자전거 타는 사람들, 애완견과 산책하는 사람들, 가족끼리 한강 공원에 텐트 치고 즐겁게 지내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모두 슬기롭고 활기차게 살아가고 있다. 걷기 동호회 모임에서도 인원을 9명으로 제한하자 빨리 신청하는 분들이 생기면서 참석 대기를 올리는 분들이 늘어났다. 힘든 시기에 상황 속에 갇혀 살지 않고, 정부 지침을 따르며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적극적인 모습이 아름답다. 수해로 고통받고 있는 분들, 코로나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분들, 그리고 오늘, 내일 다가올 태풍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분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분들이 모두 평화롭고 행복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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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 한강변을 걸으며 구름에 가려진 태양이 서서히 나타나며 멋진 노을 풍경을 만들어냈다. 태양이 없어진 것이 아니고, 단지 구름에 가려진 것이다. 우리네 삶도 고통으로 인해 행복이 사라진 것이 아니고, 고통으로 인해 행복이 당분간 가려진 것에 불과하다. 실은 행복과 불행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 마음속에서 만들어 낸 관념에 불과하다. 삶은 그냥 삶일 뿐이다. 추위도 더위도 그냥 날씨에 불과하듯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지혜로운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습이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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