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113]

그리움

by 걷고

코스: 20200913 – 20200920 121km

누적거리: 2,044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추석이 다가옵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예전의 추석은 선물 보따리를 들고 고향으로 내려가서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는 설렘과 반가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금년에는 그런 풍경을 볼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효자는 부모님 생각해서 귀향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비단 부모님, 가족들과의 관계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지인들과의 모임도 마찬가지입니다. ‘보고 싶지 않은 친구는 만납니다.’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며칠 전 친구 세 명을 만나 오랜만에 만취했습니다. 오랜 기간 자주 만나 즐겁게 술 마시며 수다 떠는 친구들이었지만, 봄에 만나고 며칠 전에 만난 것입니다. 코로나로 서로 조심하다 보니 먼저 선뜻 만나자는 얘기를 하기가 조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서로 일정을 과감하게 조정해서 용기를 내어 만났습니다.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 이렇게 소중하고 고맙고 좋은 일인지 눈물이 날 정도로 너무 반갑고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건강을 조심하자며 술을 천천히 조금씩 마시다가 일정 수준이 넘어가자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호기롭게 술을 마셨습니다. 모임 끝나기 전에 다음번에는 함께 걷고 술 한잔하자고 날을 미리 잡았습니다.

어제는 40여 년간 알고 지낸 선후배님들 세 명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따져보니 금년 2월경 만난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벌써 훌쩍 7, 8 개월이 지났습니다. 나이가 들면 세월이 빨리 간다고 하는데, 그 말씀은 진리입니다. 모두 현역에서 물러난 예전의 용사들은 맛난 음식을 먹고 더치 페이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이제는 누군가가 혼자 지불하기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서로를 위한 배려를 한 것입니다. 오랜 기간 만난 만큼 굳이 군더더기 같은 말이 필요하지 않아서 편했습니다. 서로 살고 있는 일상을 공유하며 즐거운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이런 사소한 얘기가 우리 삶을 만들어간다는 것을 늦게나마 알 수 있게 된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자주 볼 수 있을지 잘 모르겠으니 자주 보자고 하며 다음 만남을 미리 약속했습니다.

광화문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9시경 나왔는데 예전의 ‘불금’은 이미 실종되어 버렸습니다. 마치 죽은 도시처럼 생기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대신 문 닫은 상점들과 썰렁한 커피숍, 그리고 간혹 길 가 편의점 주변에서 맥주 마시는 사람들만 볼 수 있었습니다. 도심이 어둡고 썰렁했고 스산했습니다. 버스 정류장 가는 길도 쓸쓸하고 어떤 활기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이나 실직, 정직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의 마음속은 더욱 황량할 것 같습니다.

요즘 걷기 동호회에서도 참석 인원을 제한하고 모두 마스크를 쓰고 걷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출발 시간이 되어서야 참석 댓글을 달고 나오셨던 분들이, 요즘은 걷기 공지를 올리자마자 마치 서로 경쟁하듯 먼저 참석 댓글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는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취소자 대신 참석하려고 대기자 명단에 올리는 분들도 생겼습니다. 코로나가 만든 변화입니다. 걷기 모임 안내를 하면서 사람들이 즐겁게 수다 떠는 모습을 보며 기쁨과 동시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됩니다. 얼마나 사람들이 그리웠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그들의 수다가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들리기도 하면서 동시에 슬프게 느껴지기도 하는 이유입니다.

사람들끼리 모여 살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 삶이라는 사실을 새삼 절실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평상시 편하고 쉽게 만났던 사람들의 존재감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다 갖추어도 주변에 사람들이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마치 국민 없는 통치자가 무의미하듯이. 일상의 소소한 행복, 사람 만나고 얘기하는 것, 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느낄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어떤 사람으로 인해 괴로웠던 시절조차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느껴지며 그 사람들도 그립습니다. 그런 분들조차도 그리운데, 좋은 추억을 공유했던 분들, 고마웠던 분들, 가까이 있으면서 너무 가까워 고마움을 몰랐던 분들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사무치겠습니까? 지금 만나는 모든 분들이 너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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