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피하는 방법
날짜와 거리: 20210624 - 20210625 24km
코스: 서울 둘레길 구파발역에서 증산역까지 외
평균 속도: 3.5km
누적거리: 4,260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오늘 서울 둘레길 구파발역에서 증산역 구간을 다녀왔다. 오전 10시에 출발해서 오후 1시 반경 마쳤다. 날씨가 덥고 계단이 많은 이 길을 시원한 바람과 숲길 덕분에 잘 걸을 수 있었다. 걸어보니 증산역에서 구파발역 방향으로 걷는 것보다는 수월한 편이다. 숨을 헉헉거리며 계단을 오르며 고통과 희열을 동시에 느낀다. 힘든 것은 고통이고, 그 힘든 일을 한다는 것이 내게는 희열이다. 한 여름 집안에 푹 쳐져 있는 것보다는 다소 고통스럽더라도 힘든 길을 걷는 것이 심신 건강에 훨씬 더 좋다. 힘든 길을 길 전부가 힘든 것이 아니다. 힘든 구간을 지나면 편안한 구간이 온다. 인생살이와 길은 그런 면에서 같다.
여름휴가철이 다가온다. 해수욕장에는 인파가 몰린다고 한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정부에서도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방침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감염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나오고 있다. 올여름 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일차 접종은 이미 받았고 이차 접종이 8월 23일로 예정되어 있다. 접종 후 2주가 지나야 면역이 형성된다고 한다. 9월 초 까지는 밀집, 밀접, 밀폐 공간을 피할 생각이다. 자신과 타인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이다.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아무리 달려 봐도 태양은 계속 내 위에 있고 (.............) 제대로 살고 싶어 제대로 살고 싶어.” 비의 노래 ‘태양을 피하는 방법’에 나오는 가사이다. 태양을 피하고 제대로 살기 위해 고생을 자처하며 힘들게 먼 곳으로 떠날 필요는 없다. 태양과 무더위를 피할 수 있고, 시원한 바람이 있고, 즐거운 놀 거리, 할 거리가 있다면 이 보다 더 좋은 피서는 없을 것이다. 내게는 그런 곳이 두 군데나 있다.
그중 한 곳이 구립 증산 정보도서관이다. 집에서 걸어서 단 오 분 거리에 있다. 도서관 좌석도 거리 두기를 하고 있어서 여유롭고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다. 디지털 자료실에 가면 영화도 무료로 볼 수 있다. 자료실에서는 원하는 책을 마음껏 골라 읽을 수 있다. 한 시간 간격으로 관리자가 도서관 창문을 열어 환기시킨다. 같은 공간에 평상시보다 반 정도의 인원만 들어갈 수 있어서 분위기는 더욱 쾌적하고 조용하다. 이 좋은 환경에서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며 한 여름 보내는 것보다 더 좋은 피서 방법을 나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한 여름에 읽는 책으로는 대하소설이 제격이다. 작가의 땀과 열정이 만들어 낸 대하소설을 읽으며 손에 땀이 나고 스릴감도 느낄 수 있다. 지금 송은일의 대하소설 ‘반야’를 읽고 있다. 총 열 권으로 편집된 책으로 지금 9권을 읽고 있다.
또 한 곳은 증산동에 위치한 봉산이다. 아파트 후문에서 약 10미터만 가면 바로 봉산 진입로다. 이 봉산은 은평 둘레길 코스 중 하나면서 동시에 서울 둘레길 코스 중 일부이다. 짧게 걷고 싶으면 봉산 봉수대를 지나 서오릉로로 내려온다. 천천히 산책하듯 걸으면 약 두 시간 정도 걸린다. 더 걷고 싶으면 봉산 생태다리를 통해 앵봉산을 넘어 구파발역까지 가면 된다. 약 네 시간 정도 소요된다. 숲이 울창한 이 길을 걸으면 나무 그늘이 태양을 가려준다. 낮은 산이지만 사방이 뚫려있어서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조용히 산길을 걸으며 건강도 지키고, 태양도 피하고,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피서 방법이다. 혼자 걸으며 사색할 수도 있고, 가까운 길동무들과 함께 걸으며 좋은 추억을 만들 수도 있다.
휴가는 re-creation (재창조)를 위한 충전의 시간이다. 지친 사람들에게는 휴식의 시간을, 가족들과 함께 보낼 시간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가족과 여유로운 시간을, 은퇴자들에게는 행복한 노후를 위한 준비를, 가정주부들에게는 고된 가사에서 해방을, 구직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는 잠깐의 여유 시간을 주며 심리적, 육체적으로 소진된 사람들을 위한 충전의 시간이다. 일상의 피곤에서 벗어나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이 휴가이다. 대중에 휩쓸리지 않고 태양을 피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워줄 자신만의 휴가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