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만으로 판단할 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재밋거리 정도로 생각했었다. 나이 들어가면서 유쾌하게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라는 궁금증도 있었다. 동시에 과연 나는 지금 유쾌하게 살아가고 있을까 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기도 했다. 책을 읽은 후 비록 짧고 간결한 문장이지만 저자의 뛰어난 통찰력이 배어난 깊이 있는 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아마 나이가 지긋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경험도 갖고 있고, 삶 속에서 수많은 굴곡을 겪어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경험과 경험을 통한 성찰, 그리고 시행착오를 반복적으로 겪으며 서서히 삶의 방향을 찾아가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지 않았다면 이런 책을 쓸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서문에서 밝혀 놓았다. “이 작은 책은 인생에서 가능한 한 실수를 줄이고 성공적으로 나이 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 독자들에게 부탁하는 것은 단 하나,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기꺼이, 완전하게 바꿔보라는 바람이다. 세상살이에서 어떤 자극을 받았을 때 타성으로 굳어버린 반응과 충돌하지 않도록 경계하라. 그러면 완벽한 인생은 영원히 당신 것이 된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58가지의 방법을 때로는 재미있게, 진지하게, 다소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부드럽고 따뜻한 표현으로, 매우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의 다소 냉소적이고 비판적이고 세상사와 무관한 듯한 표현은 세상을 등지거나 미워하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아니고, 오히려 세상사의 풍파를 겪어 봤기에 다소 떨어져서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각 개인마다 자신이 겪고 있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얘기한다. 그 마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 당시 그 사람의 상황에서 그만큼 힘든 주관적인 고통을 받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떨어져서 그 사람을 바라본다면, 그다지 호들갑 떨 일이 아니라는 사실도 느낄 수 있다. 58가지 규칙들을 글로 정리한 후 다시 한번 읽어 보았다.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모든 생각과 고민 등을 흘려보내는 것,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 것, 친구들과의 관계, 그리고 나이 들어가면서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얘기를 풀어내고 있다.
명상은 일어난 생각이나 감정, 감각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다. 어떤 판단이나 기준으로 평가하지 말고 그냥 알아차리고는 붙잡지 말고 흘려보내는 것이다. 스즈키 순류 선사는 “명상은 잡념이 올라오는 것이고, 깨달음은 잡념을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명상의 정의를 아주 쉽고 간결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대부분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올라오면 그 감정을 붙잡거나 과거의 기억까지 소환해서 감정에 불을 붙이며 더욱 괴로워한다. 흘려보내는 것이야 말로 바로 삶의 지혜이고 명상이다. 금강경에 ‘응작여시관(應作如是觀)’이라는 경구가 나온다. ‘단지 바라 볼뿐’이라는 의미다. 바라보면 알아차리게 되고, 알아차리면 벗어나게 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고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타인의 비위만 맞추거나 타인의 시선이 삶의 중심이 되어 껍데기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는 경우가 있다. 누구나 어느 정도는 이런 면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의 삶의 기준이 자신이 아니고 타인이 된다는 점이다.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을 하며 성취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 일 자체가 전적으로 그들의 기대에 맞추기 위한 것이라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자신이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주체적인 삶이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이 될 수는 있지만, 전적으로 그들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게다가 모든 판단의 기준이 부모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이라면 주인은 사라지고 도둑이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같은 꼴이다. 저자의 ‘규칙 2’에 나오는 글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당신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친구들과의 관계에 대해 저자는 재미있는 얘기를 한다. “외로움보다는 싸움이 낫다. 하지만 친하지 않은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외로움이 낫다.” (규칙 19 & 20) 늘 서로 티격태격 다투며 지내던 나이 드신 분들 중 한 분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에 남은 사람은 외로움으로 힘들게 살아간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관계는 매우 가깝고 친하고 오래된 관계일 것이다. 오랜 인연인데도 서로 의견이 다르거나 불편하다고 만나지 않는다면 스스로 고립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외롭다고 잘 모르거나 친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며 시간과 에너지, 돈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외로움은 나이 들어가는 데 있어서 매우 치명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새로운 친구나 잘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새로운 취미나 운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나이 들어가면서 잘 살아가기 위한 삶의 태도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속도를 늦추지 말라” (규칙 38)고 하며 끊임없는 도전을 강조한다. 나이 때문에, 늙어서, 힘이 없어서 등은 하나의 핑계에 불과하다. 나이 들었으니 설사 도전에 실패해도 크게 상처 받지 않을 수 있다. 그냥 한번 도전해 보는 거다. 그 일을 하는 과정 동안 살아있다는 생동감을 느낄 수도 있고, 성취 후의 기쁨을 만끽할 수도 있다. “자신을 상징하는 옷차림을 만들어라”(규칙 39)는 규칙은 늘 생각해 오던 것이다. 최근에는 등산복으로 할까, 모자를 써볼까, 목걸이를 하나 하고 다닐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아내와 지인들과 상의해서 나를 상징할 수 있는 한 가지 아이템이라고 하고 다니는 것도 유쾌한 일이다.
“명성을 좇지 않되 있으나 마나 한 존재는 되지 말라.” (규칙 44)와 “묵묵하게, 그리고 꾸준히! 이것이 경주에서 이기는 비결이다.” (규칙 45)는 자신의 삶을 방향을 만들어 꾸준히 그 길을 가라는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조언이다. 이 글이 나의 길을 응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규칙 44’의 부연 설명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재는 가장 좋은 척도는 그의 삶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는가의 여부에 달려있다.”(본문 중에서)고 말하고 있다. 많은 선배들은 타인에게 또는 다른 존재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이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무슨 일이든 돈 때문에 하지 말라.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규칙 53)라는 조언도 하고 있다. 나이 들어가면서 경제활동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삶의 질이 떨어진다면 매우 슬픈 일이 될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부수적으로 수입이 생길 수 있는 일거리, 할 거리, 놀 거리를 찾는 것이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필요한 일이다. 그 일이 다른 존재들을 위한 일이라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자신의 삶의 방향과 방법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하고,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멈추지 말고, 꾸준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길을 찾은 후에는 그 길로 전진해가야 한다. 오랜만에 좋은 책을 만나 반갑고 즐겁다. 이 또한 나이 들어가면서 느끼는 삶의 재미이자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