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모임에서 한 분이 매일 성경 공부를 하신다고 말씀하셨다. 배고프면 음식을 먹으면 되는데 마음이나 영혼이 허기를 느낄 때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시다 성경을 읽으며 마음을 채우기로 하셨다고 한다. 20년 이상 하루에 단 한 줄을 읽더라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해오고 있다고 한다. 귀담아 들어야 하는 말씀이다. 무엇인가를 꾸준히 매일 한다는 것은 삶의 균형을 잡아주고 일상의 지친 심신을 회복할 수 있는 복원력을 만들어준다. 더군다나 신자로서 성경 공부를 하는 것은 목마른 자가 샘물을 마시듯 갈증을 해소함을 물론이요 마음까지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그분 말씀을 듣고 불자로서 자신을 돌아보았다. 그간 불교 공부를 한다고 하면서도 경전 한 권 제대로 읽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수행을 한다고 하면서도 제대로 수행을 한 적도 별로 없는 것 같다. 겉으로만 불자 행세를 하고, 불교에 대해서 아는 척만 하고 다니는 매우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생각에 얼굴이 붉어진다. 스승님을 만나 공부를 하면서도 스승님의 말씀을 따르기보다는 습관적이고 익숙한 삶의 태도를 유지하며 살아왔다. 공부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자꾸 업만 쌓으며 살아가고 있다. 명상 관련 서적을 몇 권 읽거나, 스님들의 법문집 몇 권 읽은 것이 살림살이의 전부이다. 빈약하고 초라하고 볼 품 없는 살림살이다.
그분의 말씀을 듣고 집으로 돌아와 서재의 책을 둘러보았다. 니까야 전집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부터 니까야를 읽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두어 번 시도했지만, 며칠 못 가 중단되기도 했다. 신자로서 성경 공부를 하듯이, 불자로서 니까야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묵 스님께서 완역한 니까야 전집을 갖고 있어서 다행이다. 그동안 부처님의 육성이 담긴 니까야를 제대로 읽지도 않으면서 장식용으로 서재에 꽂아두고 있었다. 니까야 전집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불자로서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자책감이 들기도 했다.
니까야는 부처님께서 법문 하신 말씀을 아난존자가 기억해서 염송 하고, 부처님 제자들이 결집해서 아난존자의 염송을 확인한 것을 모아 놓은 법문이다. 쿳다까 니까야를 제외한 4부 니까야는 아함경으로 한역되었다. 각묵 스님께서 완역한 4부 니까야는 디가 니까야(3권), 맛지마 니까야(4권), 상윳따 니까야(6권), 앙굿따라 니까야(6권)로 구성되어 있다. 니까야는 부처님 육성을 직접 들을 수 있는 팔리어 불교 경전이다. 부처님 육성을 들으며, 부처님 말씀을 읽으며 허전한 마음을 채우고 싶다. 그분처럼 매일 단 한 줄을 읽더라도 빠지지 않고 공부하며 익숙하지 않은 마음의 길을 걷고 싶다. 언젠가는 그 길이 매우 익숙한 길이 될 것이다.
니까야를 완독 하는데 일 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분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니까야만 읽었다고 한다. 니까야는 운율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같은 말씀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반복적인 것을 모두 기록하면 책의 분량이 늘어나서 같은 말씀은 생략하는 방식으로 편집되어 있다. 부처님의 육성을 듣고 싶은 그분은 반복되는 부분도 모두 소리 내어 읽었다고 한다. 글을 쓰실 때 니까야의 구절을 쓴 후에 그 내용에 적합한 글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글을 보내주신 분이 있었다. 그 글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는 기억이 살아난다. 두 분의 말씀과 글이 앞으로 니까야를 읽으며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니까야 완독을 목표로 매일 빠지지 않고 읽으려고 원을 세운다. 부처님 말씀 중 기억하고 싶은 말씀을 적은 후에 나의 의견을 첨부하는 형식으로 글을 꾸준히 쓰고 싶다. 언젠가는 이 글들이 모여져서 한 권의 책으로 발간되어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글의 제목을 ‘부처님 육성을 읽다’로 정했다. 니까야를 읽으며 부처님 육성을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지은 제목이다. 다만 이 제목 하에 쓸 글들이 부처님 육성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처음에는 많이 어색할 수도 있고, 전달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높을 것이다. 살림살이가 빈약하기에 나오는 글 역시 빈약하고 초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니까야 공부를 계속해 나가면서 내면의 힘이 쌓이면 글의 내용도 점점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는 나의 성장기가 될 것이다. 니까야를 읽으며 받은 느낌을 쓴 글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글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대반열반경>에 의하면 ‘방일하지 말고 [해야 할 바를 모두] 성취하라.’는 것이 여래의 마지막 유훈이시다. 주석서에는 이 말씀을 ‘마음 챙김의 현전’을 통해서 해야 할 바를 모두 성취하라는 말씀이다. 이와 같이 세존께서는 반열반하시는 침상에 누우셔서 45년 동안 주셨던 교계 모두를 불방일(不放逸)이라는 단어에 담아서 주셨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 불방일과 동의어인 마음 챙김의 현전이야말로 부처님 45년 설법을 마무리하는 굉장한 가르침이라고 복주서와 주석서는 강조하고 있다.” (역자 서문 중)
부처님의 유훈이 바로 ‘불방일’이다. 게으르지 말고 정진하라는 말씀이다. 지금 발원한 니까야 완독과 ‘부처님 육성을 읽다’라는 글쓰기를 꾸준히 게으르지 않게 하며 수행의 방편으로, 또 삶의 기준으로 삼으려 한다. 부처님과의 귀한 인연, 불법을 만난 귀한 인연, 여러 도반을 만난 귀한 인연에 진심으로 감사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