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연히 브런치 스토리를 보니 필명인 ‘걷고’ 아래에 ‘여행 분야 크리에이터’라는 문구가 보인다. 처음 보는 문구여서 검색해 보니 글을 꾸준히 쓰고, 구독자 수가 어느 정도 되고, 한 분야에 대한 내용을 꾸준히 올리는 작가들에게 이런 타이틀을 붙여준다고 한다. 2017년 산티아고 다녀온 후 책을 발간하게 되었고, 그 이후에 브런치 작가로 활동했으니 약 6년 정도 글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 쓴 글이 773편으로 매년 약 130편 정도의 글을 쓴 편이다. 통계적으로 보니 매주 2.5 편을 썼다. 바쁜 날이나 지방에 갈 때도 있고, 집안 일로 글을 쓰지 못한 것을 고려하면 주 3편 정도의 글을 쓴 것이다.
‘여행 분야 크리에이터’라면 맛 집 탐방이나 유명 관광지 방문, 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알려주는 사람들에게 맞는 타이틀이 아닐까? 내가 쓰는 글의 주제는 걷기와 마음건강이다. 걷고 글을 쓰는 이유는 자신을 다스리기 위한 방편이다. 나는 걷고, 걷는 행위는 나를 만들어 간다. 나는 글을 쓰고, 글은 나를 만들어 간다. 내가 걷고 글을 쓰는 이유다. 가끔 글을 통해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경우가 있다. 글을 보고 내가 활동하고 있는 걷기 동호회를 물어본 후 참석해서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함께 걷기도 한다. 글을 보며 위안이 되고 힘이 된다고 하며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해서 차 한 잔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적도 있었다. 길동무 사진전 안내 글을 보고 사진전에 오셔서 우연히 마주친 경우도 있었다. 고맙고 힘이 된다는 댓글을 보며 좀 더 글을 신중하고 진솔하고 책임감 있게 쓰려고 노력한다.
나이 들어가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기도 하고, 소통 방법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만나는 사람들의 숫자나 모임의 숫자는 저절로 줄어든다. 굳이 만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만날 필요도 없고, 사회적 목적을 위한 방편으로 만날 필요도 없다. 중요하지만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이 시간과 에너지다. 이 소중한 것들을 의미 있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가끔 예전의 기억을 돌이켜보며 나를 존중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는 생각이 들어 억울한 적도 있었다. 요즘은 나도 존중하고 상대방도 나를 존중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물론 사람들과의 관계가 마음대로 되지는 않지만, 가능하면 이 원칙을 지키며 살고 싶다. 소통 방법도 만나서 얼굴 보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온라인으로 소통을 하기도 한다. 지금 대여섯 가지 SNS 활동을 하고 있다. 비록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서로 온라인에서 글을 쓰고 댓글을 주고받으며 안부를 묻기도 한다. 온라인에서 소통하는 친구들과 오랜만에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마치 최근에 만난 친구처럼 대화를 이어가는데 스스럼이 없다. 서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잘 보고 알고 있어서 편안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브런치에서 ‘여행 분야 크리에이터’라는 타이틀을 붙여주어 좋다. 하지만 어떤 타이틀이 주어지든 나는 나의 길을 갈 것이다. 지금처럼 걷고 글을 쓰며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낼 것이다. 가능하다면 ‘마음건강 크리에이터’라는 타이틀이 주어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는 개인적인 욕심일 뿐이다. 타이틀에 맞는 사람으로 살 필요가 없다. 나의 사는 모습을 보고 사람마다 나를 부르는 타이틀이 다를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와 함께 걷고, 나의 글을 보는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고 건강해지는 것이다. 나를 위해 걷는 것이 주변 사람들을 위한 행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나를 위해 쓰는 글이 주변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와 편안함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지금 경기 둘레길 완보한 내용을 책으로 발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원고 초안은 매주 후기를 쓰면서 정리하였고, 지금은 수정과 보완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출간 기획서를 만들어서 출판사에 투고할 생각이다. 지인이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어서 그분에게도 원고를 보낼 생각이다. 종이책 작업은 이 책까지만 출판할 생각이다. 그리고 매년 한 권의 전차책을 출간할 계획이다. 어느 가수는 매월 한 곡을 작곡하여 발표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대중이나 상업성과 상관없이 가수로서 자신의 일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 역시 전문 작가는 아니지만 브런치 작가로 또 글 쓰는 작업을 통해 자신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으로 매년 책 한 권을 발간하고 싶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대중성이나 상업적인 목적과는 상관없이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다.
‘여행 분야 크리에이터’라는 타이틀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어 생각을 글로 정리해 본다. 걷고 글 쓰는 이유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좋은 계기가 되었다. 활동하고 있는 SNS 프로필에 자신을 ‘걷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상담심리사’라고 썼다. 나를 한 마디로 잘 표현한 문장이다. 나는 나의 모습대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