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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고 May 26. 2024

우리 그냥 걸어요

나오는 글

이 글을 쓰기 위해 열다섯 명을 만났다. 그 중 네 명은 아직 자신의 얘기가 공개되는 것에 대해 자신이나 가족들이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해서 제외시켰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의 상처와 힘든 과거를 사람들에게 공개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 상처가 더 이상 자신을 아프게 하지 않고, 남들에게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극복이 되어야만 꺼내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공개되지는 않은 분들 포함하여 인터뷰에 응했던 모든 분들이 과거의 아픈 상처와 지금 안고 있는 고민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 편안해지길 바랄 뿐이다.      


여기에 나온 사람들은 용기가 있는 사람들이다. 과거의 상처로부터 벗어난 사람도 있고, 아직 회복 중인 사람도 있다. 이 분들이 기꺼이 인터뷰에 응하고 자신들의 얘기가 공개되는 것을 허락한 이유는 많은 사람들에게 걸으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힘든 상황을 걷기를 통해서 극복해 온 자신들의 경험을 지금 고통 속에서 헤매는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어서이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걷기’를 추천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언제 어디에서든 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선뜻 나서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문 밖으로 나와 걸으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 한다. 아픈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기가 어렵다. 이들은 과거의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마음속으로도 기도를 하거나,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며 함께 걷자고 손을 내밀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이 글은 삶의 고통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내미는 따뜻한 손길이다.     

 

힘들었던 시기에 걷기 동호회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 걸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서로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웃고 떠들며 시름을 떨쳐낼 수 있었다. 그런 순간이 주는 짧은 여유는 마음속 숨 쉴 공간을 확장시켜주는 삶의 마중물이 된다. 너무 지쳐있고 삶이 무기력할 때 사람들은 자꾸 뭔가를 더 해야만 한다는 불안감과 강박적인 생각으로 자신을 더욱 몰아붙인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것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는 조용히 자신을 들여다보며 마음의 동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 적어도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그렇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린다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불안감을 견디고, 스트레스 상황과 마주치며 끊임없이 마음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차분히 자신을 지켜본다는 것은 아주 힘든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런 동면이 결국에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에너지를 준다. 걷기는 이런 상태를 기다리고 버티게 만들어 주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시련은 결코 시련 자체로만 오지 않는다. 시련은 우리에게 선물을 가져다준다. 삶을 좀 더 여유롭게 볼 수 있는 시각,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여유로움과 관용, 가족과 자신에 대한 사랑,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기회 같은 큰 선물들이다. 시련이 내게 전한 가장 큰 선물은 나의 길을 열어 준 것이다. 그 길은 심리상담, 명상, 걷기를 접목한 심신 치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여 심신이 지친 분들에게 도움을 주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걷기 덕분에 이런 멋진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 걷기는 나에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삶의 어려운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하기도 하고, 주치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제는 걷기로 받은 감사함을 다른 분들에게 걷기를 통해 나눠줄 때이다.          


네이버 밴드에 ‘걷고의 걷기학교’를 최근에 개설해서 마음챙김 걷기와 명상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걷기 마친 후 간단히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며 자신의 느낌을 공유하기도 한다. ‘걷고의 걷기학교’에서는 매주 금요일 서울 둘레길 마음챙김 걷기를 운영하고 있다. 스트레칭을 통한 몸의 감각 느끼기와 침묵 걷기, 종소리 명상을 함께 할 수 있는 걷기 프로그램이다. 또한 격주 단위로 해파랑길도 함께 걸으며 침묵 걷기와 걷기 명상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코리아 둘레길을 모두 완보하는 것을 목표로 꾸준히 이어걷기를 진행하고 있다. 길을 걸으며 길 위에서 길을 배우고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다. 함께 걷는 길벗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거나 서로 돕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사회통합치유센터 마음복지관에서 상담 봉사활동을 하고 있고, 명상 수행을 꾸준히 하고 있다. 불교 상담 전공자로서 불교 상담과 인간중심상담 이 두 분야에 관한 공부를 꾸준히 하며 상담사로서 전문성을 높여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걷기와 명상, 그리고 심리상담은 앞으로 내가 꾸준히 가야 할 나의 길이다. 이 길을 찾게 된 것 역시 삶의 시련이 내게 준 큰 선물이다.      


코로나로 인해 또는 개인적인 사유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신체적으로 또 심리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여기에 실린 열한 명의 얘기가 이분들에게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하고 싶은 의욕도 사라진 무기력한 상태에서 하루하루 힘들게 버티고 있는 분들이 이 글을 통해 치유 받고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에게 밖으로 나와 무조건 걸으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걷는 일은 돈도 필요 없고 아무런 준비도 필요 없다. 지금 입고 있는 옷을 입고 아무 신발을 신고 나와서 걸으면 된다. 집 주변부터 걷고, 주변 야산도 올라보고, 걷기 좋은 트레킹 코스를 찾아가서 걷는 것도 좋다. 혼자 걸을 자신이 없거나 길을 몰라서 망설인다면, ‘걷고의 걷기학교’로 오시면 된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함께 걸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만들고 함께 걸을 준비가 되어 있다. 또한 걷기 동호회를 검색해서 함께 걷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디 지금 당장 문 밖으로 나가서 단 10분 만이라도 걷기 바란다. 자연 속에서 걸으면 걷기와 자연이 우리에게 길을 열어준다. 지금 상황이 어떻든 걷는 시간만이라도 아무 생각하지 말고, 우리 그냥 걷자.      


<우리 그냥 걸어요>      

  

우리 그냥 걸어요

아무리 힘들고 괴롭고 지쳐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도

당장 내일이 보이지 않아도   

       

우리 그냥 걸어요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오른발, 왼 발, 오른발, 왼 발

두 발의 움직임만 따라가며   

      

우리 그냥 걸어요

날씨, 주어진 환경 가리지 말고

발의 감각을 느끼고

바람, 숲 냄새, 새소리, 햇빛을 느끼며    

      

우리 그냥 걸어요

걷다가 지치면 아무 데나 앉아서

물 한 모금 마시며

물 한 모금의 소중함을 느끼며      

 

우리 그냥 걸어요

분노와 원망하는 마음 올라와도

그저 바라보며 흘려보내고

지금 느껴지는 몸의 감각을 느끼며   

       

우리 그냥 걸어요

과거와 미래 모두 던져 버리고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살면서  

한 걸음, 한 걸음과 하나가 되어  

     

우리 그냥 걸어요

걸을 수 있다는 것이

먹고, 마시고, 울고, 웃고, 떠들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알 수 있게 될 때까지         


우리 그냥 걸어요

깜깜한 터널 속에 갇혀 있어도

멈추지 말고 걸어요

터널이 끝날 때까지       

         

우리 그냥 걸어요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삶이라는 것을 알게 될 때까지

걷고 또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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