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안구 노화의 주범을 찾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핸드폰 불빛에 두 눈을 고정하고 자정을 맞이했다. 한참을 핸드폰 삼매경에 빠져있는데 위층 큰아이 방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의 핸드폰 사용 시간을 체크하니 20분의 사용 시간이 떴다. 자정이었으니 하루를 넘기고도 20분을 더 핸드폰에 빠져있단 이야기였다. 오전 12시 25분, 나와 아들은 몸만 아래 위층에 떨어진 채 손바닥만 한 기계에 홀려 어딘지 모를 세상에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어쩌다 핸드폰에 이다지도 빠지게 되었을까? 분명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핸드폰은 전화받고 사진 찍는 용도로 충분하던 물건이었다. 주변 친구들이 sns에 빠져 살 때에도 계정조차 만들지 못하던 사람이었다. 유튜브는 아이들을 홀리는 악의 근원이라 여기며 접속조차 꺼리던 신념(?)의 소유자였다. 아마도 시작은 제주도로 이주해 오고 삶이 꽤나 무료하고 적적했던 것에서 시작된 것 같다. 주변에 말 목장만 즐비한 중산간 마을에 살며 육지의 사람들과 소통이 끊기는 게 두려웠고 세상에 뒤쳐지며 살고 있는 게 아닌지 덜컥 겁이 났다. 요즘 사람들은 어떤 트렌드로 살아가나 궁금해서 유튜브를 보았고, 내가 결정한 제주도에서의 삶이 현실적으론 두렵고 막막했지만 주변 사람들에겐 '나는 이렇게 좋은 곳에서 멋지게 살고 있다'라는 과시 내지는 거짓 행복을 보이기 위해 sns를 시작했다. 그렇게 핸드폰 안의 세상에 빠져들수록 나의 불안은 증폭되었고 삶의 만족도는 하락하는 미묘한 경험을 자주 느끼게 되었다.
이후 자영업을 시작하며 예약 관리나 스케줄 확인 같은 업무적인 일을 하기 위해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되었다. 혹시라도 들어올 예약문의를 놓칠까 새벽에도 귀를 쫑긋 열고 핸드폰을 지척에 놓고 잠을 청했다. 어쩌면 핸드폰이 나와 한 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녀석이 없으면 불안해지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제는 무의식 중에 오는 잠을 몰아내면서 까지 그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 서칭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일 때문에 보는 거야. 엄마는 손님들이 언제 문의하고 예약할지 몰라 보는 거라고"
아이들에겐 핸드폰 사용에 대한 지적을 하며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는 나의 급급한 변명이 면안서게 터져 나온다. '엄마처럼 이렇게 핸드폰을 소중히 쥐고 살단 핸드폰 중독자가 되는 것이다'라고 바꿔 말하면 딱 맞을 행동을 하고 있다. 아이에게 핸드폰 사용 시간을 매일 같이 지적하면서 나의 스크린타임은 열어보기는 두렵다. (제발이 저린다는 표현이 맞을 거같다)
장시간의 핸드폰 사용으로 발생되는 문제가 또 하나 있으니, 최근 급속도로 빨라진 안구노화(난시, 건조와 뻐근함) 증상을 자각하며 루테인을 먹기 시작했다. 이쯤 되니 스스로도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이 되었다 생각하며 다시 핸드폰을 들어 검색창에 '핸드폰감옥'을 서칭 한다. 쇼핑몰 몇몇 군대를 돌아다니며 제품의 상세 설명까지 꼼꼼히 따지며 가격 비교를 하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을 훌쩍 넘겨 버렸다.
정작 핸드폰 감옥을 사지는 못 하고 서칭만 실컷 하고 나니 또 마음속 허무함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알코올 중독자 들만 병원에 입원시킬 일이 아니라 나처럼 중증 핸드폰 중독 증세를 보이는 사람도 어딘가 감금되어 눈과 머리를 정화시켜야 하는 게 아닐까? 핸드폰 중독 증세를 완화하는 방법이 있나? 무의식 중에 또 서칭을 하기 위해 핸드폰을 잡다 한숨이 절로 쏟아진다. 그만..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