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견 셋 고양이 다섯마리.. 그 중 유독 웃긴 녀석. 그이름 나나.
우리 집에는 이상한 고양이가 한 마리 산다.
이름은 나나.
그런데 이 녀석, 부엌을 떠나질 않는다.
고양이라고 하면 보통 창틀에서 졸거나, 소파 위에서 몸을 말고 있거나,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길게 늘어져 있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나나는 다르다.
이 녀석의 생활 반경은 오직 부엌.
거실에도 가지 않고, 침실에도 가지 않고,
부엌과 식탁 주위를 맴돌 뿐이다.
나나는 스트릿 출신이다.
우리집으로 오면서 어느순간부터 부엌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기껏해야 식탁 아래에서 졸거나,
냉장고 위에 올라가 있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부엌에서 아예 살다시피 하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부엌에서 나를 감시하고,
뭔가를 요리하려고 하면 슬금슬금 다가와 발치에 앉는다.
내가 냉장고를 열면 나나도 따라온다.
내가 프라이팬을 올리면 나나도 의자를 타고 올라와 지켜본다.
내가 설거지를 하면 싱크대 옆에 앉아 감시한다.
심지어 전자레인지에서 ‘띵’ 소리가 나면,
제일 먼저 뛰어오는 것도 나나다.
마지 부엌의 신인것 마냥 지박령이 되어갔다.
나나는 부엌을 먹을 것이 생기는 곳이라고 너무나도 잘알고 있는듯 하다.
그러니 절대 떠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음식이 나올지 모르니까.
그러나 문제는…
이 녀석이 기다린다고 해서, 자기 몫이 나오는 건 아니라는 사실.
물론 가끔은 간식을 얻어먹는다.
닭고기를 삶을 때, 작은 조각 하나쯤 나나의 몫으로 남겨둔다.
하지만 나나는 그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내가 뭔가를 먹기 시작하면,
어디선가 조용히 나타나 옆에서 응시한다.
그 눈빛이란… 아주 강렬하다.
"그거 맛있어 보여. 한 입 줄 거지?"
"나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혹시라도 떨어뜨릴 생각은 없니?"
그 눈빛이 부담스러워 고개를 돌리면,
나나는 한 걸음 더 다가온다.
이쯤 되면, 부엌을 떠나지 않는 이유가 아주 명확하다.
‘먹을 것 한 조각이라도 더 얻어보겠다!’ 라는 확고한 신념.
나나의 하루 일과는 단순하다.
아침 – 내가 커피를 내릴 때 부엌으로 출근.
점심 – 밥을 할 때 옆에서 대기.
저녁 – 요리하는 동안 옆에서 감시.
밤 – 간식이 있을 가능성을 고려하여 부엌에서 대기.
특히 밤이 되면 더 치밀해진다.
내가 야식을 먹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아는 것이다.
가끔 나나를 피해 몰래 과자를 먹으려 하면,
어디선가 느껴지는 강렬한 시선.
고개를 돌려보면,
식탁 의자 밑에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심지어 소리 없이 기어오기도 한다.
어느 날은 컵라면을 먹으려는데,
나나는 조용히 내 옆에 앉아 있었다.
"너 언제 왔어???"
나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지금이라도 한 입 줄래?" 라는 표정만 지을 뿐.
나는 몇 번이나 다짐했다.
"이번엔 절대 안 줘!"
"나 혼자만 먹을 거야!"
하지만 그 강렬한 눈빛을 이겨낼 재간이 없었다.
결국 닭고기를 한 조각 잘라주고,
생선을 먹을 때도 살짝 떼어 주고,
우유 한 방울도 안 된다고 하면서도,
결국은 나나를 위해 뭔가를 챙겨두고 있었다.
그렇게 나나의 부엌 집착은 계속되고,
나는 매일 나나의 감시를 받으며 부엌에서 살아간다.
이쯤 되면,
고양이가 우리 집에 사는 게 아니라,
나나의 부엌에 내가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그러나 오늘도 나는,
부엌에 앉아 있는 나나를 보며 작은 조각을 잘라준다.
"나나야, 오늘도 졌다."
나나는 아무 대답도 없이,
그저 만족스럽게 간식을 받아먹을 뿐이다.
오늘은 한약 마시고 있는 나를
하도 쫒아댕기길래 한약 냄새를 맡게 했다.
내가 이겼다.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