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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두면 안 될 것 같았다

by 라내하

나는 이상하게도 사람을 보면 특정한 것이 눈에 들어오곤 한다.

어떤 날은 손톱 끝에 남아 있는 미세한 흉터가,

어떤 날은 눈동자의 희미한 떨림이.

그런데 오늘은 유독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다.

한눈에 봐도 깊게 패인 주름.


그 주름은 단순히 세월의 흔적이라고 하기엔 너무 깊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한 자리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던 감정처럼.

어쩌면 그것은 피곤함일 수도 있고,

오랜 고민 끝에 새겨진 흔적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시선은 계속 그곳에 머물렀다.

마치 ‘이걸 펴야 해’라고 누군가 내게 속삭이는 것처럼.


그래서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러웠지만,

다행히 상대도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마침 내일 피부과에 간다고 했다.


점을 빼는 김에, 보톡스도 맞겠다고.


순간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한 번으로는 해결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꾸준히 관리한다면 점차 매워질 것이다.

그러고 보니,

사람의 인생도 그런 것 같다.

어떤 상처는 너무 깊게 파여서 한 번의 노력으로는 메울 수 없지만,

시간을 들여 가꾸면 어느새 희미해지는 날이 온다.

주름이든, 마음의 흔적이든.

그 사람의 앞길이 훤해지길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거울을 볼 때,

더 이상 그 깊은 주름이 먼저 보이지 않기를.


난 사실 다른게 보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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