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겉은 속일 수 있어도, 말은 속이지 못한다

말투 속에 숨겨진 진짜 얼굴

by 라내하

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다양한 직업,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나는 그들의 말투에서 그 사람을 읽어낸다.



말투에는 그 사람의 생각이 묻어나고,

태도가 깃들며, 살아온 환경이 스며 있다.

단어를 고르는 방식, 문장을 이어가는 흐름,

말끝에 남는 여운까지—


그 모든 것이 그들의 본질을 보여준다.


나는 이걸 너무도 정확히 꿰뚫어 보는 편이라

때때로 그게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나는 겉모습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비싼 옷을 걸쳤든, 소박한 차림이든,

그것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결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묵직한 말투 속에 온전함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격조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그들에게는 헛된 장식이 없다.

불필요한 허세도 없다.

가볍지 않은 말과 태도에서 오히려 깊이가 느껴진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좋다.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사람들.
자신과 타인의 경계를 존중하며,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을 세운 듯

신중한 태도로 대하는 사람들.


나는 그것이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 쉽게 스며드는 관계보다,

각자의 공간을 지키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더 가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말에서 품격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가벼운 말들, 깊이 없는 대화,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태도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아...그냥 집에 있을걸.”



어쩌면 사람을 너무 깊이 들여다보려는

내 습관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믿는다.

말 속에 그 사람이 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말이 묵직한 사람들과 오래 머물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는 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