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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코치 Young Jul 06. 2021

아장이 맘강사가 되어 다시 알게 된 부모역할

씨앗을 심어주는 엄마, 싹을 틔워주는 책

 처음이란 단어는 늘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 생기기 마련이다. 부모로서의 역할도 마찬가지이다. 부모역할의 방향을 알기 위해 나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했다. 그래서 전문가들의 말을 듣고 싶어 맨 처음 육아서적을 사서 보았다. 육아 관련 TV 프로그램을 보거나 주변에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을 보며 육아정보를 얻긴 하지만 그 정보가 막상 내 아이와 겪게 되는 상황과는 다른 경우가 많았다. 


 아이를 낳고 내 아이에게 엄마의 역할을 하면서 친정부모님께 ‘엄마, 나도 아름이처럼 저때 저랬어요?’라던가 ‘애들은 도대체 왜 그래요?’라는 질문을 많이 하곤 했다. 어른의 시선으로 바라보아 그런지 종종 내가 낳은 아이인데도 이해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부모로서 잘 해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친정에서 아름이는 첫 손주였다. 그리고 나는 집에서도, 친척들 중에서도 막내여서 나보다 어린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본 적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시댁에서 첫째 조카는 아름이보다 6살이나 많았다. 조카와 아름이는 나이 터울이 차이가 나서 지금 당장 내가 궁금한 상황과는 달랐다. 


 나는 내 상황에 맞는 육아 정보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인터넷에 올라온 육아사이트에 가입을 하고 질문을 남겨 아름이를 키우면서 도움받을 수 있는 정보를 찾아보았다. 그렇지만 이론과 실제가 조금씩 다르다 보니 육아를 하면서 가려운 부분은 항상 있었다. 아름이가 첫아이라 처음으로 경험하는 순간이 낯설고 당황스러운 경우가 종종 생겼다. 


 초보 엄마라도 아이를 키우는 일이 좀 더 쉽고 즐거울 순 없는 걸까? 


 나에게는 아이 발달에 대한 정보와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마음, 그리고 부모로서의 양육기술이 필요했다. 아름이를 키우면서 나의 이런 목마름은 북큐레이터로 일하면서 조금씩 해소되었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며 내가 경험한 것처럼 우울증과 독박 육아에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엄마들을 만나게 되었다. 나만이 아니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대부분의 가정에서 겪게 되는 상황이었다.


 아이의 발달에 맞춰 육아를 하다 보면 엄마들은 잠이 모자랄 수밖에 없다. 밤낮이 바뀐 아기를 돌보면 엄마는 잠이 모자라 늘 피곤하고 체력이 부족하며 기분이 우울할 수밖에 없다. 이런 아내의 상황에 남편이 공감하고 도와주면 좋겠지만 남편들 역시 회사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라서 직장 내 여러 가지 일들로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태인 경우가 많다. 남편들은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지만 아이를 돌보고 아내의 우울한 마음을 달랠 만큼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다. 그로 인해 엄마들의 우울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나 역시 남편이 늘 야근에, 주말도 없이 일하는 경우가 많아서 더욱 그랬다.    

  



 가족문제 전문가 J.Gottman 박사는 우울증 어머니와 같이 있는 아이들은 엄마의 슬픔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린다고 말한다. 이 아이들은 우울하지 않은 엄마를 둔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힘이 없고, 잘 놀지 못하며, 쉽게 화를 내고, 짜증을 잘 내는 것으로 조사된다. 엄마의 우울증이 1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아이의 성장과 발달이 지연되었으며, 특히 출생 후 3~6개월 간에 있었던 엄마의 우울증은 아이의 신경조직 발달에 큰 영향을 주어 6개월이 되었을 때 아이의 신경발달과 감정표현이 현저히 낮았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엄마의 노력에 따라 자녀의 성장과 애착형성은 충분히 건강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때 명심할 것은 양육에 있어 중요한 것은 시간의 양이 아니라 돌봄의 질이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많은 연구에서 어머니의 직업은 아이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엄마가 무조건 하던 일을 중단하고 종일 아이를 돌보는 것이 답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양육의 질과 애착 정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아이는 느낌으로 엄마의 관심과 애정을 알아채고 반응한다. 엄마가 자신과 몇 시간 같이 있어주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놀아주었느냐가 아이에게는 더 중요하다. 엄마가 바깥일을 통해 자신감을 갖고 여유를 갖는다면, 퇴근 후 저녁에 잠깐 아이와 놀아주더라도 그 짧은 시간을 충분히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대신 이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 아이와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북큐레이터로 일하면서 매일 아침 미팅에서 들은 교육정보와 육아 팁으로 아름이와 놀아주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내가 할 일을 먼저 하고 그다음에 남은 시간에 아이와 함께 했다. 그렇게 집안일을 먼저 하고 아이를 보다 보니 아이와 놀아주고 책을 읽어줄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들쑥날쑥하게 책을 읽어주었던 엄마였다면 일을 하고부터는 매일 책을 읽어주는 엄마로 바뀌었다.


 아이와 하루 종일 함께 있을 때에는 어떻게 놀아 줘야 하는지 몰랐었다. 그러나 일을 하며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짧아지니까 오히려 함께 있는 시간만큼은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하려고 했다. 이렇게 엄마로서 나의 태도와 양육환경이 바뀌자 아름이는 놀라울 정도로 변화했다.


 평소에 질문이 별로 없어 궁금한 것이 없는 아이인 줄 알았는데 다양한 책을 읽어주고 독후활동으로 만들기를 하였더니 아름이는 질문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도무지 내가 어떻게 대답해줘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매일 내게 질문을 쏟아냈다. 그렇게 아이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육아가 마냥 힘든 것만이 아니라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에 더 큰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나를 만나는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변화하는 모습이 무엇보다 내게 큰 보람이었다.


 엄마 입장에서 호기심 많은 아이들을 키운다는 건 사실 힘들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책을 읽어줄 때도 책장을 그냥 넘기지 않는다. 물고기를 왜 물고기라 부르는지 궁금해하고 대답을 해주면 왜 그러냐고 또다시 질문한다. 책에서 가오리 그림을 보면 이불 같다고 말하면서 아이가 경험했던 것을 일일이 말로 표현하곤 한다. 아이들은 보고 들은 것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앞으로 이런 아이들이 앞으로 펼쳐나갈 세상이 궁금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갖고 태어난 능력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지고 어떻게 키워 줄 수 있는지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해졌다. 그리고 내가 알게 된 부분을 나를 만난 엄마들에게 얘기해 주어 아이들 각자 갖고 있는 강점을 키워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북큐레이터는 자녀를 기르는 부모님을 만나 아이 발달에 대해 정보를 주고 현재 아이의 발달상황을 체크해 주어 아이와 부모에게 필요한 책을 큐레이션 해주고 구입한 책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한다. 아동심리, 부모역할, 아동발달, 책에 대한 정보, 활용방법 등 공부해야 할 것이 많다. 그래서 회사에서 교육과 육아에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해서 교육전문가가 되도록 지원해 준다. 


 매일 아침에 출근해서 교육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특히 신입직원을 위한 교육이 매달 따로 진행된다. 교육정보에 대한 목마름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경력이 쌓이면서 나는 사내강사로 발탁되어 신입직원 교육을 하기 시작했다. 그 일을 계기로 뒤이어 주변의 추천을 받기도 했지만 자진해서 아장이 맘 교육 사내강사를 맡았다. 아장이 맘 교육은 0~36개월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교육이다. 아장이 맘 강사를 맡은 해가 아름이가 11살 되었을 때이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를 기르면서 이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들을 키우는 엄마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육아정보들을 알려 줄 수는 있었지만 내가 아이를 키워보니까 이렇더라며 잔소리하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교육에 대한 정보를 알수록 아이가 어릴수록 교육의 효과가 크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좀 더 정확한 육아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자세히 알고 싶었다. 


 2011년부터 아장이 맘 교안을 공부하고 아장이 맘 강의를 하다 9월에 마침 회사에서 전국적으로 영유아 교육전문가를 양성하는 기회가 왔다. 나는 그동안 사내강사로 아장이 맘 교육을 맡아 교육했었고 직장상사와 동료들의 추천을 받아 영유아 교육전문가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행되는 교육을 3달에 걸쳐 집중적으로 교육받으면서 영유아기 아이의 두뇌발달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최근에 《0세부터 시작하는 감정조절 훈육법》책을 내신 김수연 박사님의 강의와 자녀특성에 맞는 진로지도로 유명한 김판수 교수님 강의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영유아기 아동 발달 전문용어와 여러 이론을 필기하며 마치 대학생으로 돌아간 것처럼 강의에 집중해서 노트에 빼곡히 필기를 채워 나갔다. 그때 강의에서 들은 내용을 정리한 것을 일부 발췌해 보았다.     


·아이와 관계가 깨지기 시작하는 첫 번째가 바로 아이에게 억지로 먹이는 것이다. 성장이 정상범위에 있다면 먹는 것에 스트레스 주지 마라. 성장곡선 성장률이 지속되는지 확인해보고  3 ~ 97%가 모두 정상치이다. 


·아기발달이 왜 중요하냐면 엄마가 뭐라도 해줄 수 있는 시절이다. 뇌의 역할은 생각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책은 언어 이해력과 관련이 있다. 어린이집을 적극 권유한다.


·  애착 발달이 잘 되어야 사회성도 좋아지고 호기심도 생긴다. 생애 초기 3년이 가장 급속하게 발달이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 모든 결손은 영아기 때 발생한다. 뇌 발달은 아이 인생을 변화시켜줄 수 있다. 


· 태내 교육은 뇌세포 상태의 질이 좋게 나온다. 그래서 시냅스를 쉽게 만들 수 있다. 7세 이후 뇌세포 탈락 뇌가소성 시기 시냅스가 연결되지 않은 뇌세포는 탈락된다. 시냅스는 완벽하게 후천적이다. 지속적인 경험이 중요하다.


· 감각발달과 정서발달은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엄마의 정서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 초기 정서발달은 후기 대인관계 지능의 초석이다.


· 아이의 자존감이 부모와 일치한다. 


· 각인되는 시기에 하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다. 그래서 적기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습관이란 참으로 버리기 힘든 부메랑 같은 것이다. 습관은 행동이 수반되어야 한다. 학습의 절대 시기인 적기교육은 각인되는 시기이다. 


· 엄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나오는 뇌파가 α파이다. 이 뇌파는 행복할 때 정서적으로 안정될 때 나오는 뇌파이다. 긍정적인 말일수록 언어능력이 향상된다. 


· 유전이냐, 환경이 먼저냐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은 환경이다. 충분히 자극시켜주지 않으면 뜯지 않는 선물상자를 갖고 있는 것과 같다. 


· Input과 Output이 정확한 것이 언어이다. 


· 즐거운 음악을 들으면 도파민이라는 행복의 호르몬이 몸에서 나온다. 음악을 들으면 음악과 연결되는 것이 떠오른다. 


 강의를 들으며 내 아이의 어릴 때가 떠오르고 그동안 만났던 부모님들과 아이들이 생각났다. 아이들에게 밥을 주고 옷을 입히고 재우는 일은 부모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대신해줄 수도 있고 보육시설에서 아이를 보살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는 중요한 영유아 시기에 아무런 보상이 없어도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옆에 있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아이의 결정적 시기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나, 바로 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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