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729-0731
새벽 다섯 시 삼십 분. 알람이 뾰족한 비명을 지른다. 눈앞이 뿌옇다. 평소 기상보다 두 시간 이르다. 제인은 어스름한 커튼 너머를 살핀다. 뻐근한 목덜미를 주무른다. 주섬주섬 잠옷을 개킨다. 서랍에서 카메라를 뒤적인다. 귀퉁이가 곰삭아 떨어진, 조리개가 게슴츠레 벌어진, 눈곱 낀 노인 같은 골동품을. 어깨에 걸친다. 털털거리는 엔진 소리가 더운 공기를 누른다. 만원 버스는 뭉툭히 침묵한다. 생각을 생각하는 생각을 생각한다. 한남대교 위를 달린다. 구름은 뭉클뭉클 덩치를 부풀린다. 간간이 셔터 소리가 들린다. 낭만이 살아남은 아침. 양재 꽃 시장에 도착한다. 칠월 마지막 날이다.
사랑과 기만은
같은 집에 살기도 하고
한 침대에서 자기도 하고*
향기로 필름을 태우고 싶었다. 투박한 듯 싱그러운 생화를 그렸다. 제인은 망각했다. 꽃밭은 정원사의 전쟁터. 수산시장 생선을 꽃으로 치환한다. 입몰 직전 생물이 그득하다. 천장까지 들어찬다. 어수선히 널브러진다. 통로는 왁자하다. 렌즈 너머 시선이 부딪힌다. 객쩍은 미소를 짓는다. 진작 뽑아둔 현금을 건넨다. 주인장은 퉁명스레 한아름 움킨다. 신문지로 둘둘 감는다. 제인은 쫓겨나듯 도망친다. 상오 폭양이 따갑다. 멍청히 귀로에 오른다. 품에 다발을 가만가만 안는다. 토닥인다. 수국이 저물던 화병을 비운다. 뽀득하게 씻는다. 보랏빛 용담을 꽂는다. 나지막이 한숨짓는다.
무언가 간절한데 도대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초조한 그림자가 길어진다. 서울시 지하철 공모전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한다. 결과 창이 뜬다. 스크롤을 하염없이 내린다. 눈을 두어 번 씻는다. ‘배제인’ 세 글자는 찾지 못한다. <사라진 계절>은 선정작 목록에서 슬그머니 사라진다. 허탈한 찰나도 잠시. 띵, 소리와 동시에 휴대폰 화면이 켜진다. 문자 메시지를 받는다. 부산국제영화제 자원봉사 신청 결과를 안내한다. 링크를 타고 들어간다. 파들파들 손을 떤다. 이메일과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개별적으로 연락을 드려야 하지만 이 페이지를 통해 결과를 알리게 되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소소한 낙제. 무릎이 턱턱 꺾인다. 계좌를 새로 고친다. 묵묵부답. 숫자는 요지부동이다. 지난달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다. 월급날이 잘못 기재되었다. 당월 말일이랬다. 두 부를 수기 수정했다. 저물도록 급여가 들어오지 않는다.
240123
1. 누구나 자신만의 인생길을 걷는다
2. 삶의 여백이 아름답다는 걸 아는 지금 내 나이가 좋다
240124
1. 육신은 약해지고 시력은 저하되는 노년이 시작됐다
2. 할줌마의 시간 (할머니+아줌마)
3. 원하는데 이뤄지지 않는 것도 있다
240125
1. 힘들다고 포기하지 말고
2. 지치지 말고 버티고 견디다 보면 어느 날 이뤄지기도 한다 생각도 못한 방식으로
*루카 구아다니노, <서스페리아>,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