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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현의 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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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혜 Sep 11. 2024

팔월 上

240801-0804

도보 17 분 거리 빵집은 아침부터 동네 주민으로 북적인다. 입구에 잠시 차를 세운 뒤 쟁반 한 무더기 쌓는 식이다. 낮이 무덥다. 제인은 뚜벅이로 바깥에 나설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바게트를 먹고 싶다. 일념이 게으름을 이긴다. 양산을 챙긴다. 비지땀을 뻘뻘 흘린다. 쭉 뻗은 왼팔만 한 포획물. 옆구리에 의기양양하게 낀다. 그늘진 방으로 돌아온다. 갓 구운 녀석이다. 직원이 자르지 않았다. 직접 썰어야 한다. 스테인리스 칼을 씻는다. 키친타월을 뜯는다. 물기를 닦는다. 섬찟한다. 직선이 예리하다. 종이가 시뻘겋게 물든다. 오른손 중지가 갈라진다. 급하게 밴드를 붙인다. 핏물이 비친다. 아릿한 통각이 척추를 타고 온몸에 퍼진다. 다시, 신경이 손끝으로 수렴한다. 시큰거린다. 떨떠름한 대화를 상기한다.


배 약사. 지난 주말 뭐 했어.


글 썼어요.


글을 왜 써. 이틀에 육십 이상 벌었어? 아니잖아. 쓸데없는 짓을.


어디든 외국인이 있다. 2024 베니스 비엔날레는 주창했다. 약국에도 외국인은 있다. 제인은 주장한다. 철저한 이방에서 노동한다. 근무지 둘은 거슬거슬하다. 돈이 궁해 급히 잡았다. 어린 선택을 한탄한다. 제인은 그들과 ‘우리’가 될 수 없음을 안다. 외따로 떨어진다. 너머에서 방관한다. 무책임한 축적을, 무방비한 폭식을, 무지한 폭력을.


장은 국장보다 사장에 어울리는 사내다. 실제로 ‘사장님’ 호칭을 즐긴다. 직원 약사 가리지 않고 그를 장 사장이라 부른다. 나는 자수성가한 사람이야, 짜장면 집 아들로 태어나서. 레퍼토리를 달고 다닌다. 틈만 나면 툭툭, 어깨 두드리는 효자손처럼 내뱉는다. 중화 반점 삼대독자는 어린 시절 굶었다. 접시 비는 꼴을 못 본다. 회식 날이면 한 상 질펀히 깔고 골든벨 울린다. 지인에게 나눠 줄 발기 부전 치료제를 위층 의원에서 180 일치 처방받는다. 팔팔이니, 구구니. 콘돔 포장 같은 전문 의약품을 비닐에 쓸어 담는다. 제인은 욕지기가 슬그머니 치민다. 탐욕이 으레 그렇듯 값싼 노동력을 착취한다. 단물 빠지면 잽싸게 버린다. 수습 기간 끝난 약사를 전화로 해고한다. 언제 잘릴까. 통보 기다리느라 진이 빠진다. 간신히 한 달을 버틴다. 복병은 다른 곳이다.


홍은 신규 국장이다. 갓 개국했다. 장 사장 밑에서 사 년 일하다 맞은편 건물에 세를 들었다. 주요 고객은 이십 대에서 육십 대 여성이다. 스스로도 대상에 해당한다. 뱃살 약이니, 미백 크림이니. 어지간한 제품을 직접 쓴다. 위가 찢어지게 야식을 뜯는다. 더부룩한 낯으로 느지막이 출근한다. 광대가 번들거린다. 방풍통성산을 후루룩 턴다. 묵은 변비도 해결했어요. 자랑스레 아랫배를 두들긴다. 삭센다를 처방받는다. 복부에 자가 주사한다. 용량 높이면 메스꺼워요. 요즘 한가하니 기회죠. 두툼한 콧방울을 씰룩인다. 삼키고 찌른 수고에 비하면 효과는 미미하다. 경영이 처음이라 발주를 잘못 넣는다. 허풍쟁이 상자가 창고 먼지와 뒹군다. 다른 제품 추천해 달라는 손님에게 구태여 마진 높은 영양제를 판다. 의약품 택배를 암암리에 발송한다. 단골 유치해야죠. 비밀로 해 주세요. 손가락을 입에 대고 말한다. 다물고 지낸다. 바야흐로 팔월 첫날. 홍 약국 월급은 소식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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