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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현의 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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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혜 Sep 13. 2024

동화 같은 골목길을 찍겠다

240809

사진 감상에 두 가지를 염두한다. 작가가 셔터 누른 의도는 무엇인가, 상대에 어떤 인식을 생산하나. 찍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감각적인 찰나를 포착하여 신선하게 보존하는 방식이라 여겼다. 기억을 매개하려 기록한다 헤아렸다. 관성에 의문을 품는다. 끊임없이 박제하는 현재가, 무더기로 퇴적한 찰나가 무슨 의미인가? 글쓰기에 허무가 덮쳐 펜을 놓은 한때처럼, 의의 고심하며 출사를 줄인다.


제가 찍은 사진을 보면 날것 그대로인 스스로가 드러나 발가벗은 기분이에요. 촬영을 끊었다던 영상인이 말한다. 나에게 사진이란 순간 대상이 갖는 의미이며, 찰나와 어우러져 정밀히 표현하는 형태 구성이자 인식이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말한다. 사진으로 밥 먹는 작가 고견은 일반인 견해와 경중이 달라도 확연하다. 곱씹는다. 나름대로 재해석한다. 사진은 시선과 순간의 합으로, 시간과 동치이다.


무한히 영생하는 신이야말로 허무주의자 아닐까요. 그래서 더 찍으려 애써요. 사진 전공한 기자가 말한다. 부유하던 무의미가 가라앉는다. 유한을 다루는 허무는 결국 유한하다. 순간 포착에서 나아가, 시선을 담고 싶다. 바라보는 세상을 치열하게 표현하고 싶다. 확립된 정상성에 도달하는 길은 아닐 테다. 시선이 나아가면 발견이 따르겠지. 종착이 어디일지 짐작조차 어렵다. 그럼에도 나는 돌이킬 수 없는 나이기에, 찰나에 승부를 거는 이유는 사진의 발견이 곧 나의 발견이기 때문이다.*


— 제인의 일기 中


240203
1. 동화 같은 느낌의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걷고 싶다
2. 온종일 걷고 또 걷고
3. 마음이 한층 보드라워질 것이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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