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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다 Sep 14. 2023

다루기 기술 - 바람

육아 회색 지대 인터뷰집 

#프리랜서, #10살 아들


 바람님은 7년째 프리랜서로서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다. 그녀가 어떻게 프리랜서로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프리랜서의 삶은 어떠한 모습인지 들여다보면서 일과 육아의 회색지대를 넘어 그 둘을 아우르며 다뤄 나아가는 삶의 모습을 담아보았다.   



프리랜서는 육아를 하고 있는 엄마들은 모두 한 번쯤 꿈꿔보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에 만족도가 높으신지 궁금해요.

 일을 하지 않는 엄마들 입장에서는 프리랜서가 좋아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시간을 내 의지로 조정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그런데 이제 7년 차에 접어드는 프리랜서로서의 삶은 생각보다 그렇게 아름다운 유토피아는 아니었어요.

 작년에 하루에 한 시간씩만 잠자고 일한 날이 며칠 돼요. 일이라는 것이 매달 일정하게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시기는 정말 바쁘고 극도의 체력을 써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제가 다 조율하고 처리하다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치열하게 살게 돼요. 아이와의 시간은 확보할 수 있지만 어쨌든 아이와 시간을 보내다 보면 새벽 3~4시까지 일하는 날들도 많았고, 일하다가 새벽에 애기 깨면 달래 주고 또 일하고 그렇게 일과 육아의 경계가 없는 삶을 꽤 오래 살았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래요. 아이가 컸어도 일과 육아의 균형을 맞추기는 여전히 고민되고 어렵죠. 남편이 얼마 전에 그러더라고요. 아이랑 시간 보낸다고 프리랜서 해 놓고 직장 다닐 때보다 일 더 많이 하고 더 바쁘다고요. 

 다음 달 스케줄도 제가 지금 결정할 수가 없어요. 스케줄이 없는 것도 굉장히 불안하고 제가 만들 수 있는 상황도 한계가 분명 있다 보니 일에 있어서 늘 불안한 삶을 살게 되는 것 같아요.



일과 육아의 경계가 없다는 것, 내 일을 대신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프리랜서 바람님의 삶의 모습이네요. 그런 프리랜서의 삶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처음부터 프리랜서가 되겠다고 생각하고 뭔가를 시작하진 않았어요.

 아이를 임신했을 무렵, 소속되어있던 조직이 지방으로 이전을 하게 됐어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복직을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막상 아이를 낳고 나니 제가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그렇게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다가, 아이가 20개월이 되었을 즈음 이전 조직의 사업 크기가 확대되면서 운이 좋게도 저에게 평가위원 작업 요청이 들어왔어요. 정해진 기간 내에 주에 1~2회 정도 시간을 써야 하는 일이었죠. 때 마침 이전에 모아두었던 통장의 잔고가 줄어들면서 경제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기로 마음먹었던 때라 굉장히 반가웠어요.

 평가위원 일에 더해 뭐라도 시작해 보자는 생각에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시간 동안 동네 아이들에게 논술지도를 하기로 했어요. 제가 학사전공은 문예창작, 석사는 교육개발을 했다 보니 제 전공을 살려서 동네 아이들의 논술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직접 전단지를 만들어 아파트 게시판에 붙이고 다니며 홍보했었죠. 놀랍게도 한 팀이 연락이 와서 3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저희 집에서 상 펼쳐 놓고 논술교육을 하기 시작했어요. 저도 그때는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는 진짜 가만히 안 있었던 것 같아요. 일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여기저기 상담을 요청하기도 했고, 메일을 보내서 조언을 구하기도 했었죠. 그러다가 12월 즈음 지인분의 요청으로 청소년 창업교육 프로그램 과정개발 조교일을 맡게 됐어요. 그전에는 정말 일이 하나도 없었는데, 어느새 평가위원, 논술방 운영, 과정개발의 일을 하고 있는 프리랜서가 되어있더라고요. 이게 다 한 해에 일어난 일이에요. 그렇게 조금씩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도와드리기도 하고 맡아하기도 하면서 좋은 분들을 참 많이 만나게 됐어요.



결국은 무언가를 쉬지 않고 시도하신 거네요. 계속 움직이셨어요.

 그렇죠.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은 정말 변하지 않는 진리라고 생각해요. 하려고 하면 일은 너무 많고 손 놓고 아무것도 안 해도 사실 인생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거든요. 기업에 들어가려고 원서를 쓰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잘되지 않았고, 기존에 평가위원 일을 하던 곳에서도 정식적으로 자리를 제안해 주셨었는데 출퇴근 거리 때문에 거절했었어요. 출퇴근 시간을 고려하니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한 시간 남짓밖에 안 되더라고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놓지 안되, 제가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방법들을 고민했던 것 같아요. ‘누군가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내가 만들어서라도 해야지’라는 생각이 있었죠. 말하다 보니 생각난 게 저 가정방문 학습지 교사 면접도 보고 붙었었네요. 출근 앞두고 다른 일들이 생겨서 시작하진 않았지만 무슨 일이든 꼭 하고 싶어서 계속 뭔가를 시도하고 움직였던 것 같아요.



지금도 여전히 그 모든 일들을 다 하고 계신 건가요? 괜찮으시다면 프리랜서로서의 수입은 어느 정도 수준 인지도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논술 수업은 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때 뭐라도 해보고자 직접 발로 뛰고 간절히 기다리고 열심히 준비해 수업했던 그 경험이 오늘날의 제가 되기까지 굉장히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처음 지자체 사업을 담당했을 때, 저는 일이 참 필요했고 절실했거든요. 담당했던 교육이 임산부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었는데, 간식하나 준비할 때도 감성적으로 포장하고, 크고 작은 이벤트들도 엄청 열심히 준비했어요. 마지막 교육 때 깜짝 이벤트로 남편분들 영상편지를 미리 받아서 틀었는데 모두 울음바다가 됐었죠. 저에게 교육을 의뢰해주신 담당자 분도 교육에 참여해 주신 학습자 분들도 만족도가 높았던 교육이었어요. 그렇게 좋은 평가를 시작으로 여기저기 소개받거나 기존 담당자분이 기회를 연결해 주시기도 하는 등 의도하지 않게 그리고 운이 좋게도 지금의 프리랜서로 자리 잡을 수 있었어요. 요즘은 평가업무, 교육 기획 및 운영, 강의를 하면서 개인 회사 대표로 있어요. 

수입은 프리랜서가 대부분 그렇겠지만 일정이 많으면 그만큼 더 버는 것 같아요. 저도 어느 정도 많다고 얘기할 수 있을 만큼의 수입이 생기기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되긴 했지만 주변에 대기업을 다니는 제 또래들의 연봉과 비교해 봤을 때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준인 것 같아요. 저는 혼자서 매일 다른 곳에서 벌고, 그들은 매일 같은 곳에서 팀으로 일하며 벌고 그런 거니까 그냥 뭐 똑같네 이런 생각을 하게 돼요.



 직장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디지털 노마드나 프리랜서의 삶을 꿈꿔보았을 것이다. 이내 프리랜서로 먹고살 수 있을만한 분야의 전문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그 꿈을 접고 마는 게 대다수지만 말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내가 반드시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거나 그 분야를 내가 가장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들 중에 나보다 더 초보자인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만한 것들을 찾아내고, 그것을 상품화해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 프리랜서로의 삶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바람님이 아이들을 위한 논술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공부방 운영을 시도해 보았듯,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일단은 도전해 보는 것이 프리랜서가 되는 첫걸음이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돈을 벌겠다는 의지로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 일이 정말 하고 싶다. 잘 해내고 싶다는 절실한 마음을 가지고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 그렇게 간절한 나의 마음이 차고 넘치면 그것이 행동으로 드러나고 그렇게 타인들이 알아보고 손을 내밀어 주기도 하는 것이었다.



왜 그렇게 일이 하고 싶으셨어요?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우선 저는 집안일로만은 보람을 느끼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집안일을 좋아하지도 않고 잘하지도 못해요. 유일하게 요리를 좋아하는데, 그 외의 집안일인 청소나 빨래는 해야 되니까 하는 거예요. 루틴 한 일을 하면서 의미를 찾는 건 저에겐 너무 어려워요.

 아이가 갓난아이 일 때도 책 만드는 일을 하는 친구들의 작업을 옆에서 도와주면서 뭐라도 계속하려고 했어요. 육아 말고 일을 통해 오는 보람과 성취가 분명 있잖아요. 그게 없으면 삶이 너무 심심하고 재미없어요. 저는 또 석사까지 마치고 일을 하다가 육아로 경력이 단절됐었기 때문에 그동안 배운 것들을 적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온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경제적인 부분도 있죠. 만약 경제적으로 풍요로웠다면 일을 할 생각을 그렇게 빨리 하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저는 일을 되게 좋아해요. 그래서 일을 하면서 오는 스트레스는 정말 거의 없어요. 시간이 부족한 거지 일 때문에 미치겠다 이런 건 거의 없어요.



일에서 스트레스가 없다고 표현하신 게 흥미로워요.

 일이라는 영역에서 스트레스받는다고 얘기하게 되는 건 아마 관계 속에서 오는 갈등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 어느 순간부터 저는 ‘내가 일도 많은데,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받지는 말자’ 해서 불편하더라도 해야 할 말은 꼭 하고 저와 맞지 않는 성향을 가졌다고 판단되는 사람과는 다음번에 기회가 생겨도 다시 일하지 않았어요. 내가 맞는 사람들과 하려고 하죠. 이렇게 선택할 수 있는 건 제가 교육 운영과 기획일을 같이 하다 보니 가능한 일인 것 같기도 해요. 또 일을 하다 보면 교육을 담당하시는 공무원 분들과 대면할 기회가 많은데, 을이지만 을처럼 행동하지 않아요. 교육이라는 영역에서는 그분들보다 제가 전문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교육 외적인 부분은 몰라도, 교육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아니다 싶으면 꼭 말씀드리는 편이에요. 제가 스트레스받는 건 일정이죠.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는 받지 않아요



아이 키우다 보면 일정 관리하는 것도 힘들지 않나요? 육아는 사실상 예측이 불가능하니까요.

 맞아요. 아이는 꼭 바쁠 때, 중요할 때 아프죠. 저도 초반에 강사일을 시작하면서 정말 열심히 그리고 잘해야 되는 시기가 있었는데 갑자기 수족구, 독감, 이런 게 돌면 등원을 못하게 되니까 참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일이 좀 바빠진다 싶으면 ‘아 애가 또 아플 수도 있겠다.’라는 각오를 미리 하곤 했어요. 나중에 진짜 아파지면 대비라도 해 놓고 내 영역에 타격을 좀 덜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생각이었죠. 특히 저희 아이는 저랑 헤어지는 걸 정말 힘들어해서 제가 나갈 때마다 많이 울었어요. 초등학교 1학년때까지도 그랬거든요. 그래서 일정을 항상 미리 앞당겨서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제가 7시 반에 집 밖을 나서야 되면 7시부터 인사를 해요. 그럼 애가 그때부터 울기 시작해서 한 20분 달래줘요. 그러고 나서 약속시간에 맞춰 나갔어요.



그 상황만 생각해 보면 굉장히 다루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나름의 전략을 짜서 육아를 하신 것 같아요.

 따로 전략을 생각한 건 아니에요. 아이가 어릴 때, 그리고 그동안의 육아가 저에게 큰 스트레스가 아니었던 이유는 제가 생각보다 계획적이거나 통제적인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아이가 까다로운 기질이 아니었던 것도 중요한 요인이었죠. 일은 타인과의 약속이니까 스케줄을 타이트하게 정리하고 관리하지만 일상의 영역에서는 계획을 많이 세우지 않았어요. 지켜야 할 일정 외에는 자기 관리를 위해 스스로를 타이트하게 관리하고 이런 것도 별로 없고요. 그래서 아이를 다룰 때에도 기본적인 취침시간이나 안전과 관련된 규칙을 지키는 것 외에는 잔소리를 하지 않았어요. 이제는 아이가 10살이 됐고, 요즘은 저와 교감하는 시간보다는 친구들과 게임하고 노는 시간이 더 많아서 크게 트러블은 없어요.

다만 요즘 들어 아이가 마주하게 되는 사회라는 공간에서 그동안 제가 양육해 왔던 방식과 부딪히는 피드백이 올 때는 조금 심란해지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저는 청소를 잘 못 하는 편이라 아이에게도 정리정돈에 대한 압박을 주지 않았었는데 학교에서 정리정돈을 잘 못한다는 피드백이 오면 좀 걱정스럽기는 해요. 외부에서 커뮤니케이션 관련된 강의도 하고 있으니까 앞으로 아이와의 문제도 제대로 된 좋은 소통 방식으로 다뤄보려고요.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이의 떼를 막을 수는 없지만 일정에 늦지 않게 아이를 달래는 시간을 확보해 볼 수는 있다. 아이가 떼 부리는 그 상황 자체에 매몰되어 ‘짜증 난다.’로 내 감정을 퉁 친 뒤에 이 짜증의 원인을 '일을 나가야 하는 상황' 또는 '아이의 문제행동'으로 쉽게 단정 지어 버리면 나는 일도 육아도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나는 늦어도 7시 30분까지는 나가야만 한다.]는 나의 바람을 명확히 하고 [아이는 나와 헤어질 때마다 20분 정도 울 가능성이 높다.]라는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해석을 하고 나면 문제 상황을 다루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렇게 하고 나면 나는 일도 육아도 잘 해내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갈등이 있을 때마다 솟구치는 감정을 매번 뒤로하고 상황을 분석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이 명확하고 이것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혹은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고정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나면 그 외에 내가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범위의 것들을 좀 더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히 고정하는 그 힘은 종종 가까운 관계들에 의해 그 어느 때 보다도 빠르고 쉽게 무력화되기도 한다.



갈등을 다루는데 굉장한 노하우가 있으신 것 같아요.

 저를 포함해 교육이나 강의를 업으로 삼으시는 분들은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공부를 많이 하거든요. 저도 지식으로는 많이 알고 있고 일상에서도 적용하려고 노력하지만 생각보다 쉽진 않은 것 같아요. 특히 가까운 관계 속에서의 갈등과 소통에 대해서는 아직 서툰 점이 많아요. 일로 만나는 관계는 원한다면 언제든 끊어낼 수 있지만 가까운 관계는 그러기 쉽지 않죠.

 관계에서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타인이 나에게 원하는 기대치와 내가 주고자 하는 것이 맞지 않았을 때잖아요. 상대는 그걸 그만큼 자신을 존중하지 않았다고 서운함을 느끼고 저는 제 나름 애써 전달한 것이 거절당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오해가 생기더라고요. 그동안은 저도 가까운 관계에서 갈등이 생기면 항상 제가 먼저 참고 부정적인 표현들을 하지 않았거든요.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저는 ‘늘 마음이 편안한 상태’이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인생이 항상 마음 편한 상태에서 살 수가 없는 거잖아요. 불편한 상황을 마주하면서 스스로의 멘털도 관리해 주고 소통의 기술도 익혀가면서 그렇게 살아내야 하는 건데, 그동안은 내 마음 하나 편해지겠다고 그 모든 갈등 요소들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마음이 편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를 그만두었어요. 모든 일에 마음이 편안하기는 어렵고, 제가 일 적인 관계에서 사람들로부터 스트레스받지 않고자 해야 할 말을 하고, 저의 경계를 분명히 했듯이, 가까운 사람들과도 불편한 마음을 기꺼이 감수하고 솔직한 소통부터 해가며 건강한 저의 영역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오늘 인터뷰 한 소감이나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오늘 인터뷰를 통해 제 생각을 정리해서 말해볼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 되었어요. 프리랜서로서 저의 지난 시간을 쭉 돌아보기도 했네요. 이제 저도 프리랜서로 일한 지 오래되었다 보니 앞으로 어떻게 전문성을 키워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좀 있어요. 강의도 지금은 여러 분야를 하고 있지만 전문성을 키워 나갈 수 있는 특정 분야를 만들어야 하고 진행 중인 사업도 좀 더 구체적으로 홍보하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탄탄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들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요.


 바람님과의 인터뷰는 삶의 어떤 과제들을 다루는 기술들을 하나 둘 들여다본 기분이었다. 일을 하고 싶은 나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할 수 있는 것들에 도전하기, 육아를 내손으로 해내고 싶은 마음을 인정하고 주어진 환경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선택해 내기, 항상 마음이 편안하고 싶다는 이상적 욕망을 내려놓고 불편함을 받아들이기가 바로 그것이었다.

 우리는 종종 내 마음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조금 더 괜찮은 나의 이상적인 가능성을 위해 모르고 싶은 것이기도, 무언가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에 몰라야 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모르는 채로 둘 수는 없다. 이상은 현실에 의해 깨어지고 불확실한 미래는 언젠가의 오늘이 된다. 알아야 하는 사람도, 알 수 있는 사람도 오직 나뿐이기에, 육아 회색지대에 서 있는 우리는 스스로에게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구해내야 한다. 그리고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경험으로 남긴 순간들은 성공여부를 떠나 나의 욕망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작업이자, 오늘의 욕망이 내일도 유효한지를 확인해 보는 시간이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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