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인관관계로 지칠 때엔 혼자 쉴래요
유년기의 꿈을 꾸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이 많아지면서
무의식 속에 내가 제일 치였던 시기로
기억이 거슬러 간 것일까?
어젯밤 꿈은 낯설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이었고 어린아이들로 채워진 교실은 너무 산만했다. 꿈을 꾼 후 이게 언제 적인지 기억을 거슬러 내 나이를 계산해보니 이십칠 년 전쯤이다. 유년기의 기억으로 회기 하려면 30년 가까이를 거슬러야 함에 내 나이를 실감했다.
꿈의 장면에서 은정이가 내게 말을 걸었다. 예전과 다르게 "이건 이거야"라고 내 생각을 빨리 말했다. 그러자 은정은 "너 생각이 그거였어? 라며 바로 대답했고, 평소와 다르게 빨리 대답해준 것을 의아애하면서 자신과 소통되고 있음을 즐거워했다. 수영이는 역시나 자신의 의견보다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구경하면서 옆 친구와 재밌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어린이 시절에 누가 내게 질문하면 생각을 빨리 대답하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답답한 성격이었을 것이다. 대답을 못하니 더 누그러졌고 자신감은 실종되었다.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누가 내게 질문하면 늘 당황해하는 표정을 티 났다. 그렇게 티가 난 날은 기분이 언짢았지만 집에 가면 드러내지 못하고 아무 일 없는 척하면서 웃었다.
사실 나는 유치원 입학 전에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 유치원에 입학하고 너무 많은 꼬마들이 있어서 놀랐다. 맨날 외딴집에서 집에 오는 어른 손님들만 보다가 아이들이 떼로 있고 거기서 생활해야 하는 나는 늘 버거웠다. 개인보다는 단체생활에 맞춰야 하니까 늘 따라다니는 기분이었고,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남들 따라 학교를 다닌 것 같았다. 학교를 다니면서 나는 중간을 유지했다. 있는 듯, 없는 듯.
다시 예전 기억을 떠올리게 된 것은 인간관계로 힘들어서인가 싶었다. 연차가 쌓이면서부터는 입으로 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처음 하는 일이라 힘들었다. 회사를 나서 아이들을 하원 하러 가면서 몇 번은 서러워서 울었다. 도착했을 땐 눈물을 닦고 초인종을 눌렀다. 일을 내려놓고 싶은데 도망치기는 싫었다. 일이 끝날 때까지 버티니 스트레스도 사라졌다.
건축사란 건물을 계획하는 시간보다 많은 시간을 사람들과 협의하는 것 같았다. 건축주에게 약속된 결과물을 만들어주고 그것을 공식화하기 위해 관할 시에 허가를 받고, 함께 일한 팀원과 협력사의 고생이 헛것이 되지 않게 신경을 써야 일이 진행되는 것 같았다. 앞에서 내가 빨리 움직인다면 뒷사람들이 편할 것 같았다. 그러려면 먼저 일하면 될 것 같았다. 앞으로 건축업에 종사하려면 나는 적극적인 성격을 가져야 일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왕소심했던 나는 남들에게 싫은 소리를 듣기 싫어서 먼저 일을 끝내는 사람이 되었다. 늦게 하면 상대방이 답답해할 테고, 늦는데 틀리면 다들 짜증 날 테고, 화를 낼 테고, 나는 그런 모진 말을 버티지 못하는 소심한 성격이라 일을 먼저 하길 선택했다. 대범한 척을 할 뿐 마음속 모퉁이에는 소심함이 남아있다. 이렇게 일기를 쓰면서 예전의 기억을 더듬는 것도 꿍한 행동이다.
연차가 어릴 때는 일하면서 말을 많이 못 하니 수다를 떨고 싶었고, 일을 쉬며 애 볼 때도 사람들과의 수다가 그리웠지만. 출근하면 일로 수다를 떨어야 하고, 집에 오면 아이들과 계속 수다를 떨어야 하기에.
쉬는 날이 되면 소심한 내면을 보듬으면서 조용히 쉬고 싶다. 좋아하는 음식을 해 먹고, 음악을 듣고, 보고 싶은 드라마, 영화를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