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증축의 설계를 맡은 버크너 브런들러 BUCHNER BRÜNDLER ARCHITEKTEN라는 바젤의 건축가 그룹은 2010년 상하이 엑스포 스위스관과 우리의 호텔 후보지에서 최종 탈락한 노마드 호텔의 설계자들이기도 하다.
2010 상하이 엑스포 스위스관과 노마드 호텔 외관. 출처 https://bbarc.ch
그들의 홈페이지에서 뒤늦게 그 사실을 확인하고객실컬러때문에'여긴,별로'라고말한 나의 성급함을 반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아래의 원인에 기인하는 것 같은데,
비트라의 샵에 놓인 이 책을 보며 E와 함께 웃었다. 출처 https://www.uropublications.com
건축가는 왜 검은색 옷을 입는가Whydoarchitectswearblack?라는 책 제목의주어에내가해당한다는사실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물론 저마다 다르며 검은색 옷을 입지 않는 건축가들도 많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가 이 제목을 보며 공감의 웃음을 짓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성급함이 아니라 직업이 문제였다.
어쨌든 우리는 노마드호텔의 식당을 이용하기로 했고식당을 이용하면서 보니 디자인에쓰인 어휘와 디테일이 바젤유스호스텔의그것과유사하게 적용되어 있어그런대로위로가된다.
노마드 호텔은 'Design & Lifestyle Hotel Nomad'라는 타이틀처럼 1층 레스토랑의 위치와 분위기가 흥미롭다. 도심의 가로에 면한 1층에 위치해 접근이 쉽고, 레스토랑 안의 구성원은 세대를 특정하기 어려운 현지인들이다. 게다가 캐주얼한 분위기가 호텔 레스토랑 치고는 심리적 진입장벽이 낮다. 아무래도 로컬 식당을제대로찾아온것같다.
숙소가 있던 세인트 알반(St. Alban) 지구에서 목적지로 가는 여정의 대부분은 쿤스트 뮤지엄에서 시작되었다.
도착 첫날 가방을 대충 던져놓고 시작한 바젤에서의 첫 일정도 쿤스트 뮤지엄의 비스트로였고, 비트라에 갈 때도 바이엘러에 갈 때도 쿤스트 뮤지엄 앞에서 트램을 탔다.
2013년 런던 타임즈가 세계 5대 미술관으로 선정했다는 쿤스트 뮤지엄 바젤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립미술관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1661년 법률가이자 미술품 수집가 바실리우스 아머바흐Basilius Amerbach의 수집품을 시 당국이 사들여 그 컬렉션을 1671년 대중에 공개했는데, 이것이 세계 최초 시립미술관의 시작이다.
예술이 아직 상위계급의 전유물이던 시대에 시립미술관이라니, 바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오늘날의 예술적 성취가 이해되는 지점이다.
예술의 도시 바젤의 위상을 증명하는 사건은 1967년에 한 번 더 일어난다.
미술품 수집가 루돌프 슈테린 Rudolf Staechelin에게 대여해 쿤스트 뮤지엄에 전시 중이던 피카소의 작품 2점('두 형제 The two brothers'와 '앉아 있는 할리퀸 Seated harlequin')이 소유주의 파산으로 해외로 팔릴 위기에 처하게 된것.
바젤 시민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그림 구입비용 600만 프랑을 지출하는 것을 투표를 통해 승인하는 것은 물론 240만 프랑을 모금하기에 이른다.
이 소식을 듣고 감동한 피카소는 4개의 작품을 추가로 바젤시에 기증하게 된다.
쿤스트 뮤지엄 바젤은 약 4천 점의 회화, 조각, 설치미술 및 비디오, 30만 점의 소묘 등 방대한 소장품을 자랑하는데그 작가들의 면면은 더욱 화려하다.
한스 홀바인, 마네, 모네, 고갱, 세잔, 고흐, 피카소, 브라크, 자코메티, 샤갈, 요셉 보이스, 앤디 워홀 등 르네상스 시대부터 인상주의, 입체주의, 구성주의,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미국미술 작가들까지일일이열거하기에숨이찰지경이다.
아무튼 이렇게나 대단한 역사를 가진 미술관을 우리는 거의매일지나치면서도비트라에서 시간을 보내느라 이방대한컬렉션을보는데2시간여 밖에 할애하지 못했고, 그나마도 페이퍼 뮤지엄에 꼭 가고 싶었던 디자이너 E의 통 큰 양보가있었기에가능한일이되었다.
신관은 2002년에 취리히에 있는 스위스 국립 미술관 현상설계에 각각 31, 30세의 나이로 당선된 바 있는 바젤의 젊은 건축가 그룹 크리스트 & 간텐바인 Christ & Gantenbein의 설계로 지어졌는데, 건축잡지 아키텍처럴 다이제스트 Architectural Digest의 표현을 빌자면 '이 현상설계에서 렘 콜하스, 데이비드 치퍼필드, 자하 하디드 등 대가들과의 경쟁에서 당선되면서 이들은 스타덤에 올랐다.' (그외에도페터 춤토르, 라파엘 모네오, 안도 타다오, 쟝 누벨, 디이너&디이너, SANNA 등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23팀이 경쟁에 참여했다!)
스타덤에 오른 만큼 패션지 보그에 등장한 건축가들. 블랙을 입고 있다. 출처 https://www.vogue.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