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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화영 Jul 16. 2020

회사, 함께 일한다는 것의 의미

한 때 인간의 심리를 다양한 실험으로 보여주는 TV 프로그램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예를들면 이런 종류의 실험이였다. 강남역 대로 한복판에서 한 사람이 허공을 가리키며 서있다. 거리의 많은 사람들은 그 사람을 신경쓰지 않고 지나친다. 이번에는 두 사람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손가락을 가리킨다.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세 사람이 그렇게 했을 때는 어떻게 될까? 강남역 주변의 많은 사람이 멈춰서서 세 사람이 가리키는 허공을 쳐다본다.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이 했을 때와는 극적으로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3의 법칙'이라는 이름으로 이 현상을 설명했다. 세 사람 이상이 모여서 어떤 일을 하게하면 그 것이 변곡점이 되어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우리가 모여서 일을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고, 모여서 일하는 그 곳을 우리는 '회사'라고 부른다. 개인이 만들어 내는 것보다 조직이 만들어 내는 것이 우수하다는 것을 이미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은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조직에서 만들어 진 것들이다. 일상에서 쓰는 볼펜에서부터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테블릿까지 어느 회사의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조직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성과 즉, 조직적 성과는 우리가 회사에 모여서 일하는 이유가 된다.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디지털 대전환의 시기에서는 작은 조직이 금세 커다란 기업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익히알고 있는 구글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등 창업자(혹은 창업자들)의 아이디어로 시작해서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 중의 하나로 성장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는 미래의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꿈꾸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등을 성장시킨 대표적인 인큐베이터 기업인 Y콤비네이터는 스타트업을 성장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조직문화를 강조하고 있다. Y콤비네이터는 투자하는 스타트업에게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는다. 방이 없어서 못주는 것이 아니라 창업자들이 창업 시작과 동시에 사내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데 있어서 그 문화가 자기 고유의 공간에서 유기적으로 자라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사업을 시작하는 초기에 가졌던 생각이 기업 운영에서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시작에서부터 회사의 문화를 잘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직적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단순히 사람들이 모여서 일한다고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물이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학창시절에 줄다리기를 해본 경험이 있는가? 줄다리기에서 우리 조직이 상대 조직을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했나? 단순히 힘이 쎈 사람들이 모였다고 반드시 줄다리기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였을 것이다. 줄다리기에서 이기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줄을 당기는 방향, 그리고 줄을 당기는 방식이 그것이다. 아무리 힘 꽤나 쓰는 사람들이 모였다고해도 각 자 다른 방향으로 줄을 당기거나 다른 방식으로 줄을 당긴다면(예를들어 리듬을 타는 방식으로 당기거나 혹은 뒤로 넘어지듯이 힘을 쓰는 방식 등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절대 상대 팀을 이길 수 없다. 이것은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 회사의 구성원들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일을 추진한다면 어떻게 될까? 또한 다른 방식으로 일을 진행한다면 구성원들간의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는 조직적 성과(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조직문화를 정의하기 위해서 가치관, 신념, 기본가정(Basic assumption), 집단무의식 등의 추상적인 단어를 쓸 수 있다. 하지만 보다 실용적인 측면에서 조직문화를 정의한다면 '회사에서 일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회사가 조직적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정의하고 관리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이는 조직의 규모가 작은 회사에게도 동일한 문제이다.

최근 많은 조직들의 구성원들 비중을 보면 밀레니얼 세대(80년대 이후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자)가 가장 높다. 하지만 이들의 조직 만족도는 타 세대에 비해 낮고, 이직율을 굉장히 높은 편이다. 조직적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의 만족도와 몰입이 높아야 하겠지만 조직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실제 그렇치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젊은 구성원들은 조직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것은 현재 우리가 처해있는 시대와 관련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것처럼 가장 큰 변화는 디지털 전환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히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도구가 바뀐 것으로 정의할 수 없다. 실제 우리가 접하는 많은 변화는 도구적인 측면이 있지만 본질적으로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디지털 전환의 본질은 초연결, 투명성과 개방성, 그리고 민주적이라는 특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스마트폰 등의 디지털 기기를 통해서 누구나 연결되어 있고 많은 것들이 열려 있으며 누구나 의견을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고 그것이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이것은 과거 시대에 작동하던 일하는 방식인 위계적, 효율적, 지시적인 것에서 수평적, 참여적, 그리고 자율적인 것으로의 변화를 요구한다. 이는 우리가 접하는 모든 것에서 적용된다. 사회, 문화, 정치, 그리고 회사와 같은 조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조직에서 갖고 있는 갈등은 과거 시대에 작동하던 조직문화, 즉 일하는 방식이 디지털 시대에 요구되는 것들과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젊은 구성원들이 조직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은 당연히 디지털 시대에 맞는 일하는 방식을 요구한다. 직급에 상관없이 의견을 낼 수 있는 것, 그 의견이 실제 조직운영에 반영되는 것, 본인이 주도적으로 일을 추진할 수 있는 것 등이 이들에게 매우 중요하지만 현재 조직에서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은 조직을 떠나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숙제는 여기에 있다. 디지털 시대에 맞게 조직구성원의 개개인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그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 그런 조직문화가 되어야 우리는 이 시대의 줄다리기에서 승리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 젊은 구성원들과 함께 조직적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조직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최근에 토스와 우아한 형제들(배달의 민족)과 같은 회사들의 조직문화가 많이 언급되고 있다. 이 기업들은 좋은 급여와 진정성있는 복지로 많이 언급이 되고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우선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에 맞는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채용 이후에는 철저히 디지털 시대에 맞는 일하는 방식을 통해서 조직적 성과를 만들어 내도록 한다. 회사는 가고자 하는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일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을 제시하되 원칙내에서 자율과 책임을 다하여 일하도록 독려한다. 그 안에 수평적, 참여적, 자율적이라는 디지털 시대에 요구하는 일하는 방식이 스며있다. 당연히 젊은 구성원들은 다른 회사보다 만족하며 본인 업무에 몰입하게 된다. 어떻게 이들은 그런 조직을 만들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다. 토스의 이승건 대표의 인간관은 사람은 스스로 충분히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본주의 심리학자 매슬로우의 자기 실현적 인간과 유사하다. 현재 시대가 요구하는 회사는 단순히 디지털화 된 조직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이런 인간관을 가지고 운영되는 회사이다. 우리 회사는 어떤 인간관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는가?  혹은 희망하고 있는가? 이런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이 없이 조직문화를 얘기하는 것은 마치 놋그릇에 파스타를 담는 것과 같다. 먼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 시대에 맞는 그릇으로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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