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함께 일하고 있는 선배가 담당 임원으로부터 권고사직을 권유받았다. 이 회사에서 근무한지 20년이 훌쩍 넘었으니 본인도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그런 얘기를 들으니 매우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이 선배는 작년에 전원주택을 지으면서 회사 퇴직금를 먼저 끌어다 썼다. 게다가 대학생인 첫째 딸과 고3인 둘째 딸의 교육을 위해서라도 지금은 직장에 남아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비슷한 권유를 재작년에 이어 두번 째로 받은 것이라 회사에 남겠다고 버티기도 쉽지 않다. 본인은 아직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데 회사의 입장은 다른 것 같아서 어찌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한다.
많은 직장인들이 가지고 있는 '병(병)' 중에 일요일 저녁만 되면 가슴이 답답하고 무기력해지는 것이 있다. 다음 날 출근할 생각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되는 병, 월요병이다. 한 직장인 대상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82%가 월요병을 앓는다고 나타났다. 포털 사이트에서 '사직서'란 단어가 가장 많이 검색된 날도 월요일이라고 한다. 다음 날 출근할 생각에 가슴에 설레이고 의욕이 넘친다면 흔하지 않은 경우인 것은 분명하다.
직장인에게 '일'이라는 것은 양가적인 감정을 갖게 한다. 계속 남아 있고는 싶지만 즐겁게 할 수 없는 것. 그렇다면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답은 돈을 벌기 위해서, 먹고 살기 위해서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인들에게 일은 쳐내야 하는 것이 된다. 나를 관리하는 직장 상사가 자리에 없을 때 가장 편하고, 추가적인 일이 나에게만은 떨어지지 않기를 희망한다. 결국 일을 하게 되더라도 그 일의 목적은 사라지고 행위만 남는 경우가 많게 된다.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는 먹고 살기 위한 것이 전부일까?
인본주의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설명하면서 가장 상위에는 자기실현의 욕구가 있다고 설명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본인의 잠재력과 재능을 실현시켜 나가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는 것이다. 매슬로우는 '음악가가 궁극적으로 자기가 원하는 사람이 되려면 음악을 만들어야 하고, 미술가는 그림을 그려야 하고, 시인은 시를 써야 한다. 우리는 자기가 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이런 인간의 욕구를 자기실현이라고 부른다.'라고 얘기한다.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재능을 실현 시키는 것, 그것이 가장 상위에 있는 나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고, 그것은 일을 통해서 가능하다. 이것은 위대한 예술가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역사 속에 있는 위인들부터 스티브잡스나 빌게이츠, 아마존의 제프베조스와 같은 기업가들에게도 일은 그런 의미였다. 이는 우리와 같은 직장인에게도 동일하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낮은 단계의 욕구만을 충족시키는 것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의 일이 자기실현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을까?
현재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 내에 스타트업 조직이 몇 개 있다. 뜻이 맞는 직원들이 모여서 본인들이 하고 싶은 비즈니스를 회사에 제안하고, 경영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그들로 구성된 하나의 조직이 만들어진다. 이들은 다른 직원들과 비교했을 때 몇 가지 면에서 다르다. 본인 스스로 임대료가 저렴한 사무실을 구하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고, 본인들의 제품을 고객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을 다한다. 위기의 상황에서는 빠르게 의사결정하고 일을 진행시켜 나가기도 한다. 열정, 생기, 호기심, 목적의식, 책임감, 끈기 등은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이들의 비즈니스가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본인들의 잠재력과 재능을 실현시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일이 다른 직원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차이점은 자기에게 맞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았다는 것에 있다. 긍정심리학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는 누구나 잘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있다. 자기에게 맞는 일은 본인의 재능과 강점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일이 되어야 한다.
이런 일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조직심리학자인 탁진국 교수는 본인에게 맞는 일을 찾기 위해서 흥미, 적성, 가치관, 성격을 통합하면 본인에게 적합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먼저 본인이 좋아하는 것(흥미)을 기준으로 직업을 찾고, 이후에 잘하는 것(적성)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가치관), 그리고 편안한 것(성격)을 기준으로 본인의 직업을 찾아 나가는 것이다. 사내 스타트업 직원들이 이와 같은 체계적인 접근은 하지 않았을 수 있지만 현재 하고 있는 일이 4가지 관점에 부합하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과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것이다.
나에게 적합한 일은 직장 내에는 찾을 수 없을까? 현재 조직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세대는 밀레니얼이다. 이들이 1980년부터 2000년 사이에 출생한 직원들로 직장에서 실무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직장에서 몰입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는 경력개발이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본인에게 적합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들이 갖고 있는 공통된 어려움이다.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먼저 본인에게 적합한 일이 무엇인지 찾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흥미, 적성, 가치관, 성격을 통해서 나에게 맞는 직업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나면 현재하고 있는 일과 연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에게 적합한 그 일을 위해서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업무와 인간관계의 범위를 확장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 지금하고 있는 일에 가치가 생긴다.
일은 한다는 것은 나 자신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이다. 단 한번 뿐인 인생에서 '나'라는 도구를 가지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에게도 일은 자기실현을 위한 기회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인생이 의미있지 않겠는가.
C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