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운동이 필요한 이유
‘최근 1주일간 하루 30분 이상 운동을 한 날은 며칠입니까?’
얼마 전에 건강검진 갔을 때 문진표로 받은 질문이다. 지난주에 30분 이상 운동한 날이 있었나? 한 동안 헬스장이며 자전거 라운딩이며 등산이며 참 열심히 다녔는데, 최근에는 시간내기가 어려워서 운동이라고 할 만한 것을 못하고 있다. 숫자 ‘0’ 칸에 표시하면서 민망해진다. 안 되겠다 싶어서 집에서 스쿼트 몇 번하고 푸시업 몇 번 했더니 며칠 동안 온몸이 뻐근하다. 한 집에서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은 더 심하다. 회사에서 일할 때 움직이는 정도면 충분하다는 와이프, 주말에 침대에서 벗어나면 큰일 날 것 같아하는 딸. 숨쉬기 운동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요즘 날씨가 덥고 습해서 그런지 몸을 움직이는 게 더 싫어진다.
운동은 왜 해야 할까?
예전 회사 대표님께서는 매일 새벽마다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하시고 출근하셨다. 꽤 오랫동안 해오신 루틴 같은 것이었다. 출장 있는 날이 아니면 하루도 안 빠지고 다니셨다. 대표님이 감기처럼 어딘가 아프셔서 업무를 못 하시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우리가 운동은 하는 이유는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 위해서, 좋은 몸매를 유지하고 싶어서, 하고 싶은 일을 오래 하고 싶어서 같은 것들 일 것이다. 운동을 꾸준하게 하는 사람들을 보면 실제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를 본 집단은 활동 전후에 전혀 차이가 없었으나, 운동은 한 집단은 단 한 번만 달리기를 했을 뿐인데도 ‘대답 속도’와 ‘인지력의 유연성’이 향상되었다. 만일 오후에 중요한 브레인스토밍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면 점심시간에 강도 높은 달리기를 해볼 것을 추천한다.”
“2004년 영국 리즈 메트로폴리탄 대학의 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회사 내의 체력 단련실을 이용하는 사원이 다른 사원보다 생산성이 더 높았으며 자신의 업무 수행 능력에 자신감을 보였다.”
운동화 신은 뇌, 존 레이티 외
‘운동화 신은 뇌’의 저자는 운동이 단순히 신체에 이롭다는 사실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있다고 얘기한다. 근육이 발달하고 심장과 폐의 기능이 개선되는 것은 부산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운동을 하는 진정한 목적은 뇌의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뇌의 기능을 최대한 발휘하려면 몸을 열심히 움직여야 하고, 그 결과 학업 성적이 향상되고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술 마시는 회식을 지원하기보다는 함께 운동을 하는 것을 장려하고 지원해야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많은 기업에서 사내에 운동시설을 가지고 있거나 구성원들의 운동 비용을 지원한다.
‘운동화 신은 뇌’에서 저자는 운동의 효과들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들을 소개하고 있다.
- 체질량과 폐활량이 성적과 가장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신체가 건강하면 집중력도 높아져서 성적 또한 좋아진다.
- 운동은 신경전달물질의 수치를 늘려주기 때문에 다리기는 항우울제나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운동의 가장 두드러진 장점 가운데 하나는 학습의 속도를 빠르게 해 준다는 점이다.
- 일주일에 평균 50분 동안 운동을 한 사람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50%나 낮아졌다.
- 활동량이 많거나 운동은 하는 65세 이상의 여성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비활동적인 사람들에 비해 50퍼센트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이 정신건강과 인지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들이다. 실제로 운동은 정신적인 장애를 치료하는 최선의 치료법이라고도 주장한다.
운동은 얼마나 해야 할까?
저자가 얘기하는 최선의 운동방법은 45~60분간의 유산소 운동을 일주일에 여섯 번 하는 것이다. 4일은 중간 강도로 조금 오래, 2일은 높은 강도로 조금 짧게 하면 좋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일주일에 6시간은 뇌를 위해 할애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깨어 있는 시간의 5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운동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운동을 시작하는 것보다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은 참 어렵다. 연초, 연말에 운동을 하겠다고 의지를 굳건히 세워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일상에서 하는 방법들이 필요하다. 비교적 쉬운 방법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길을 걷다가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를 만나면 어떤 것을 선택하나?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계단을 선택해야 한다. 5층 이하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대신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마트처럼 어딘가에 차를 타고 갔을 때는 주차장 맨 구석에 주차하고 걸어야 한다.(훨씬 빠르게 주차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점심시간에는 회사 주변을 빠른 걸음으로 걸어야 한다. 이렇게 일상에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운동들을 하는 것이다. 전혀 안 하는 것보다 무언가를 조금씩이라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건실제(失健失諸)라는 말이 있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반을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다. 우리가 깨어 있는 시간의 일부를 건강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이다. 몸뿐만 아니라 건강한 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몸을 열심히 움직이기 위해서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방법부터 시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