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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택 Jan 30. 2021

동창회의 목적

타임캡슐과도 같은 만남

 몇 년 전 초등학교 동창회를 한 적이 있다. 동창회의 날이 잡힌 후, 사회에 친출 후 친구들과의 첫 만남이기 때문에 다들 어떻게 살고 있을지 매우 궁금했다. 게다가 이날만큼은 당시의 담임 선생님도 오신다고 하니 '나를 기억하실까?' 하는 궁금증과 설렘으로 동창회의 날만 기다렸다.


 이후 추운 겨울 저녁의 어느 날, 우리가 졸업했던 초등학교 동네에 위치한 한 고깃집에서 모임을 가졌다. 꾸준히 연락을 하고 있던 친구들이 있는 반면, 6학년 졸업 이후 전혀 근황을 알 수 없던 친구들이 대부분이 었기 때문에, 한 명 한 명 친구들이 등장할 때마다 마음속에서 탄성이 나왔다. 대기업에 간 친구, 선생님이 된 친구, 태권도장을 차린 친구 등 각자 다양한 분야에서 자리 잡은 모습을 보니 신기하면서도 괜스레 뿌듯했다.


 우리는 고기가 타는 줄 모를 정도로 15년의 세월을 붙잡느라 정신없이 이야기들을 쏟아 냈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때 즈음, 주렁주렁 짐꾸러미 들고 오시는 곱게 늙으신 담임 선생님께서 오셨다. 선생님은 우리를 한 명씩 아이 컨택해가면서 이름을 불러 주었다. 놀랍게도 15년이 지난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선생님은 아이들의 이름과 특징을 다 기억하셨다.


 "은택이는 항상 생글생글 밝았고 명랑한 개구쟁이였지" 때 묻지 않은 나의 어린 시절을 누군가의 입에서 들으니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선생님은 짐꾸러미 속에서 도라에몽 주머니처럼 우리들을 놀라게 할 신기한 것들을 꺼내셨다. 우리가 당시 스승의 날에 선생님께 썼던 편지, 졸업앨범, 그리고 당시 필름 카메라로 찍어 간직한 여러 사진들이었다.


 사진 속의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1초라도 고민은 해보았을까? 철없이 해맑게 웃기만 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니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각자 기억 속에 있던 6학년 시절을 공유하다 보니 1차를 넘어 2차 3차까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술을 마셨다.


 얼큰히 취한 우리들은 주체하지 못해 비틀 거리는 몸을 서로 부축해주며 초등학교 때 거닐던 그 거리를 다시 한번 걸어 보았다. 우리의 모습만큼이나 변해 버린 상권과 거리들을 보니 세월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우린 당장 내일이라도 만날 수 있을 것처럼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그리고 뜨거웠던 동창회도 벌써 5년이 지났다. 우리들은 동창회를 하기 전처럼 서로 연락 한번 안 하고 지낸다. 추억은 추억할 때 가장 아름다운 갓을 서로 아는 건지, 혹여나 경조사나 업무적으로 서로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인지, 모두 굳이 말하진 않아도 느낄 수 있는 비슷한 마음을 가졌던 것 같다. 타입 캡슐과도 같았던 우리들의 만남. 또 다음을 기약할 순 있을까?


 우리가 만났던 목적은 각자 바삐 살아가는 일상에서 잠시 멈춰 과거의 친구들을 통해 행복했던 그 시절의  나를 마주하기 위함은 아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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